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 #1
![11111](http://gisff.kr/wp-content/uploads/2016/11/111111.jpg)
국제경쟁1 GV
일반 관객들을 모시고 상영한 AISFF2016의 첫 상영은 국제경쟁1이었습니다. 국제경쟁1에서는 <루나 다이얼>, <촬영 중 소음 금지>, <에어>, <커튼 단>, 그리고 <내부의 적>이 상영되었습니다. GV에는 <커튼 단>의 프란체스카 삼바타로 감독과 <내부의 적>의 셀림 아자지 감독이 자리해주셨고, 관객들도 적극적인 참여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Q. <커튼 단>에는 실화에 가까운 본인의 이야기가 섞여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 작품을 만들게 되셨나요?
A. 물론 제 이야기가 가미되긴했는데, 영화에서처럼 변태 아저씨가 24시간 지켜보고 있던 건 아닙니다.(웃음) 지금 로마에서 커튼이 없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아파트 동 사이가 너무 가까워서 옆 동에 있는 이웃의 모습이 다 보입니다. 심지어 옆집에 있는 주민의 팬티차림까지 다 볼 때가 있는데, 이런 상황들은 이웃들과 함께 공존하면서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줄 때가 있어서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Q. <커튼 단>에서 변태 아저씨가 찍은 사진의 검은 정장 입은 남자와 여주인공이 극 중에서 본영화의 남자 주인공과 이미지가 겹치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에 여주인공의 키스신이 있는데, 혹시 주인공이 영화를 볼 때 남자 주인공을 보면서 만든 상상이 투영된 것이 아닌지 궁금합니다.
A. 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짚어주셨습니다. 하지만 변태 아저씨의 상상 속에서는 어떨지 정확하게는 모르죠. 인화를 하면서 포토샵으로 그 사람을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고요. 제가 의도한 바는 그 여자주인공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속에 나오는 그 남자주인공을 그리면서 엔딩에서 키스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Q. 이 시대적 배경을 통해<내부의 적>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A. 요즘 테러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프랑스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프랑스인의 정체성을 다시 짚어보기위해 이 배경을 선택했습니다.
Q. <내부의 적>에서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이름을 다 언급한 이후에 그 사람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클로즈업 되는데, 앞서 등장한 등장인물들 뿐만아니라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한 것 같습니다. 혹시 새로운 사람들을 등장시킨 것이 익명의 사람들로까지 그 의미를 확장시키기 위해서인가요?
A. 네, 새로운 사람들을 등장시킨 것이 맞습니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테러, 그리고 이전 식민지와의 전쟁을 통해서 지금 프랑스에는 외국인의 얼굴만 봐도 ‘아, 이 사람이 잠재적 위협이다.’라고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일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외국인의 얼굴들을 삽입했습니다.
Q. 성함으로 봐서 <내부의 적>감독님이 아랍계이신 것 같은데, 혹시 영화와 같은 상황을 겪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A. 네 맞습니다. 저의 아버지가 알제리 출신이십니다. 하지만, 저는 독립전쟁 이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직접 겪지는 못했습니다. 식민지 시절 프랑스에서 생활한 알제리인들은 독립된 후에 프랑스에 계속 거주를 할 것인지 고향으로 돌아갈 것인지 선택하기 굉장히 어려워했습니다. 그들은 본인들을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랑스에 거주하는 전 식민지 외국인들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서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사실 요즘 프랑스에서 테러가 발생했을 때마다 이 이슈는 항상 떠오르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른 시간에 시작된 첫 GV였지만 많은 관객들께서 참석해 주셨습니다. 적극적인 관객들의 GV참여는 첫 상영부터 AISFF2016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국제경쟁2 GV
AISFF2016 둘 째날의 국제경쟁2 상영에는 많은 관객 분들과 3명의 감독이 자리해 주셨습니다. 국제경쟁2에서는 <모두 다 괜찮아질거야>, <경계선물>, <메이의 겨울>, <라스 메니나스>, <장거리 주자>, 그리고 <르 뿔뒤의 곰들>이 상영되었으며, GV에는<메이의 겨울>의 하야카와 치에 감독, <장거리 주자>의 주니엘 킴 감독, <르 뿔뒤의 곰들>의 마리옹 트뤼쇼 감독이 참여했습니다.
Q. <메이의 겨울>에서 주인공은 메이지만, 친구인 타마키가 훨씬 더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져 있습니다. 메이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요?
A. 영화에서는 둘 다 중요하지만, 메이를 주인공으로 선택했습니다.메이와 타마키 모두 사건 이후로 인생이 나뉘었는데,삶을 대하는 둘의 태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메이는 노력의 끈을 놓지 않지만, 타마키는 심신이 약해 그러지 못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진행하기 위해 메이를 주인공으로 선택했습니다. 또한 ‘메이’라는 이름이 알려주듯, ‘봄’이라는 가장 행복하고 따듯한 시절인 청소년기를 이름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Q. <메이의 겨울>촬영 당시 연기경험이 아예 없는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하셨는데, 연기를 위해 배우들에게 특별하게 지시한 것이 있나요?
A. 배우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NPO 출신이라 연기경험이 없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연기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와 오히려 이 점이 좋았습니다.
Q.<장거리 주자>와 같은 다큐멘터리 촬영의 경우,감독과 주인공의 연대감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특별하게 노력했던 부분이 있나요?
