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 #1
# 국제경쟁1 GV
개막 이후 첫 상영이었던 국제경쟁1에서는 <실패, 삭제>, <엑소더스>, <홍수>, <탄력적 계약>, <심판>, <위 월 쓰리>가 상영되었다. 6편의 작품 중 스웨덴에서 내한하신 <위 월 쓰리>의 ‘카롤리네 잉바르손’ 감독님께서 진행에 참여했다.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에 GV는 열띤 분위기가 돌았다. 영화 ‘위 월 쓰리’는 부모님 없이 영국으로 여행을 떠난 세 소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밤새 파티를 즐긴 뒤 공항에 도착한 소녀들이 무심코 내뱉은 농담 한마디가 그들의 관계를 파국으로 이끈다. GV의 기록을 통해 영화 ‘위 월 쓰리’를 알아보도록 하자.
Q1: 어떻게 이런 흥미로운 소재를 제작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
A1: 이 이야기는 만 17세 때 나(감독)의 실화이다. 가장 친한 두 명의 친구와 처음 여행을 갔는데 만취한 상태에서 한 친구가 내 가방에 폭탄이 있다는 농담을 했다. 당시 911테러 일 년이 지난 상태여서 모두가 폭탄에 대한 두려움이 고조된 시기였다. 또한 이때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른이 되어 부족한 게 많았다. 이 일은 우정도 시험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경험이었다. 이 일을 통해 소재를 생각하게 되었다.
Q2: 소녀들의 경솔함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과장해서 절차를 몰아가는 시스템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시선이 느껴진다.
A2: 그러한 부분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 영화에서 중요하게 여긴 부분이기도 하다. 객관적인 자세를 통해 아이들이 얼마나 순진하고 무지했는지, 동시에 사건과 어떻게 심하게 부딪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아이들이 백인으로서 큰 혜택을 받고 살아왔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Q3: 세 친구의 관계가 제목에서 추정한다면 서로 깨지지 않을까 연상된다. 실제 감독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으며, 경험담인데 아직도 친구인지도 궁금하다.
A3: 이 영화 속 캐릭터 같은 경우 이 상황 이후 더는 예전 같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실제 이 문제를 일으킨 친구의 경우 이후 한동안은 친분이 있었으나, 자신이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해서 멀어졌다. 그렇지만 이 친구도 이 영화를 보았고 마음에 들어 했다.
Q4: 영화상 런던에서 스웨덴으로 간다는 설정을 들었을 때, 민감하기는 하지만 8월의 런던 국회의사당 테러가 연상된다. 이 사건이 영화제작에 영향이 있었나?
A4: 웨스트민스터 사건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영화를 만들 때는 런던 지하철에서 사건이 있어 실제로 모두가 긴장했다. 두려움이 고조된 이런 시기에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너무한 것 아닌지, 이런 사건을 꺼내는 것 자체가 미안하기도 했다.
Q5: 영화를 보니 공항에서 몸수색할 때 공포·수치심이 생긴다. 이러한 행위에 트라우마는 없는가?
A5: 당시 수색을 당하는 과정에서 다신 영국에 발을 들이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 입국 금지령이 행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폭탄 장난을 친 친구는 실제로 금지령을 받아 발을 들이지 못했다. 당시 만 17세의 미성년자라 괜찮았으나 1년 후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 나 역시도 금지령을 받았을 거다. 당시 나도 트라우마가 컸고 사건 이후까지도 부모님께서는 걱정과 불신이 들었다고 하셨다.
Q6: 혹시 감옥에서 며칠 있거나 바로 풀려났는지?
A6: 폭탄 이야기를 꺼낸 친구는 48시간 감금 처벌을 받았다. 나와 내 친구 역시도 구치소에 있던 건 아니지만 계속 심문을 받았다. 심문한 사람들도 우리의 이야기가 장난인 걸 알고 있었지만, 혼내야 한다는 생각에 서로에 대한 연락의 빈도나 의도 등을 심문했다.
