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 피칭
11월 3일, 문호아트홀에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펀드 프로젝트 피칭이 열렸다. 제작을 앞둔 작품을 발표하고, ‘사전제작지원제도’를 통해 수상자에게는 최고 1천만 원, ‘주한중국문화원상’에는 총 500만원의 제작비가 지원된다. 이 수상작은 폐막식에서 공개 될 예정이다.
올해 피칭 지원작은 총 111편으로 최종적으로는 6편의 작품이 본선에 진출했고, 선정된 프로젝트들은 피칭을 위해 예심위원들의 멘토링과 전문 강사의 프레젠테이션 교육을 받아왔다.
선정된 작품은 <언니 유정>, <마운틴 코코아>, <별도 좋은데>, <피터팬의 꿈>, <창진이 마음>, <노르웨이 맨>으로 6개작이다. 한국 단편영화의 발전과 활성화를 기대하며 행사가 진행됐다.
1. <언니 유정> / Dir. 정해일
몇 년 전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언니 유정과 동생 기정. 어느 늦은 밤, 퇴근을 하고 들어온 언니 유정은 화장실에서 헛구역질을 하고 있는 동생을 발견하고 술을 마셨나며 나무란다. 며칠 뒤 걸려온 경찰의 전화에서 유정은 동생 기정이 며칠 전 몰래 아이를 낳고 영아유기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해일 감독은 “전작에서는 두 명의 직원을 다 담아내도록 영화를 만들다 보니, 분량도 길어지고 생각했던 것보다 아쉬운 지점이 많았다. 언니와 동생의 에피를 쓰고 싶기는 했지만 언니 유정을 바라보는 것을 만들고 싶다. 그것에 대한 부분은 담담하게 쌓아올리면서 진행해야한다. 아직은 완성하지 않은 시나리오기에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매력적이다’, ‘사생아와 언니 등 꽂히는 소재이지만, 그 딜레마의 주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2. <마운틴 코코아> / Dir. 조유경
다른 나라에서 소외감을 느낀 노마는 어학연수를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한국에 온 첫 날부터, 노마는 등산객과 바뀌어버린 자신의 가방을 찾기 위해 봉화산에 오르며 예기치 못한 사건들과 마주친다.
조유경 감독은 “우리는 종종 나만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소외감이 들고 자신이 외계인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소외감이 어떻게 큰 위로를 가지게 되는가와 동심에 관해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를 만들려 한다. ‘웃어버릴 수 있는 힘,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이 감독의 기점이 되어 주인공을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운틴 코코아는 ‘겨울의 따뜻함도 있지만 힘이 있는 영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촬영에 대한 많은 조언을 얻었다.
3. 별도 좋은데 / Dir. 서은아
고속도로의 졸음쉼터에서 자살을 준비하고 있는 창섭, 그런데 한 낯선 남자가 라이터 좀 빌려달라며 창문을 두드린다. 잠시 후, 또 다시 창문을 똑똑 두드리며 찾아온 낯선 남자. 창섭은 도대체 자꾸 왜 그러냐며 성을 낸다.
서은아 감독은 작품에 대해 “삶의 아이러니를 그려내고 싶었다. 때론 서스펜스를, 때론 동화같은 톤 앤 매너를 계획 중이다. ‘별도 좋은데’는 차마 다 말하지 못하는 것을 전하는 이야기이다.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별도 좋은데’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장르가 공존하는 것이 좋았고, 단편다운 설정이 잘 된 영화이다’, ‘전반적 긴장감이 잘 끌릴 것 같아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4. 피터팬의 꿈 / Dir. 엄하늘
상범은 전 학교에서 게이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다가 전학을 오고 민하를 만난다. 그리고 연애를 시작하게 된 두 사람. 두 사람은 100일 여행을 맞이해 정동진으로 가출을 하기로 한다.
엄하늘 감독은 “누구나 10대 시절, 친구들과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어느 소년 커플의 이뤄지지 못할 사랑을 그려낸다. 이전 작품과는 달리 높은 완성도를 만들 것이고 심층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들은 어른이 되고 싶지만 어른이 되면 괴롭다는 걸 알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10대 시절 이루지 못했던 꿈이 있나. 제 10대 시절이 그리움으로만 남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피터팬의 꿈은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이들의 ‘신뢰’와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신뢰를 상부에 놓고 보자면 사랑과 사람에 대한 신뢰가 되기도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5. 창진이 마음 / Dir. 궁유정
성덕초등학교 5학년 3반 담임인 명현은 자신의 반 창진이가 방과후 수업비 5만원을 미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창진은 명현의 책상에 5만원을 두고 갔다고 우기고, 아무래도 창진의 말을 믿을 수 없는 명현은 자신만의 교육 방식으로 창진의 나쁜 버릇을 고치려 한다.
궁유정 감독은 “누가 애고 누가 어른인지 모르는 우스꽝스러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명현은 이 출구없는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 창진이는 정말 5만원을 냈는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시작된 시나리오다. 영화 속에서는 증거도 뭣도 없다. 우리는 창진이를 왜 그렇게 보게 되었는가. 시선과 편견에 대한 생활형 미스터리이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 오만원은 우리의 흔한 상황이 될 수 있기에 더욱 자연스러운 출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6. 노르웨이 맨 / Dir. 최은솔
노르웨이로 입양을 간 노르웨이맨은 유전병 때문에 살날이 몇 달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4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한국 사람들은 그런 그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노르웨이에서 온 그 남자’라고 부른다.
최은솔 감독은 “이 영화는 우연히 본 기사에서 시작된다. 42세 노르웨이인의 고독사였다. 기사에 첨부된 그의 여권사진을 보고 동정심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노르웨이의 남자로 불렸을 것이고, 노르웨이에서는 한국인으로 불린 남자. 그 뼛속까지 외로운 그를 생각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다소 이야기는 전형적일 수 있으나 ‘인문학적인 정서, 감독이 가진 세계관에 대한 것을 엿볼 수 있어 단단한 느낌’과 함께 ‘아픈 현실이지만 그것을 따뜻하게 바라보려는 시선을 담을 수 있겠다’는 것을 느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6명의 발표가 마무리 되었다. 영화를 만드는 데에 있어 큰 지원금이 수여되는 펀드 프로젝트 피칭이니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은 6편의 심사 프레젠테이션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면서 열정적이었다. 제작비 1천만 원과 내년 상영 기회, 이를 모두 가져가게 될 영광의 주인공은 6일, 폐막식에서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