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심사단 리뷰 #2
![%ea%b4%80%ec%8b%ac%eb%8b%a8-%ec%8d%b8%eb%84%a4%ec%9d%bc](http://gisff.kr/wp-content/uploads/2016/11/20161105_051451.jpg)
1. 26명의 가상 친구들
“내 속을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 내 겉을 훑고 지나갔다.” – 오은, 「대중」 中
“속이는 것은 / 속없는 겉이 하는 일.” – 오은, 「풀쑥」 中
마침 내가 읽고 있던 시집에서, 그것도 공교롭게 나란히 펼쳐진 두 페이지에서, 이 두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26명의 가상 친구들>이 말하고자 하는 SNS 세계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SNS라는 가상 공간에서 가면을 쓰고 ‘보여주기 위한’ 또 하나의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데 여념이 없다. 그렇게 거짓들이 쌓여가며 ‘실제의 나’와 ‘가상의 나’ 사이의 간극은 커져만 가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잃어버리는 이들의 모습은 사실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초상이다.
“자아(ego)는 강한데 그 자아를 지탱할 알맹이가 없는 것.” <26명의 가상 친구들>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SNS의 어두운 모습을 조명한 영화 <소셜포비아(Socialphobia)>의 대사이다. <소셜포비아>는 개인의 정체성과 상대적 박탈감보다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 채 소통과 연대 없이 탄생한 SNS 집단 권력의 폭력성을 비판하지만, 결국 그 본질은 <26명의 가상 친구들>과 같은 지점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실체 없이 보여지는 겉모습으로 행복마저 조작하고 속이려 드는 행동, 그리고 자아를 지탱하지 못하고 휘둘러 대는 무서운 폭력. 결국 SNS는 속이 빈 강정, 알맹이 없는 껍데기만 수 없이 생산해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SNS 친구와 팔로워 숫자는 늘어가는 데 정작 마음을 나눌 사람들은 점점 줄어만 가는 현실을 마주하였다면 이제 우리들의 SNS 사용을 돌아보아야 한다. 속없는 겉이 하는 일은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다. 우리에게 더 이상 ‘가상’ 친구들은 필요치 않다.
글 : 관객심사단 전태국
2. 히치하이커
허름한 행색의 누군가가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하다. 우리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고 뒷걸음질 친다. 그러고선 단 한번의 시선으로 그들을 단정 짓는다. 마침내 그들이 우리 앞에 선다. 말을 꺼낸다. 우리는 귀를 막는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손으로, 몸으로 말한다. 우리는 외면할 뿐이다. 영화 속 남자가 막무가내로 도로로 뛰어들어가 차를 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로로 뛰어들어가는 것만이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남자는 자신을 봐달라고 계속해서 소리친다. 아무도 그를 바라보지 않다가 영화 속 파출소의 형사가 반응을 한다. 수갑을 나눠 끼고 파출소를 나오는 순간부터 누가 형사이고 누가 남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허름한 우산 아래에서 함께 비를 맞으며 걸어 나간다. 단지 가족이 보고 싶은 아이들의 아버지일 뿐이다. 고단한 얼굴로 말없이 술잔이 오고 간다. 담배를 나누어 피며 한 모금 한 모금 내뱉는다. 그들은 말없이 이야기한다. 교감과 연대는 별것이 아니다. 함께 비를 맞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동정 할 필요 도 없다. 온갖 말들로 그들을 정의 할 필요 없다. 우리 옆의 누군가 일뿐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글 : 관객심사단 최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