Q7: 감독님의 이런 일이 우리에게 큰 감흥을 이끌었고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A7: 실제 미국 영국 호주 등 많은 국가에서 폭탄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한 번 언급했을 때 다시 말하겠습니까? 라는 말을 들었다 해서, 정말 두 번 하면 즉각 체포되는 거다. 절대 하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감독님의 말씀이 있었다. “처음 오는 한국이 너무 기대됐다.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배워보고 한국 음식들을 많이 먹어 볼 것이다. 영화제 기간 내내 다른 영화들을 많이 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명확한 의미를 가진 가치 있는 영화를 감상한 관객들 역시 웃음으로 답했다. 오늘 ‘카롤리네 잉바르손’ 감독님이 참여하시는 GV가 한 번 더 진행된다. 좋은 영화인만큼, 오늘의 GV는 더 많은 관객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국제경쟁3 GV
국제경쟁3에서는 <그녀를 보아줘>, <준비가 됐건 안됐건>, <#베어위드미>, <지에지에>, <더 컬처>, <노 그래비티>가 상영되었다. 6편의 작품 중 <그녀를 보아줘>의 고란 스톨레프스키 감독과 <노 그래비티> 6명의 감독 중 샤를렌 파리소, 모드 르메트르 블랑샤르 감독이 GV에 참석했다.
<그녀를 보아줘> 감독 고란 스톨레프스키
1) <그녀를 보아줘>
Q1: 영화에서는 두 소녀의 관계에 대해 규정을 내리지 않는데 이는 연출의 사려 깊은 점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 의도는 무엇인가?
A1: 배우들과 이야기한 바로는, 한 친구는 사랑에 빠져있지만 상대방은 같은 감정이 아닌 상황이었다. 그걸 영화에서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연인처럼 발전하는 관계이든 아니든 남자아이들의 행동이 문제가 될 뿐이다. 두 소녀의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야했다면 영화는 장편이 됐을 것이다.
Q2: 중간에 신부님이 십자가를 놓치는 장면이 다양한 의미로 해석 가능할 것 같다. 감독이 의도했던 건 무엇인가?
A2: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케도니아에서 지원금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마케도니아는 교회의 영향력이 커서 교회에서 거절을 할 경우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참고로 이전 작품의 경우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대놓고 거절을 했었다. 질문하신 장면에는 교회 의식에 대한 비판을 담았는데 이를 코믹한 이미지로 끌고 가면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썼다. 너무 티가 나지 않게, 웃을 수 있게 돌려서 비판 한다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처음에는 당연히 안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아 놀랐다. 아마 마케도니아에서는 내가 진지하게 비판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슬랩스틱 코미디를 다룬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런 지원금을 못 받고 있는 상태이다. (웃음)
Q3: 영화에 페미니즘이 반영된 건지, 동성애가 반영된 건지 관객이 어느 정도 틀을 잡고 생각해야 의도를 명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반영된 것인지?
A3: 꼭 어떤 주제와 이데올로기를 정하고 영화를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마케도니아 내에서 이러한 주제로 영화를 만들면 흥미로울 것 같다고 예상은 했었다. 조사를 해보았더니 마케도니아에서 그 해에 60여 편의 영화가 나왔는데 그 중 여성이 주인공인 경우는 2편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자주인공으로 설정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캐릭터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에너지를 가지고 있을 것인가를 우선 생각했다. 내가 호주에 갔을 때 남들은 나를 튀는 아이로 생각하곤 했다. 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일반적인 성 정체성을 갖지 않은 사람이라면 일반적 생각을 가진 집단에서 적응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노 그래비티> 감독 샤를렌 파리소, 모드 르메트르 블랑샤르
2) <노 그래비티>
Q1 : 우주비행사를 다룬 영화면 보통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각하는데 어떻게 지구로 귀환한 우주 비행사의 이야기를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또 우주 비행사의 얼굴이 드러나는 장면에서 어떤 느낌의 얼굴이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어떤 식으로 상의를 했나?
A1-1 : 사실 이 이야기는 우주비행사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가능한 이야기다. 부모님이 군대에 계신지라 이곳저곳 이사를 다녔는데 주어진 환경에 적응을 하고 또 다시 모든 걸 버리고 떠나는 등 쉽지 않은 생활을 했다. 우주비행사의 특징은 혼자만의 힘으로 다시 우주에 갈 수 없다는 것인데, 그가 어떻게 지구에서 적응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A1-2 : 연출자가 6명이기 때문에 그룹으로, 또 (졸업 작품) 교수님과도 여러 차례 논의를 했는데 결국 얼굴을 보여줘야 관객들이 캐릭터의 인간성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을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헬멧을 벗기 전까지는 주인공이 거구의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도 있었다.
