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 #3
![%ec%ba%a1%ec%b2%98](http://gisff.kr/wp-content/uploads/2016/11/20161107_023040.jpg)
국제경쟁7 GV
오늘의 첫 번째 상영된 국제경쟁7에서는 <나는 아직도 속으로 피를 흘린다>, <티스>, <더 사운드 오브 콘크리트>, <첩첩산중>, <체인지 인 더 웨어>가 상영되었고, GV에는 <첩첩산중>의 이상현 감독이 참여해주셨습니다.
Q. 인물들끼리 주고받는 실질적 대사가 별로 없어서 더 긴장감이 느껴졌는데, 그렇게 연출한 이유가 특별하게 있으셨나요?
A. 큰 이유는 없었고, 영화를 짧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짧게 만들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많이 소개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사가 많이 없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대사를 많이 줄였습니다.
Q. 음악과 사운드가 굉장히 잘 활용됐는데, 특별한 주안점이 있으셨나요?
A. 대사가 많이 없는 영화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풀어지지 않는 역할로 사운드를 사용하고자 했고,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Q. 영화가 시작하는 부분에 주인공이 카세트를 통해 듣는 라디오에서 주제를 함축하는 듯한 단어가 나오는데요. 마테복음 7장 12절 ‘한 대로 받는다. 그게 우주의 섭리다.’ 이 주제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평소에 생각하셨나요? 혹시 감독님에게 중요한 구절이신가요?
A. 사실 그건 나중에 영화에 맞는 구절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찾아낸 구절입니다. 그래서 ‘꼭 이 구절을 사용해서 써야겠다.’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그것보다는 ‘영화를 쓰다보니까 이렇게 하면 재밌겠다.’라고 생각해서 만들었습니다. 마테복음이 나오는 라디오를 영화 맨 앞에 배치한 이유는 영화 소개 같은 느낌으로 배치했습니다. 영화 끝나고 곱씹을 수 있게 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Q. 현장에서 어떤 감독이세요?
A. 저는 콘티대로 찍으려고 되게 노력합니다. 그래서 콘티를 꼼꼼하게 짜려고 노력하고, 장면장면을 미리 계획하는 편입니다. 배우들이 연기할 때도 되게 명확한 디렉션을 주는데, 예를 들어 이번 영화에서 중년남자에게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 그의 인생까지 말해주어서 연기에 참고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산에서 촬영하는 데 어려운 부분은 없으셨나요?
A. 절벽이 나오는 장면은 아차산에서 찍었고, 나머지는 다 웅길산에서 촬영했습니다. 사실 저보다는 배우 분들이 산을 타야 해서 좀 힘드셨죠. 저는 밑에 있어서 별로 안 힘들었습니다. (웃음)
여담으로 추천하는 등산코스가 북한산이라는 얘기를 할 정도로 웃음이 많았던 GV였습니다. 감독님의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 더 좋았던 관객과의 대화였습니다.
국제경쟁8 GV
AISFF2016의 4일차입니다. 오늘의 두 번째 상영은 국제경쟁8이었는데요. <플라잉>, <락버스터>, <투 더 씨>, <1 킬로그램>, <모닥불 피우기>그리고 <짊어져야 할 이름>이 상영되었습니다. GV에서는 허남웅 영화평론가의 진행 아래 <1 킬로그램>의 박영주 감독과 <짊어져야 할 이름>의 에르베 드메르 감독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Q. <1 킬로그램>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어떻게 영화로 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이 영화는 편혜영 작가의 <해물 1킬로그램>이 원작입니다. 2012년에 친구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당시에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라 큰 울림을 느꼈고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영화를 만들고 싶어 작가님께 직접 연락을 드렸고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Q. <1 킬로그램>은 굉장히 감성적인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아이를 잃은 엄마는 분노부터 좌절까지 다양한 감정을 겪습니다. 감독님과 배우님이 주인공의 감정을 선택하고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A. 박영주 감독 : 처음 원작을 읽을 때, 사람마다 슬픔이 다르게 표현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주인공의 경우에는 너무나도 큰 슬픔을 겪고 있지만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는데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아무도 나의 슬픔을 몰라”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 생각 때문에 남을 오해하기도 하는데, 이런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 모두가 조금씩 슬픔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승연 배우 : 감정표현에는 시나리오를 가장 많이 참고했습니다. “한 달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요” 같은 대사를 통해 주인공의 성격을 파악했고 그것을 토대로 인물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상처 받은 사람이라 그 표현이 어려웠는데,이 영화를 통해 이미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Q. 복잡한 서사의 장편과는 달리, <짊어져야 할 이름>과 같은 단편영화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작은 영화의 경우, 제한된 예산 속에서 자유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합니다. 따라서 현장에서 즉흥적인 방법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즉흥성을 어떻게 수용할 지가 중요합니다.
