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심사단 리뷰 #3
![%ea%b4%80%ea%b0%9d%ec%8b%ac%ec%82%ac%eb%8b%a8-%eb%a6%ac%eb%b7%b0-%ec%8d%b8%eb%84%a4%ec%9d%bc](http://gisff.kr/wp-content/uploads/2016/11/20161106_060637.jpg)
1. 짊어져야 할 이름
모든 사람들은 이름이 있다. 주민등록상에 등재된 이름이 아닌, 다양하고 많은 이름들을 우리 모두 몇 개씩은 가지고 있다. 학생, 부모님, 군인, 사장 등등… 한 명이 하나의 이름만 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각자의 이름은 이름에 맞는 무게가 존재한다. 우리는 평생 몇 개씩의 다른 이름들을 번갈아가며 짊어질 것이다. 그리고 여기 ‘아버지’란 이름의 무게를 느끼는 한 남자를 볼 수 있다. <짊어져야 할 이름> 속 샤사이다.
샤사는 두 개의 이름을 짊어지고 있다.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온 자신의 성(姓).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아들을 바라보면서 샤사는 자신의 아버지 모습을 떠올린다. 자욱한 담배 연기 너머의 얼굴. 씁쓸한 표정과 중얼거림을 그 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어폰을 낀 채 자신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블라스를 보며 샤사는 아버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한다. 그리고 아들 블라스가 왜 친구를 때렸는지 알게 되면서 그는 아버지의 무게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블라스와 샤사, 부자지간은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흔히 그렇게 그려지기도 하지만 이 작품이 더욱 둔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두 사람이 짊어진 이름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침묵과 생각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특히 그 둘 사이의 침묵은 생경하게 다가온다. 아버지와 아들, 멀고도 가까운 사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이름과 아버지란 이름의 무게. 그리고 언젠가 아버지가 될 아들. 그 모든 것들이 복잡하게 얽힌 마지막 장면에서 에르베 드메르 감독이 말하고자 한 메시지를 우리는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마주보며 영화는 끝이 나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도 겨울은 언젠가 가고 봄은 반드시 온다. 그리고 그 두 사람 또한 함께 봄을 맞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글 : 관객심사단 이민지
2. 수요기도회
도박에 빠져드는게 얼마나 쉬운지, 도박의 폐해가 가족의 붕괴를 어떻게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목적이 확실한 이 프로파간다 영화는 익숙함과 낯섬이 공존하는 매력이 있다. 우선 그 첫번째 매력은 극화, 그것도 단편이라는 형식에 있다. 그동안 시사프로그램 등을 통해 종종 봐온 도박 중독에 관한 다큐가 오히려 팩트로써 참신성을 잃고 거리감이 있었다면 이 영화는 압축된 픽션으로써 배우들의 연기와 표정에 감정을 담아 그 거리감을 좁혀낸다. 그 중심에는 두 주인공-헤라(서정연)와 소연(김새벽)이 있다.
<태양의 후예> 하자애역 등등 브라운관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서정연과 <한여름의 환타지아>에서 미정과 혜정역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아직은 낯선 김새벽의 연기와 그 대비를 지켜보는 건 이 영화의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늘 봐왔던 안정감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서정연의 연기와 머뭇거리듯, 어색해하듯 하면서도 극 중 캐릭터에 잘 녹아든 김새벽의 연기 대비는 이 영화 최고의 (익숙함과 낯섬이 공존하는) 매력이다. 거기에 더해 헤라 쪽엔 짧은 몇 신 등장만으로도 연기 내공을 보여주는 문빵(허정도)을 배치하고, 소연에게는 아역 같은 아역(부모와 연기학원의 욕심으로 영악해지지 않는, 조금은 어색해서 더 사랑스러운) 박승준군을 아들 솔 역할로 함께하게 함으로써 그런 대비의 구도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장편상업영화 빰치는 안정된 촬영과 서사의 진행과 감정의 깊이에 따라 신의 길이를 잘 조율한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편집, 대사전달력 최고의 사운드 작업은 드라마를 보는 편안함에 빠뜨리지만 소연의 운명처럼 그늘과 어둠이 드리우는 조명과 배꼽 높이에서 인물들을 바라보는 익숙하지 않은 로우앵글숏들은 낯선 새로움을 안기기도 한다. 단편과 웹드라마 연출, 상업영화 연출부 경험까지 하고 있는 김인선 감독의 주제가 제한되지 않을 다음 영화는 또 어떤 익숙함과 낯섬, 타협과 고집이 공존할지가 궁금해진다. 그게 장편에서는 어떻게 실현되고 어떤 힘을 가질지는 더욱더 궁금하다.
글 : 관객심사단 신종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