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프를 찾은 10인에게 물었다! ‘단편이어야 하는 이유’
올해 16주년을 맞이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이하 ‘아시프’)는 국내 최초이자 국내 대표 국제경쟁단편영화제이다. 지난 16년 동안 아시프는 단편의 매력을 발굴하여 국내 관객들에게 알려왔다. 매년 늘어나는 출품작과 함께, 단편작을 보기 위해 아시프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들은 단편영화의 무엇에 이끌려 아시프에 온 것일까. 아시프가 열리는 광화문 씨네큐브를 찾은 10명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단편의 매력’과 ‘단편이기에 가능한 것들’을 물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단편과 장편의 차이점과 단편영화의 가장 큰 매력을 말해달라. 그리고 본인에게 단편영화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A.김지은: 영화 길이가 길고 짧고의 차이가 가장 큰 것 같다. 단편영화는 짧지만 강한 교훈이나 여운을 주는 것 같다. 나에게 단편영화는 ‘고농축’이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내용과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A.정수경: 장편은 시간이 길어 이야기를 풀 여유가 있는 반면에, 단편은 이야기 진행에 필요한 여러 장치를 설치하는 게 아니라, 한 번에 때려 박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에게 단편영화란 ‘시도’이다. 길게 끌고 가기에 부담스러운 주제를 시도할 수 있으며, 장편 제작을 향한 시도이자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김민정: 장편과 단편의 차이는 역시 영화의 길이이다. 장편은 길고 잔잔하게 의미를 주는 반면, 단편은 짧게 속성으로 많은 의미를 전달한다. 때론 잘 만들어진 장편영화보다 의미부여가 강한 단편영화가 더 인상적이다. 나에게 단편영화란 ‘와사비’이다. 짧고 강렬하게 나를 치고 가기 때문이다.
A.최윤지: 단편은 단시간에 사람을 끌어당긴다. 지구력과 참을성이 없는 사람도 즐길 수 있다. 나에게 단편영화란 ‘100m 달리기’이다. 단시간 안에 사람을 끌어당겨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손가영: 집중도가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단편은 짧은 시간 내에 사람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매력이 있다. 10분짜리 단편으로도 눈물을 흘린 적이 있을 만큼, 단편이 인격체라면 ‘강단 있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나에게 단편영화는 ‘핵인싸’이다. 인싸처럼 눈에 확 띄고, 트렌드 반영에도 좋기 때문이다.
A.김소희: 단편은 장편에서 못 보여준 스토리나 영상 기법 등을 실험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것 같다. 3, 4분짜리 임에도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것처럼, 단편영화는 ‘강렬’하다. 장편보다 느낌이 확 와닿을 때도 있으며, 몰입감이 강해 장편처럼 길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A.이연화: 장편은 좋은 내용도 많지만, 상업적인 느낌이 강하다. 반면에 단편영화는 상업적이지 않으며 깊은 교훈을 주는 느낌이다. 또한 인위적이지 않고 꾸밈없는 매력이 있다. 나에게 단편영화는 ‘발견’이다. 새로운 배우 혹은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김중원: 단편은 감독의 개성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단편은 상업적인 측면과 멀어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을 드러내는 데에 장편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단편영화란 ‘캐리커처’이다. 인물의 특징을 잡아내 짧은 시간 안에 그려낸다는 점이 닮았다.
A.양호창: 단편영화는 장편영화로 내딛는 한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단편이 새싹이라면 장편은 나무이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위플래쉬가 단편으로 선보인 후, 장편으로 많은 관객과 만났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짧은 시간 내에 감독의 의도나 인물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나에게 단편영화는 ‘물방울’이다.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것처럼, 단편들이 모여 큰 작품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A.김도영: 장편은 쉽게 볼 수 있지만, 단편은 그렇지 않다. 단편을 볼 때, 확 몰입되었다 빠지는 매력이 있다. 또한, 단편영화는 ‘유니크’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에 생각보다 단편영화관이 많다. 단편영화를 좋아해서 자주 찾아가는 편이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단편영화이지만, 보러 가는 재미가 있다.
개성 넘치는 10개의 답변 속엔 공통점이 존재했다. 사람들은 모두 단편의 근본적인 특징인 ‘짧은 길이’가 주는 힘을 강조했다. 많은 이들이 단편의 강한 개성과 독창적인 스토리에 강력한 울림을 받았으며, 장편보다 자유로운 장르와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점을 단편만의 매력으로 뽑았다. 그 밖에 의견으로, 단편은 더 큰 작품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도약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단편을 본 이들이 받은 동일한 감정, 그리고 각기 다른 생각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짧지만 굵직한 한 방을 날리는 단편영화, 보면 볼수록 더 매력적인 단편작들의 매력에 빠지고 싶다면 아시프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