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가 단편영화가 된다면?
![20181103_184652](http://gisff.kr/wp-content/uploads/2018/11/20181103_184652.jpg)
AISFF에서는 ‘단편’ 경쟁작들을 상영한다. 단편영화는 짧은 씬으로 한정되어 있기에 대부분 현실에 기반을 두고는 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 속에서 만약 ‘나’의 이야기가 단편영화가 된다면, 어떤 순간을 소재로 삼을지에 대하여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아시프인들, 영화 제작자와 활동가, 관객까지 자신만의 영화 이야기를 들어보자.
영화 그래비티를 큰 상영관에서 혼자서만 보게 된 적이 있다. 상영관이 이 곳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보는 SF영화. 심지어 금요일 밤이었다. 그래비티가 인기가 많았던 시기였는데도 그랬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어두운 곳이었는데,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영화와 현실이 구분이 되지 않는 이야기, 내가 영화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소재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영화화 되면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다시 직접적으로 경험하기는 두려우면서도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본 영화 중에서는 ‘개구리’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쿠아프>라는 영화였는데 홀로 남겨져 행하게 되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화 소재와는 많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 ‘혼자’인 점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11월 2일 국제경쟁2 관객 강경현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학교를 다닐 때 보다는 즐거웠지만 권태롭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 미대입시에 실패한 친구가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나를 부러워하는 반면 나는 지금의 내 상황이 즐겁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삶을 단면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고뇌를 한 적이 있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해서였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도, 이 이야기가 영화화 된다면 의도된 것들 말고도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어느 상징이 들어갔으면 싶기도 하다.
– 11월 2일 국제경쟁2 관객 정서현
고등학교 삼학년 때, 수능이 연기된 적이 있다. 열 몇 시간 전이었는데, 친구한테 전화를 했는데 안 믿고는 했었다. 당시 포항에서 지진이 났는데, 설마 진짜 연기되겠어? 하고는 했다. 다른 친구들과 수능이 연기되자마자 좀비마냥 다들 책을 주우러 갔다. 초중고 총 12년, 수능과 대학을 바라보며 살았던 그 날, 막상 아무것도 안 하니 공부는커녕 다 끝난 기분이어서 영화를 본 적도 있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세상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살면서 많이 해볼 수 있는 경험은 아니었기에 이 소재를 통해 일주일간 벌어진 사건에 대해 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다. 세상과 연락을 끊고 다 살아가던 사람이 그토록 중시하던 곳, 막상 수능장에 갔는데 아무도 없는 그런 황당한 이야기는 어떨까 싶다. 블랙코미디 느낌으로 진행되어도 좋을 것 같다.
-자원활동가 아.자! 운영지원팀 김중원
거창한 내용은 아니고, 가위를 처음 눌렸을 때의 공포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내 삶의 순간을 소재로 삼는다 해서 전부 논픽션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가위에 눌렸던 순간에는 꿈을 꾼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감각했다.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건 처음이었다. 누군가 방 뒷문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길래 당연히도 가족인 줄 알았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누군가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다. 처음 가위를 눌렸던 순간을 살려 가위에 관련된 공포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중심 사건은 ‘얼굴을 외면하려는 시도’로 만들어보고 싶다. 오늘 본 영화 중에서는 <나 홀로>와 <해야만 하는>이 기억에 남는다. ‘얼굴’이라는 소재를 생각하게 만든 영화는 <나 홀로>였고, ‘불안감’이 조성되는 것은 <해야만 하는>에서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 11월 3일 국제경쟁5 관람객 김혜린
나는 단편영화를 찍었다. 단편영화를 찍었던 그 때에 대해, 영화를 찍는 영화를 찍고 싶다. 5명이서 제작부터 촬영, 편집까지 끝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러던 중 다툼이 있기도 했다. 더군다나 비까지 왔던 탓에 촬영이 지연되기도 했었다. 그 상황을 사건으로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촬영이 미뤄지기도 했던 과정까지도 담아보고 싶다. 아시프에서는 좋은 단편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단편이기에 더 명확한 사건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나’의 이야기를 찍어보고 싶기도 하다. 사실 좋은 작품을 제작하신 감독님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
– 자원활동가 아.자! 행사지원팀 권지현
영화 작품 안에서의 배경은 다양할지언정, 그 영화를 찍는 것은 우리의 ‘현실’에 기반을 두고있다. 그렇기에 작품 자체에도 현실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많은 작품이 고유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관객과 배우, 감독과 비평가 등 모두의 주관이 반영된다. 이 주관 안에는 자신만의 경험과 사상이 반영되어 있다. 우리는 ‘나’의 순간과 그 이야기를 돌아봄을 통해 더 나은 감상을, 제작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AISFF에서는 수많은 단편영화들이 상영된다. 이 중에서 나의 이야기와 비슷한 지점을 가진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단편영화제만의 묘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