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rimson Mark 순흔

때는 조선 중기 현종 즉위 초 붕당정치가 격해졌을 무렵, 남인과 서인은 효종이 상을 당했을 때 대비의 '복제문제'(상복을 몇 년 입어야 하는지의 문제)로 인해 격하게 대립하게 된다. 당파의 싸움이 극심해지는 속에 승지와 교리는 서인과 남인이라는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싹틔워가는데……조선시대의 사회를 위태롭게 만들기까지 했던 붕당정치의 첨예한 형식주의적 대립 속에서 일탈을 꿈꾸었던 그들의 사랑은, 절제와 규율, 형식과 겉치레라는 당시 사회의 외피를 금기의 위반이라는 일탈이 야기하는 생성의 힘으로 도전한다. 안정감 있는 화면구성과 사운드로 규율과 제도 속에 싹트는 그들의 불안한 사랑을 고고하게 담아내고 있다.(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