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달리는 사나이 Il Court… Il Court le Monde
감독열전 : 시네마 올드 앤 뉴
Director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Country Belgium
Year 1987
Running Time 10’
Color/B&W 35mm | Color
Genre Fiction
Premier Status Asian Premiere
Introduction
<세상을 달리는 사나이>는 다르덴 형제가 직접 등장하여 타고 있던 자동차 속도를 계속 높이다가 사고를 일으킬 뻔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장면이 바뀌면, 속도에 관한 프로그램을 편집하던 방송국 프로듀서 존이 뉴욕으로부터 돌아온다는 연인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달려가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영화는 얼핏 봐선, <약속> <로제타> <아들> 등 우리에게 ‘사회적 리얼리즘’의 대표주자로 익숙한 그들의 대표작과 닮은 구석이 없다. 존이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이탈리아 미래파 비조 마리네티에 대해 언급하는 데 이어, 실제 스튜디오에 마리네티가 나타나 웃으며 여성 스텝을 뒷자리에 태우고 사라지는 마지막 장면은 나치 수용소에서 어린 아들과 유희하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순진한 환상이 떠오를 정도이다. 그 기이함은, 역사 속 마리네티가 여성혐오론자로 유명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동차로 만끽하는 ‘속도’와 근대 기계문명을 열렬히 숭배하다 비행기를 몰고 전쟁 광풍 속으로 날아가 버린 작가 필리포 토마소 마리네티. 그는 애초에 아카데미즘에 침윤된 제도와 싸우고자 속도와 기계, 도시, 자동차에 사랑을 바쳤으나, 결국 러시아 미래파와는 달리 전쟁 찬미와 파시즘에 경도되어 무솔리니의 이데올로그가 되어버린다. 단편 작업에서 다큐멘터리만 고집하던 다르덴 형제는, 유일하게 단편 픽션을 시도한 이 작품에서 아카이브 풋티지와 무성영화 기법를 이용하여 파시즘의 발호와 반유대주의, 미디어와 자동차 문명의 속도를 사유하려 하는 듯하다. 그들은 노동 문제를 다룬 여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풍부한 경험과 사유에서 나오는 진중한 미장센으로 90년대 이후 웅숭깊은 영화적 성취를 이루었다. 그런 다르덴 형제가 폴 비릴리오를 연상케 하는 주제를 발랄한 형식에 담아낸 <세상을 달리는 사나이>는 과연 그들의 필모그래피에서 별스럽게 보이기만 하는 작품일까? 기실, 1960년대의 벨기에 광산 노동운동과 철도, 해상 수송기관의 파업을 다룬 그들의 첫 영화 <레옹 M.의 배가 뫼즈강을 내려올 때>(1979)에서부터, 다르덴 형제는 벨기에 노동운동의 역사적 근거지였던 블레니 광산 등 벨기에에서 일어난 산업혁명과 그에 이은 수송수단의 진화를 계속 탐구해왔다. [R...더는 대답하지 않는다](1981) 같은 작품에서 그들은 자본의 지배를 받지 않는 유럽 자유라디오의 존재 가능성을 탐색하며 미디어의 권력을 근심하기도 한다. 또, <세상을 달리는 사나이>와 같은 해 제작된 첫 장편 극영화 <팔쉬>에서 다르덴 형제는, 나치즘으로 대표되는 파시즘의 도래와 반유대주의, 초기 비행사들을 아예 소재로 취했다. 그렇다면, 이렇듯 영화 경력 전체를 관통하며 지속되는 그들 화두의 작은 총화가 바로 이 작품, <세상을 달리는 사나이>일 것이다. 교미하는 유기체의 이미지보다 기술 문명 생산물의 이미지를 선호하며, 과연 마리네티가 파시스트였는지 반문하는 <세상을 달리는 사나이>의 등장 인물들은 -유머러스하게 처리되긴 하지만-자동차로 사람을 죽일 뻔 한다. 마리네티를 반대했던 발터 벤야민은 「독일 파시즘에 관한 이론: 전쟁과 전사에 대하여」에서 알퐁스 도데의 아들이자 프랑스 왕당파의 지도자였던 레옹 도데가 쓴 자동차 살롱에 관한 보고를 인용한다. 벤야민에 따르면, 레옹 도데는 “자동차는 전쟁”이라고 단언했다. 벤야민과 비릴리오는 전쟁과 속도는 필연적인 짝패라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벤야민과 비릴리오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자동차가 대표하는 당대를 사유하는 다르덴 형제 판 <크래쉬>라 할 수 있을 터이다. (신은실)
Director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1975년부터 데리브(DéRIVES)라는 제작사를 운영하며 6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으며, 대표작으로는 극영화 <약속> (1996), <로제타> (1999), <아들> (2002), <더 차일드> (2005) 등이 있다. 또한 뤽 다르덴은 브뤼셀자유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며 그들의 영화 작업을 회고하는 책 「이미지의 등 뒤에서」(2005, Editions du Seuil)를 집필했다. (copyright directors' photo. Christine PLE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