Q. <짋어져야 할 이름>도 세밀한 감성 영화라고 생각되는데요. 촬영할 때 배우에게 어떤 지시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가장 공들인 감정적인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감성적인 서사의 영화는 시나리오 집필 단계부터 중요합니다. 감정은 여러 방법을 통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짊어져야 할 이름>에서 눈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을 사용했는데요, 가장 공들인 장면은 마지막 장면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눈을 쳐다보는데, 실제 두 배우가 부자지간이었기 때문에 감정교류가 잘 보여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짊어져야 할 이름>의 감독님께서 <1 킬로그램>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A.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감성적인 측면에서 저의 영화와 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 영화감독 중 이창동 감독을 좋아하는데, 몇 개의 장면에서 그가 떠올라 신기했습니다.
일요일 상영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 분들이 찾아주셨습니다. 게다가 GV에서 많은 질문을 해주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감독님들도 열정적으로 답해주셨는데요.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영화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국제경쟁3 GV
두번째로 상영된 국제경쟁3에서도 역시 <오발탄>, <오래된 상처>, <당신의 안전을 위해>, <악의는 없습니다>, <타임코드>, 그리고 <제네바 협정>이 상영되었습니다. 그리고 GV에는 <오발탄>의 김호 감독, <타임코드>의 후안호 히메네즈 감독이 참여하셨습니다.
Q. <타임코드>는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어서 찍게됐는지? 제작과정에 대하여 궁금합니다.
A. 영화를 만든 데는 두 가지 계기가 있는데, 첫 번째 계기는 춤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개인적인 스토리를 담고싶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에 다닐 당시 일주일에 나흘을 회사에 나가서 일했는데, 금요일마다 시간이 나서 시나리오를 쓰게됐습니다. 그러다가 동료들이 알게됐고, 스토리를 보고 비웃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복수로 영화를 만들게됐습니다. (웃음)
Q. <타임코드>는 배우가 춤을 잘춰야 캐스팅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캐스팅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신 점이 있으신가요?
A. 사실 위험부담이 많았던 캐스팅이었습니다. 배우들이 춤은 굉장히 잘췄지만, 연기경험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리허설을 굉장히 많이 하고 영화를 찍었습니다.영화를 찍다보니 그들이 정말 능력있는 배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Q. <오발탄>의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중요하게 보신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시한役은 눈빛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김민성 배우가 평소에는 여성스럽고 다정다감한 면이 많은데 어느 한 순간 갑자기 눈빛이 바뀌는 걸 보고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생각해 캐스팅하게됐습니다. 경준役의 조덕회 배우는 정말 착하게생겼는데, 원래 전형적으로 비행청소년의 모습을 한 사람이 그에 맞게 나쁜 일을 하는 것보다 그렇지 않게 생긴사람이 못된 짓을 했을 때 오는 그 충격이 더 큰 것 같아서 캐스팅하게 됐습니다.