Q2 : 지구에서 정착을 하지 못한 지구인이 수영장에 빠지는데, 수영장이 마치 우주처럼 보인다. 우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며 끝나다가 결국 직원이 그를 구해준다. 이 장면에서 감독의 메시지는 무엇인지?
A2-1 : 수영장 씬은 그가 우주에 있을 때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려 설정한 장면이 맞다. 여성이 그에게 손을 내미는 행위는 우주비행사도 지구에서 잘 적응해 살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A2-2 : 또 한 가지는 ‘일이 다가 아니다’라는 점. 우주비행사는 그의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으로 평생을 일에만 바쳐왔기 때문에, 그것 말고도 대인 관계나 여러 행위를 통해 느끼는 즐거움도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국제경쟁4 GV
AISFF 개막 둘째 날, 많은 분들께서 국제경쟁4를 관람해주셨다. 국제경쟁4에서는 <아리아>, <마지막 날>, <4월의 아들들>, <레버>, <다음주 수요일>, <까마귀 소녀>가 상영되었다. 그 중 <레버>의 김보영 감독님과 <까마귀 소녀>의 톰 드 빌 감독님께서 GV에 참석해주셨는데, 각자 추구하시는 제작 성향이 상반되기에 더 흥미롭고 적극적인 GV가 진행될 수 있었다.
<레버>는 한 남자가 낯선 이에게서 일자리 제안을 받는 이야기이다. 그가 할 일은 작은 방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종이에 쓰여진 번호대로 레버를 당기는 것 뿐이었다. 평소대로 레버를 당기던 남자는 헤드폰이 고장나 음악이 멈춘 사이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까마귀 소녀>는 새를 사랑하는 한 소녀에 대한 무성영화이다. 소녀가 동네의 짖궂은 소년들로부터 다친 까마귀를 보호하려 하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두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질문과 감독님의 답변을 함께 살펴보자.
Q: 각 감독님들께 인삿말을 부탁드린다.
A.김보영: 레버의 감독 김보영이다. 단체관람을 오신 것 같은데 좌석이 많이 차서, 와주셔서 감사하다.
A.톰 드 빌: 이렇게 많은 분들이 보러와주셔서 너무 행복하고 이 자리 서울에서 상영하게되어 뿌듯하다.
Q: 어떻게 이 아이디어를 얻어 영화를 연출하게 되었는지 제작과정 설명을 부탁드린다.
A.김보영: 아이디어는 갑자기 떠오른다. 한참 직장생활로 힘들었을 때, 일을 하는 게 어떤 특정 계층을 위해 인생을 바치는 것과도 같고 그런 생활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 그 때의 아이디어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A.톰 드 빌: 사실 동화를 좋아한다. 까마귀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까마귀는 똑똑해서 본인을 괴롭힌 이를 두고두고 기억한다는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이 여자애가 까마귀를 돌봄으로 까마귀가 기억하고 까마귀 역시 이 가족을 돌본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됐다.
Q: 톰 드 빌 감독은 까마귀에 대한 아이디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다른 새로 할 수도 있는 걸 왜 굳이 까마귀였는지 여쭙고 싶다.
A: 까마귀라는 새 자체가 늘 흥미롭고 신비롭다. 실제로 주인공 소녀가 까마귀를 묻으려 갔던 숲이 어머니를 묻은 숲이며 개를 산책시키느라 자주 갔던 곳이기도 하다. 언젠가 들판에 잔뜩 있던 까마귀의 이미지가 흥미로워 설정하게 되었다.
Q: 제목을 굳이 레버로 한 것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무엇 때문인가.
A: 레버에는 당기는 레버란 뜻 뿐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행위라는 의미도 있다.
Q: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지만, 좋은(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권유를 하는 내용이다. 보기 싫은 모습 대신 듣기 좋은 소리만 하며 좋은 일만 하라는 유혹으로 볼 수 있는가?