A. 실제로 배우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배우의 런닝훈련에 동참했고 그 때 저는 자전거를 타고 배우를 따라다녔습니다. 지금은 많이 친해져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Q. <르 뿔뒤의 곰들>에서 보면 아빠와 아들의 관계가 좋지 않은데, 차 안에서 ‘미르자’ 노래를 듣는 장면에서 관계가 갑자기 전환됩니다. 노래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A. 미르자 노래는 프랑스에서 유명한 노래 중 하나입니다.노래 자체가 특별하다기 보다는, 노래를 들으며 아버지가 “너의 어머니가 이 노래를 좋아했어”라고 아들에게 말하는 장면 자체가 영화에서 감정선이 처음으로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GV가 모두 끝난 뒤 마지막에 감독님이 소감을 전하시며,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씨네큐브에 있으니 언제든지 와서 영화에 대해 질문해달라는 친절함을 보여주셨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시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거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직접 감독님을 찾아가 물어보세요!
국제경쟁3 GV
국제경쟁3에서는 <오발탄>, <오래된 상처>, <당신의 안전을 위해>, <악의는 없습니다>, <타임코드>, 그리고 <제네바 협정>이 상영되었으며 GV에는 <오발탄>의 김호 감독, <제네바 협정>의 베누아 마르탱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했습니다.
Q. <오발탄>을 만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A. 작년에 괴롭힘을 당하던 한 중학생이 실제로 사제폭탄을 만들어 터트리고, 터트리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방송한 적이 있었는데 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분노가 잘못된 방향으로 분출되지 않았나 생각했고, 그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오발탄>의 결말이 결국 폭탄이 터지는 것으로 끝나는 지, 해피엔딩으로 터지는 건지 궁금합니다.
A.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물어봤던 질문인데, 제 개인적으로는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터지는 장면을 장면을 보여주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가 있었는데, 결말을 규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시각적으로 결정지어 보여주는 것보다 터지는 소리를 사용해서 터졌는지 터지지 않았는지를 확실하지 않게 연출해 관객들을 혼란시키고 싶었습니다.
Q. <오발탄>은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진행되는데, 메시지를 주고받는 ‘I(아이)’라는 상대방이 진짜 실존인물인지, 아니면 주인공 스스로의 자아인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시나리오 작성단계에서는 다른 이름을 설정했었는데, 그렇게 하다보니 문자가 너무 극을 진행시키는 수단으로만 작용하는 것 같아 ‘I’로 설정했습니다. 그렇게 설정하니 I와 me가 서로 대화하는 것이 주인공 시한의 심리상태를 드러내는 것같이 보여 대사를 그 방향에 맞게 더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Q. 어떻게 <제네바 협정>을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어렸을 때 겪었던 일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때 그 상황이 코미디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해 아이디어를 얻게 됐고, 그것에 10대의 이야기들을 얹어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감독들 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함께 참여해 당시 촬영 분위기나, 어떻게 영화를 준비 했는 지 들을 수 있어서 더 풍부한 GV였습니다. 특히 <제네바협정>의 감독과 배우들은 더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으신 분들은 밖에서 뵙겠다고 하며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영화를 상영하게 된 것에 영광을 표했습니다.
또한, 관객석에는 <오발탄>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민성 역시 영화를 찍을 때 억압받는 10대를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하며, 영화의 숨은 이야기들을 더욱더 많이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국제경쟁4 GV
AISFF2016 둘째날의 마지막 상영은 국제경쟁4였습니다. 국제경쟁4에서는<루트 B96>, <그녀의 정신이 머리 속에서 뛰쳐나간 밤>, <배팅케이지>, <필립>, <가라앉은 수녀원>그리고 <굴복>이 상영되었습니다. GV는 박진형 부산국제영화제 월드프로그램 프로그래머가 진행했고 <루트 B96>의 지몬 오스터만 감독 및 배우와 작가, <배팅케이지>의 김성환 감독님이 자리했습니다.
Q. <배팅케이지>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불러 배틀을 신청했습니다. 체격적으로 불공평한 대결인데, 이 장면을 넣은 의도가 있나요?
A. 영화 초반에 보면 남자 주인공은 배팅케이지에 갇혀 손님들로부터 돈을 받고 맞기만 합니다. 반격을 하면 안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스트레스로 유발된 장면입니다. 또한 저는 사전에 영화를 기획할 때 멜로는 철저히 배제하기로 했는데, 이 장면이 바로 로맨스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때문에 결국 남녀 주인공이 이루어지지 않죠.
Q. <배팅케이지>를 보면 보통 영화와는 다른 낯선 앵글을 많이 접했습니다. 왜 그런 앵글로 촬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보통 영화를 찍기 전에 미리 고민을 하는데, 그 때 스토리에 맞게 촬영기법을 설정합니다. 우선 다큐멘터리처럼 촬영하고 싶어 핸드헬드 카메라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핸드헬드를 사용한 작품들의 대부분과는 달리 관찰자 시점으로 주인공을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일부러 주인공을 멀리서 훔쳐보듯 촬영했습니다. 특히 2개의 장면에서 이 점이 확연하게 드러나는데요.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부러 더욱 특이하게 앵글을 사용했습니다.
Q. <루트 B96>에서 결국 마지막에 남자는 여자들에게 상처를 받고 자신의 찌질함만 확인하게 됩니다. 이렇게 영화를 끝낸 이유가 있나요?
A. 때로 인생은 인간보다 훨씬 더 큽니다. 때문에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죠. 남자는 자신이 처한 모든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 결과로 단 한 명의 여자와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영화를 촬영하면서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 보다는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싶었습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관람을 위해 많은 관객분들이 찾아주셨습니다. GV가 끝난 후 감독님들께서는 귀한 금요일에 시간을 내주어 감사하다며 유쾌하게 마무리 해주셨는데요. 내일은 국내경쟁 및 국제경쟁을 비롯한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이 준비 되어있으니 내일도 아시프를 찾아주세요!
글 : 데일리팀 정진영, 남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