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bat 마타바

그람시의 용어로 어름의 시기, 혁명 전야의 정치적 무질서로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을 때, 숲 속에서 한 여행자가 길을 잃는다. 동유럽풍 흡혈귀 영화 장르와 고딕 소설의 전통을 이어받은 이 흑백 영화에는, 시실리아 출신의 감독의 입 걸은 만담이 곁들여져 장르의 기묘한 비틀어짐이 일어나면서 재미가 더해진다. 장르의 컨벤션을 따라 괴성의 만찬에 초대되어진 주인공은 그 곳에서 광기와 난교, 고삐 풀린 쾌락에 대한 만담의 장에 참여하게 된다. 카니발과 같은 광기어린 장소를 빠져 나온 주인공은 곧 자신이 경험한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이성'과 '합리성'에 고나한 근본적인 질문과 더불어 기억과 망각에 관한 역사적 질문을 르네상스의 발원지이지만 현재 유럽의 주변부가 된 이탈리아 단편 영화에서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한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