A: 네가 좋아하는 걸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Q: 흰색 선글라스를 쓰지 않은 사람은 선글라스를 쓴 사람을 말리려 한다. 원래 말릴 생각이었으나, 후에는 자신이 귀마개까지 끼우며 남에게 고통을 주는 일을 하게 된다. 이렇게 변모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잘 보여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둘은 한 사람이다. 첫 번째 흰옷을 입은 이는 주인공의 과거이자 내면을 상징한다. 후회하는 마음에 대한 연출이었다.
Q: 두 분 감독님께 질문을 드린다.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는 의미가 무엇인지와 제작 소요 시간과 비용에 대해 여쭙고 싶다. 애니매이션과 무성 영화이기에 궁굼증이 생긴다.
A.톰 드 빌: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제작하기 보다는 동화처럼 어느 지점에 깔려있는 의미와 상징들이 많다는 걸 생각하며 제작했다. 그런 걸 대놓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신호와 같은, 시골과 같은 곳에서 느껴지는 마법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제작하는데 총 4년 정도 걸렸다. 특수효과가 비쌌는데 그만큼 비용적 여유가 없어서 한가로운 여유를 가진 회사를 찾았다. 대략 35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A.김보영: 의미는 처음 말씀드린 것과 같다. 제작에 대해서는 애니이기 때문에 1분을 위해서는 한 달이 걸렸고 전체적으로는 1년 정도가 걸렸다. 전체적으로는 톰 감독님과 비슷한 비용이 들었다.
Q: 톰 감독님께 질문드린다. 특수효과가 들어간 까마귀에 대한 장면이 인상깊었다. 그 외에도 어떤 장면에서 특수효과를 사용했는지 여쭙고 싶다.
A.톰 드 빌: 특수효과가 많았다. 실제 까마귀를 촬영한 한 마리는 우연히 날아와 병이 있는 곳에서 한대 맞고 쓰러지는 것뿐이다. 그 외에는 블루스크린을 두고 실내에서 촬영했다. 그 외에도 인형을 사용해 CG를 추가, 눈, 부리 등을 움직이게 했다. 들판에서 소녀를 들어 올리는 까마귀 역시 CG이다. 또한 이미 다른 상황에서 들판에 있는 까마귀를 촬영해 붙인 것도 있다.
Q: 엔딩에 대하여 의문이 들었다. 까마귀와 소녀에 대해 여쭙고 싶다. 마지막 부분에 소녀는 진짜 까마귀가 되는 것인가?
A.톰 드 빌: 그렇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신 것처럼 소녀를 그 남자애들로부터 보호해주었던 마법이 그 이상의 힘을 얻어 까마귀처럼 변해간다고 볼 수도 있다.
Q: 마지막으로 관객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
A.톰 드 빌: AISFF에 오게 된 것이 영광이다. 다음 작품 역시도 단편을 기획중이고 비슷하게 이상하고 무서운 스토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까마귀작품은 장편으로 만들 것이고 주인공 여자애는 왕자의 게임에서 메이지 역할을 맡고 있기에 장편으로도 그대로 고민 중이다.
A.김보영: 지금은 애니 뿐 아니라 웹툰도 하고 있다. 다른 작품들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당일 GV에는 고등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있어 순수하면서도 솔직하고 즐거운 질문들이 많이 나왔다. 또한 감독님 역시도 개인적으로 관객을 위해 엽서를 준비해주시는 등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김보영 감독님이 엽서를 준비하셔서 톰 드 빌 감독님은 영화 ‘까마귀 소녀’가 관객들을 위한 선물이라는 진심이 담긴 농담을 건넸다.
#국내경쟁1
11월 2일 씨네큐브 1관에서 국내경쟁1 섹션이 진행되었다. <찾을 수 없습니다>, <시체들의 아침>, <르 모>, <성인식> 총 4편이 상영되었으며, 지세연 프로그램 팀장의 진행 하에 <찾을 수 없습니다>의 엄하늘 감독, <시체들의 아침>의 이승주 감독, <성인식>의 오정민 감독과 작품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Q: 10대의 첫사랑, 시네필, 취업준비생까지 다양한 시각의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떻게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연출 의도를 먼저 듣고 싶다.
