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로스트

도화지에 형형색색의 크레파스로 색칠을 한다. 그 위에 다시 온통 검은색으로 덧칠을 해서 못으로 긁어내는 어린 시절의 놀이로 영화는 시작된다. 어린 시절의 환희, 그 순수한 즐거움은 이제 삭막해져가는 도시 속에서 오직 기억으로만 남을 뿐이다. 영화는 지금의 시점에서 골목을 뛰어다니고 낙서를 하고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었던 소소한 순간들을 못내 아쉬워한다. 담벼락의 유쾌한 낙서들을 찾아서 기억 속으로 여행을 떠난 후 되돌아온 자리에는 삭막한 아파트와 회색전단들이 매워져 있다. 오래되어 손상된 필름을 들여다보는 듯한 영화의 기법은 추억이 재현되는 하나의 방식을 제시한다, 어린 시절 크레파스로 그렸던 벽의 낙서가 카메라를 통해서 다시 보여 지듯이 잊혀져가는 기억들은 새로운 재현의 양식인 영화를 통해서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그려진다. (강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