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미

세계적인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나카노 히로유키의 신작 <다리미>는 제 5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주간 단편부문 젊은 비평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하얀 천만 보면 이상하리만큼 다림질에 집착하는 한 남자. 마치 신성한 종교의식을 치르듯 정성스레 노련한 솜씨로 다림질 하는 그의 등은 온통 문신으로 덮여있어 백색과 강한 대조를 이룬다. 살인 보다 다림질이 더 어렵다고 말하는 그. 주름 하나 없는 백색을 향한 집착엔 속죄에 대한 번뇌와 모든 것을 백지상태로 되돌리고픈 삶의 회환이 서려있는 듯하다. 그에게 있어 다림질은 또 다른 자신을 표현하는 유일한 수단처럼 보인다. 흑백의 수려한 영상미와 미장센의 숨막히는 아름다움, 그리고 감독의 위트와 유머로 감칠맛 낸 현대판 사무라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