Q. 시나리오 집필부터 오늘 상영을 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 지 궁금하고, 그 과정 중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었는 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오늘이 <오발탄>을 촬영한지 딱 1년되는 날입니다. 시나리오 시작부터 완성까지는 두 달정도 걸렸습니다. 촬영 중에 어려웠던 점은 한참 촬영하는 중에 갑자기 비가와서 처음부터 다시 다 재촬영해야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 배우들에게 미안했습니다. (김호 감독)
A. <타임코드>는 사실 제가 찍은 것 중 제작시간이 가장 짧은 영화였는데요, 시나리오 집필부터 촬영 시작까지 2주밖에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굉장히 빠르게 진행했습니다. 영화를 처음 완성했을때는 18분이었는데 깐느에 제출하려고 보니 단편 영화 기준이 15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급하게 3분을 삭제했는데, 그 3분은 이제 영영 보실수없게됐습니다. (웃음) (후안호 히메네즈)
Q. <오발탄>의 김호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올바른 분노표출은 무엇인지, 그러한 방향성을 영화에 넣지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어제 광화문에서도 시위가 있었는데요, 충돌없이 잘 끝났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폭력적인 분노 표출은 해결책이 아니고 오히려 또 다른 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발탄을 찍게된 이유도 이 아이의 분노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분노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은 이유는 영화의 끝에서 폭탄이 터졌든 터지지않았든 결국 영화에서 주인공이 보여준 분노의 끝은 비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분노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객석에는 <오발탄>에 출연하신 시한役의 김민성배우와 경준役의 조덕회 배우가 앉아있었는데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좋은 경험을 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전했습니다. 관객, 감독 모두 적극적이었던 GV였는데요, <타임코드>의 감독님은 끝 말로 영화가 마음에 안드셨으면 밖에서 기다릴테니 한 대 때리고 가도 좋다고 말해 상영관에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국제경쟁4 GV
AISFF2016 넷째날의 마지막 상영이 있었습니다. 이번 상영은 국제경쟁4로,<루트 B96>, <그녀의 정신이 머리 속에서 뛰쳐나간 밤>, <배팅케이지>, <필립>, <가라앉은 수녀원>, <굴복>이 상영되었습니다. GV에는 <배팅케이지>의 김성환 감독,<루트 B96>의 지몬 오스터만 감독과<굴복>의 카디야 벤-프라디 감독이 자리했는데요. <배팅케이지>와 <루트 B96>의 감독님은 두 번째 GV 참석으로 더욱 특별했습니다.
Q. <배팅케이지>를 어떤 환경에서 촬영했는지 궁금합니다.
A. 이 작품은 학교 졸업작품으로 제작했습니다.당시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는데,하루 안에 촬영해야 했고 남녀가 주연으로 출연하며 연출이나 연기에 학생이 있어야 했습니다.그래서 처음에는 남녀의 로맨스로 이끌어가려고 했지만,결국 여자가 남자를 가르치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Q. <배팅케이지>에서 남녀의 성 역할이 바뀐다면 어떨지 궁금합니다. 90년대 조성모의 뮤직비디오처럼 느낌이 날 것 같은데,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관객 분이 말씀해주신대로 아마 우리가 익히 봐온 스토리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걸 바꾸고 싶어서 기본적인 스토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내용으로,대신 남녀의 만남을 애정이나 집착보다 순수한 관계로 그렸습니다.
Q. 제가 보기에 <루트 B96>은 미국 문화에 푹 빠진 영화 같습니다. 어디서 제작했고 어떻게 이런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루트 B96>의 배경인 베를린의 구 동독은 통일 전에 미국에 대한 환상이 많았습니다. 또한 이 영화의 제목인 ‘루트 B96’은 실제 독일의 있는 도로인데,그 의미가 미국의 루트 66와 비슷합니다.이 도로 위에 고속도로를 지어 무용지물이 되었는데요. 최대한 영화 세트장을 미국처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Q. <굴복>을 찍을 때,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A. 많은 영화감독들이 그렇듯, 저도 저의 주변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친구,이웃이 있습니다. 당시에 졸업작품으로 <굴복>을 제작했는데,저의 이웃에 사는 소녀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직접 질문해 이야기를 들으며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Q. <굴복>은 제네바를 배경으로 하는데요. 그 도시에는 실제로 알제리와 모로코 출신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저는 <굴복>의 배경이 프랑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실제로 겪었던 프랑스가 이런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이 튀니지 가족은 단순히 튀니지 출신이라기 보다는,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모두를 포함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한 소녀가 자신의 삶과 밖의 사회 사이의 차이를 극복하고 사회에 적응하는 모습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고 이것은 여전히 우리 모두가 극복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제경쟁4에서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고 관객들로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단편영화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감독님들이 GV를 하는 동안 영화 제작과 관련해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려고 노력해 인상 깊었습니다. 내일도 AISFF2016은 계속됩니다. 지난 3일 동안 놓쳤던 영화가 있다면 내일을 이용해 꼭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글 : 데일리팀 남다현, 정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