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 #4
#국제경쟁2 GV
국제경쟁2는 <투 헬 위드 코드>, <올 마이 조이>, <2학년>, <쿠아프>, <무중력>, <더 테이프>로 6개작이 상영되었다. 그중에서도 <2학년>의 ‘지미 올슨’ 감독, <더 테이프>의 ‘세르간 파킬리’ 감독이 GV에 참여했다.
영화 <2학년>의 줄거리를 소개한다. 초등학교 2학년 학급의 담임교사로 갓 취직한 샬롯은 어느 날 밤 나치 추종자의 공격을 받고 심한 부상을 받게 된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샬롯은 자신이 맡고 있는 학생 중 한 명이 바로 그 나치 추종자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 테이프>는 어린 케난은 기도 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아버지의 알람시계에서 배터리를 꺼내 창고에서 찾아낸 카세트 플레이어를 틀어보려고 하는 이야기이다.
1) <2학년>
지미 올슨: 작년 미국에서 있었던 인종차별과 나치 시위를 보고 이 세계에 만연한 공포를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배운 풍선 트릭을 영화에 작용시켰고 아이들과 어른의 사고방식을 담아내려 했다.
Q1: 안톤과 선생의 결말이 특별하게 느껴지는데 이 결말은 어떻게 지어진 것인지 알고 싶다.
A1: 영화는 열린 결말이다.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선생님은 과연 안톤의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 할지 혹은 신고하거나 보호할지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의 입장에서는 흑인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싶지 않아 한다는 생각이 들게끔 피하려는 심리를 의도했다.
Q2: 한국에 방문하신 게 처음인가.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피부색으로 드러나는 차별이 별로 없다고 생각되는데 피부색으로 보이는 차별과 보이지 않는 차별 중 무엇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A2: 이번이 첫 방문이다. 인종차별이라는 것, 사람을 차별하는 데에는 다양한 형태와 양상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피부색을 통해 극명한 공포와 차별을 다뤘다. 유럽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차별이 이루어진다. 피부색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 차별이 한국에 없다고 한들, 한국 역시도 그 외의 것들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Q3: 영화의 제목이 한국어 번역에는 2학년으로, 실제로는 Second Class로 되어있다. Second Grade가 아닌 Class. 이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A3: 처음 생각했던 제목은 ‘위칭’, 혹은 ‘손을 꺾다’라는 단어들이었다. 후에 친구의 조언으로 2학년으로 바꾸게 되었다. 그녀는 2학년을 가르치고 있고, 사회에서 2등 시민으로 취급받고 있고, 외국인이기에 침략당해 밀려난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기도 하다.
2) <더 테이프>
세르간 파킬리: 이 영화는 실화에 가깝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결말은 다른데, 이 영화의 결말이 진정 내가 원하던 게 아닐까 싶다. 올해 완성한 영화이고 적은 예산으로 제작되었기에 친구들의 도움을 얻었다.
Q1: 마지막에 나오는 음악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특별히 그 음악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A1: 우선 음악의 어떤 특별한 메시지가 담긴 건 아니지만 조용한 시골 마을에 시끄러운 록 음악이 들린다면 어떨까. 대조적이어서 흥미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록 음악은 반항적인 면모가 있어 효과적이기도 하다.
Q2: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나 영화는 엔딩이 다르다 말씀하셨다. 실제는 어떻게 끝났는가. 선생님이라고 하셨는데 앞으로 어떻게 영화를 찍을 것인지 역시도 알고 싶다.
A2: 실제로 안에 테이프가 들어있는 워크맨을 찾은 적이 있다. 막상 재생하려고 보니 배터리가 없었다. 현재 장편영화 대본을 쓰고 있는데 지금 쓰고 있는 것은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을 좋아하고 관심도 많기에 아이에 대한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국제경쟁2의 GV는 사회의 본질이 담긴 이야기들로 진행됐다. 영화를 통해 세상과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고 내면적 구성에 대한 설명으로 영화를 더 깊게 파악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국제경쟁5 GV
11월 5일 씨네큐브 1관에서 진행된 국제경쟁5 섹션에는 <나 홀로>, <전기사자의 여름>, <해야만 하는>, <칼갈이>, <팔로워>, <우리 자신들만의 결함>이 상영되었다. 6편의 작품 중 <팔로워>의 조나단 베어 감독이 GV에 참석했다.
Q1: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1: 우리는 휴대폰으로 매일 매일 소통 하지만, 휴대폰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영화는 없다고 생각했다. 문자를 활용해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Q2: 최근에 개봉한 영화 <서치>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 영화와 연관이 있는지, 아니면 요즘 그러한 방식이 트렌드인건지 궁금하다. 또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연출 방법을 생각했는지 아니면 그 반대였는지 궁금하다.
A2: 작년에 영화를 제작했는데 그 때는 <서치> 개봉 전이었다. 그러나 <서치> 제작사에서 만든 <프로파일>이라는 영화와 스카이프를 사용하는 <언프렌디드> 등 다양한 영화를 참고해 만들었다. 왓츠앱 등을 사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연출 스타일을 먼저 생각하고 그에 맞춰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편이다.
Q3: 촬영과 연기에서 극영화와 다른 점이 있었는지.
A3: 두 배우들은 촬영장에서 마주치지 못했다. 함께 주고받는 대사가 없어서 연기하기 조금 힘들었을 것 같다. 촬영장에서 배우에게 어떤 상황이고 어떤 반응이 나와야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했다.
Q4: 공포 장르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또 감독의 다음 작품은 어떤 작품이 될까?
A4: 처음에는 보편적 스릴러를 만들고자 했으나 공포 장르가 더 적합할 거라고 생각했고 내가 공포영화를 좋아해서 이렇게 되었다. 또 공포는 관객들을 쉽게 몰입하게 만들며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최근에 스파이 스릴러 단편영화를 촬영했다. 또 <서치>를 만든 제작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팔로워>의 장편화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다.