A.엄하늘: 대구 출신이라 대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10대 시절을 대구에서 보냈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구 지하철 참사를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참사가 있던 다음 날 조화를 두기도 하고, 몇 년 동안 퀴퀴한 냄새가 나던 역 주변을 다니기도 했다. 그 당시에 10대 시절을 보냈던 대구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
A.이승주: 실제로 DVD를 천팔백 장 갖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 힘들어서 팔기 시작했고, 이걸 영화로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당시 이 작품이 나의 마지막 단편이라 생각하고 찍었다. 더 영화를 찍을 수 있겠냐는 불안함이 있었다. 여기서 영화 작업이 끝날지도 모르니 나에 대한 이야길 섞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A.오정민: 항상 작품 테마가 가족이었던 것 같고, 이번에도 가족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정을 했다. 스토리를 짜기 전에 슬프면서도 웃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나의 어머니와 나의 고민,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 등을 유쾌하게 풀어보자는 고민을 시작으로 <성인식>을 만들게 되었다.
Q: <찾을 수 없습니다>에서 이어폰을 나눠 들을 때, 처음 강변 장면에서는 이어폰이 꼬여 있어 불편해했었다. 그런데 그 후 운동장 장면에서는 미리 준비하듯이 이어폰이 펴진 채로 등장했는데, 의도하신 건지 궁금하다.
A.엄하늘: 첫 번째는 의도한 것이 맞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꼬인 이어폰을 풀고 다시 건네서 꽂고 하는 게 길고 지루해서 미리 풀어놓고 듣는다는 설정으로 찍었다.
Q: <시체들의 아침>에서 텅 빈 DVD 보관장을 보고 공포영화의 비명같이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있다. DVD 보관자로서 빈 DVD장에 대해 느낀 공포를 표현한 것 같았는데, 그 공포가 감독님이 실제로 느낀 감정인지 궁금하다.
A.이승주: 소리 지르는 것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공포를 표현한 게 맞다. 개인적으로 DVD를 하나씩 팔며 DVD가 없어지는 것이 슬펐다. 컬렉터들은 벽장에 진열된 물건을 꺼내서 듣는 것보다 꾸며놓은 벽장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많기에, 모았던 물건들이 없어질 때마다 인생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Q: 이승주 감독의 전작인 <죽부인의 뜨거운 밤>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에도 ‘고어’한 부분이 있었다. 공포영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번 작품 <시체들의 아침> 속 주인공이 ‘공포를 이길 때, 소리를 지르면 괜찮아진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그런 방식을 생각해냈는지 궁금하다.
A.이승주: 두 작품 모두 공포영화를 좋아해서 만들었다. 중고등 학생 때부터 잔인한 것들을 표현하는 데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의 관객은 공포영화를 볼 때 무서운 장면에서 소리와 박수를 친다. 저런 방식으로 공포를 즐기며 관람하니까 미국이 공포영화의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거라는 생각을 했다. 무서운 장면에 소리를 지르는 데에 모티브를 얻어 주인공에 반영한 것이다.
Q: <성인식> 감독님께 질문이 있다. 마지막 장면의 “돌아가셨어요”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가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가셨다는 게 아니라, 어머니의 새로운 도약 그리고 어머니의 ‘성인식’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구조대원이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딸이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사를 반복한다. 마지막 대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A.오정민: 마지막 대사는 시나리오에도 있었던 대사다. 딸과 엄마 사이에 누구 편도 들지 않은 채, 둘이 성인식을 치르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성인식이라는 게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 개인 대 개인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에 엄마의 죽은 척으로 부모의 죽음을 경험해본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에도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불편함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런데도 서로 아무렇지 않은 척 새 출발 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마지막 장면은 딸이 말실수했다가 자신이 한 말이 진실된 말 임을 깨닫고 웃겨서 황망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었다.
다양한 시각과 메시지를 가진 국내 단편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관객들의 열정적인 질문과 함께 나눈 소통은 GV행사를 더욱 빛나게 했다. 또한, 단편에 출연한 배우들도 행사에 참석하여 관객들과 작품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이번 국내경쟁1 GV는 작품 속 숨은 의미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마무리되었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에 그 영화를 더 오랫동안, 그리고 생생하고 의미있게 기억하는 방법은 GV이다. 아시프의 대부분 영화들은 GV와 함께 진행된다. 감상이 끝난 후 당신만의 질문을 던지며 GV에 함께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