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 Film 패스트 필름

전작품인 픽실레이션 'Copy shop'으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속에서 시각적인 이미지 자체에 대한 사유를 보여주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오스트리아의 감독 피르길 비트리히는 영화와 다양한 멀티미디어 장르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뛰어난 테크니션이다. 최근작 'Fast Film'은 영어의 '빠른'과 독어의 '거의'라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 제목, 납치된 여자를 구출하러 가는 남자의 우여곡절 모험기라는 간결한 이야기의 재료는 300여편의 고전영화인데, 65,000장의 방대한 이미지를 출력하고 인쇄해서 다시 접고 자르는 등의 가늠할 수 없는 수고가 들어있는 작품이며, 올해 안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는 이 작품의 제작과정을 담은 전시가 열리기도 했었다. 고전영화의 향수를 낯설은 공간에 불어넣은 이 특별한 애니메이션은 전혀 연관성 없는 이미지들이 하나의 내러티브 속에서 새롭게 배치되는 절묘한 구성의 재미와 함께 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고백이 엄청난 속도의 쾌감을 타고 전달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송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