Q5: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을 사용한 영화들이 점점 등장하고 있다. 이게 새로운 장르로 발전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일시적인 유행일 뿐일까?
A5: 내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SNS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영화는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서치>를 만든 제작사에서 이와 비슷한 형식의 작품을 10편쯤 더 준비 중인 걸로 알고 있다. 나 또한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요즘 세대는 기차를 기다리는 10분 남짓한 시간에도 핸드폰을 자주 들여다보기 때문에, 이러한 영화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국제경쟁6 GV
11월 5일 오후 5시 30분, 씨네큐브 1관에서 국제경쟁6 2회차가 상영되었다. <최후 개체>, <거짓 출발>, <새벽이 오기 전에>, <블랙 라인>, <체첸공화국>, <모범시민>을 만나볼 수 있었다. 상영 후엔, <체첸공화국>의 조던 골드나델 감독이 GV에 참석하였다.
Q1: 이 이야기는 실제 피해자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인물과는 어떻게 연이 닿았고 어떤 결심으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설명 부탁한다.
A1: 체첸공화국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일 년 반 전, 생존자의 증언을 통해 알게 되었다. 많은 생존자가 이런 상황을 피해 프랑스를 비롯한 다수의 서유럽국가로 망명했다. 그들의 이야기가 프랑스의 성 소수자 단체와 아티스트를 통해 점점 알려졌고, 현재 체첸공화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기울였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나도 몇몇 생존자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들의 신상정보를 엄격하게 보호해야 했다. 체첸공화국은 러시아 서쪽에 위치한 러시아연방 국가 중 하나이다. 주인공 역의 배우가 그 지역 출신이며, 실제로 고문을 당하기도 했던 러시아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Q2: 수용소 생활을 비롯해 영화 속 묘사가 매우 자세하며, 결말 또한 현실적이고 비극적이다. 영화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시사하고 싶었던 점이 궁금하다. 단순히 생존자의 증언을 시각화하여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것인지, 혹은 더 연장선이 있는지 궁금하다.
A2: 러시아의 성소수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어떤 폭력에 노출되었는지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물론 동성애 혐오와 동성애자에 자행되는 폭력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체첸공화국에서는 그런 폭력이 종교적 배경에서 진행되며, 정치적으로도 동성애 혐오가 장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독특하다고 느꼈고, 단편이란 짧은 장르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다양한 폭력에 희생되는지를 말하고 싶었다. 극 중, 한 남자는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한 사람은 정부가 독려하여 가족에게 죽임을 당한다.
Q3: 엔딩 크레딧 속, 중얼거리는 목소리의 정체와 의미가 궁금하다.
A3: 굉장히 미묘한 부분인데, 알아채 주어서 감사하다. 영화 속 가족은 분산된 모습을 보인다. 아들을 굉장히 사랑하지만, 그에게 실망한 가족도 있고, 그를 더 큰 고통과 아픔에서 해방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이슬람 기도가 조용하게 들린다. 기도는 죽은 이에게 애도를 표하고 그를 존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체첸공화국에서는 동성애자들이 죽음을 맞이할 때, 법적으로 그들에게 제대로 된 종교적 매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조용하게 들리는 이슬람 기도로 그의 죽음을 존중하고 애도하고 싶었다.
Q4: <체첸공화국>은 실화와 피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영화를 제작할 때, 증언의 진위판단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
A4: 영화를 만들면서 진실을 담아내고, 사실과 근접한 이야기를 만든다는 게 가장 중요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조사를 통해 실제 경험자들의 이야기가 공통점을 갖고, 같은 내용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 작품은 프랑스 정부의 공공지원금을 받아 제작되었다. 실제로 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실제 사건에 기반하고 사실을 담아내고 있단 걸 증명해야 했다. 따라서 주어진 정보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실제로 이 상황은 비밀이 아니다. 핸드폰을 집어서 구글링하면 체첸공화국의 끔찍한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단 걸 알 수 있다. 영화가 제작되고 상영되는 동안에도,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밝혀졌다. 이주 전에는 영화에 등장하는 수용소가 실제로 더 큰 규모임이 드러났다.
또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동성애 혐오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협박과 위협을 받았다. 비밀리에 촬영을 진행했고 함께 작업했던 체첸 관계자의 신상정보도 비밀로 유지해야 했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 많이 두려웠으나, 우리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는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우리가 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
Q5: 영화 작업의 모든 걸 비밀리에 부쳐야 했던 상황에서, 배우나 스태프 모집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는가.
A5: 사실 스태프 모집은 어렵지 않았다. 전작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어 했고 이 프로젝트가 가진 메시지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프랑스 영화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 특히 자유에 대한 메세지를 담고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배우 모집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다. 러시아에 있는 배우 에이전트에 연락했지만, 프랑스 제작이라 관심을 가졌던 에이전트도 영화 주제를 듣고 발을 뺐다. 직접 학교를 찾아가고 다른 동료들의 입소문을 통해 배우를 모집하고 모든 캐스팅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많은 배우들이 실제로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었기에 그들 스스로 큰 위험에 처하게 될 수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러시아가 입국을 거부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위험한 프로젝트였기에, 처음부터 스스로 결정하고 완전히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모두가 나의 요구를 들어줘서 잘 작업할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온 체첸공화국의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준 <체첸공화국>에 대해 더 깊숙이 알 수 있던 시간이었다. 감독은 GV 동안 우리들이 체첸공화국에 퍼져있는 끔찍한 상황을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조던 골드나델 감독은 “<체첸공화국>이 다양한 나라의 영화제에서 상영되어 기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