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핵인싸
트리트먼트
나(수연)는 각종 인공적인 노력 끝에 임신 테스트기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산부인과로 향한다. 드라마에서 봐왔던 것처럼 곧바로 초음파 사진으로 아이집을 확인할 줄 알았지만, 먼저 끔찍한 피 검사를 해야만 임신 확정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공포스러운 주사를 이겨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임신 초기라 피검사 수치가 아직은 낮다며 2주 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임신 확정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첫 초음파 검사의 과정은 꽤나 굴욕적이다. 그래도 실시간 초음파 검사 영상을 보니 인생에 한 번 밖에 없을 것 같은 이 순간, 폰을 들어 동영상을 찍는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없다. 그래도 피검사 수치도 점점 오르고 있어 몸조리만 잘하면 사실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심심한 박수도 쳐준다.
남편(현수)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남편 역시 초음파 사진 앞에서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하지만 의사의 사실상 확정이라는 단어를 들은 남편은 산부인과 의사들은 원래 돌려서 말하길 잘한다며 눈물을 왈칵 흘리더니 고생했다며 나를 껴안아준다.
회사에서 무의식적으로 커피에 입을 대다가 쓰레기통에 뱉는다. 이제 다시는 사랑하는 커피를 못 마시지 않을까. 솟구치는 절망 중에 엄마한테 전화가 온다. 자신이 시어머니를 통해 임신 사실을 알아야겠냐며 나를 혼낸다. 며칠 뒤 확정 여부 문자를 준다지만 남편은 기다리지 못하고 온 가족에게 임신 소식을 알린 것이다. 회사 사람들이 심각하게 통화하고 있는 내 곁에 한두 명씩 모이기 시작한다. 엄마는 오늘 당장 신혼집에 온다고 통보한다. 엄마와 실랑이 끝에 통화가 끝나면 지켜보던 회사 사람 모두가 나에게 박수갈채를 쏟아낸다.
캐스팅 희망 – 등장 인물 소개
수연(여/32세)
20대에는 학업과 취업으로 시간을 보내고 남편을 만나 신혼 생활이 안정화될 때쯤 이미 30대. 양가 부모님은 직접적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요즘들어 은근히 눈치를 주는 분위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눈치 없는 남편은 그저 내가 뭘 바랐나 싶다. 그냥 무시 하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양가 부모님에게 혼자 마음속으로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외쳤었는데 때가 되었다. 자녀 계획을 실현시킬 것이다. 그러나 자연적 임신이 몇 년째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의 무난하지만 딱히 문제는 없었던 인생 행로처럼 이 문제 역시 노력으로 극복 가능할까? 이후 오랜 시간의 인공적인 노력 끝에 임신에 성공하였다. 믿기지도 않았지만, 첫 산부인과를 방문하였을 때는 마냥 기쁜 마음이 들지 않은 것은 왜 때문일까.
현수 (남/34세)
수연과 결혼 후 근 5년 동안 성실히 맞벌이를 하고 계획대로 신혼 생활이 안정화되었을때는 모든 게 계획대로 되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몇 년째 자연적 임신이 되지 않아 고민이 깊었다. 혹시 나 때문인가? 이는 여타 살아왔듯이 노력으로 해결되는 문제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수연이 임신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려줄 때는 이제 인생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 것 같은 기쁨이 안에서부터 솟구쳤다. 세상을 다 가진 것 마냥 느껴지는 것은 과연 오만일까?
수연 엄마(여/50세)
나의 딸 수연, 엄하게 키우지 않아도 엄마 말도 잘 듣고 자신이 맡은 일을 잘하고 결혼도 성공적으로 잘 하니 집 안에 아무런 걱정이 없다. 그러나 요즘 애들은 너무 바쁜 건지 바쁜 척을 하는 건지 가족에게 신경을 못쓰는 것 같다. 어떤 일이 생겨도 최우선은 가족이 아닐까? 그러나 수연이 우리에게는 신경을 쓰지 못해도 괜찮다. 그러나 시댁에게까지 수연이 그렇게 비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동딸을 둔 중년의 내가 바라는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