견제부자 Papa

아버지와 아들이 종료된 텔레비전의 화면을 말없이 보고 있다. 어디선가 창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 쓰러진 액자와 제자리에 있지 않은 물건들. 유령의 집처럼 음산한 집에 살고 있는 그들. 아버지는 밤마다 자신의 방에서 두꺼운 책을 들여다보며 마법의 약을 만들 듯 조심스럽게 실린더에 이상한 물질들을 넣어 혼합한다. 살기 위해선 서로를 의식하며 서로의 일과를 탐색해 한걸음 먼저 대처해야만 한다. 급기야 아들은 아버지의 마지막 만류에도 불구하고 몰래 아버지가 숨겨놓은 책이 들어있는 함을 꺼내어 도끼로 열어보는데... 흑백 톤과 말없는 인물들, 실험실의 고양이, 닭 등은 전체적으로 영화의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