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 #2
#국제경쟁5 GV
국제경쟁5에서는 <나 홀로>, <전기사자의 여름>, <해야만 하는>, <칼갈이>, <팔로워>, <우리 자신들만의 결함>까지 총 6편의 단편이 상영됐다. 그 중 싱가포르 애니메이션인 <해야만 하는>의 ‘제럴드 청’ 감독이 GV에 참여했다.
영화 <해야만 하는>에서 부부는 그들의 첫 아이가 죽었던 기억에 맞서 힘겨운 시간을 버티며 곧 출산할 둘째를 기다린다. 그들의 회상은 집 안 곳곳에 숨어있던 어둡고 억눌려있던 과거를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독특한 영상미가 돋보이는 ‘해야만 하는’을 함께 살펴보자.
Q1: 원작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아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되었나?
A1: 원래는 단편 소설 같은 이야기였는데, 얼마 전 작고하신 예전 문화부 장관이 쓴 것이다. 정치인이 문화적인 것을 먼저 하셨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원작은 고작 4페이지였는데 그걸 읽고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곱씹었다. 단순한 이야기였지만 여파가 커서 애니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Q2: 실사 단편을 만들 때는 한두 달 걸리는데, 애니메이션의 경우 제작에는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리나?
A2: 이 영화의 경우 4명의 애니메이터가 6~9개월에 걸쳐 만들었다. 조금 오래 걸린 케이스인데 컴퓨터로 작업하고 프레임별로 출력해서 연필로 채색을 했다. 계속 흔들리는 느낌을 만들기 위해서였고 이를 통해 긴장감을 연출하려 했다.
Q3: 제목과의 연관성을 생각하고 봤을 때, 아빠는 아이가 아프기 때문에 죽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연상되는데 명확하지 않다. 그것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아이가 원래부터 아픈 건 엄마가 몸이 안 좋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에 대한 보충 설명이 있는가?
A3: 우선 첫 번째 질문에 대해 답변을 드리자면 그 두 가지 부분에 대해 보는 사람의 느낌에 따라 양쪽으로 가능하게끔 해석되도록 만들었다.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어떤지, 잘 보면 남편은 아내를 비난하고는 한다. 또한 남편은 아이 문제도 그렇고, 계속해서 아내의 탓으로 몰아가고는 한다. 중국 문화에서도 실제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엄마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잘 보면 아내가 아니라 남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고, 그가 한심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다. 아이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폭력성을 가진 인물이라는 걸 보여준다. 아빠이면서도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하면서 이해와 반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제작했다.
한글 제목은 ‘해야만 하는’인데, 영어 제목은 약간 다르다. What has to be. 꼭 해야 한다는 뜻보다는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라면’이라는 의미가 강하기도 하다. 이것을 굳이 이렇게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역할, 통념과 책임에 대한 질문을 역으로 던지는 의도가 있기도 하다.
Q4: 남편의 크기가 아내와는 상대적으로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하고는 한다. 이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는가.
A4: 이 두 사람의 관계뿐 아니라 부부, 친구 등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보여주려 한 시도는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커져 보일 때는 그 사람의 역할이나 힘, 책임 등이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남편이 우월하다고 느껴질 때는 그의 덩치가 커지고, 아내가 힘을 가질 때는 아내에 대한 클로즈업으로 아내가 커진다. 반대쪽이 커졌을 때, 그 상대인 남편은 멀리 보이며 작아지고는 한다.
Q5: 연필 스타일로 연출이 됐는데, 감독님 고유의 스타일인지 이 작품에 어울릴 것 같아 취한 방식인지 궁금하다.
A5: 나는 원래 스톱모션 애니를 한다. 이전에는 주로 인형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연필을 사용하는 아티스트의 영향을 받았다. 보면, 배경이 뿌옇게 드러나 있기도 하고, 흑연이 번진 듯 표현된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긴장감, 초조함 등을 위해서였다. 원작에서 느낀 점처럼 그것들을 영상에서도 보여주고 싶었다.
감독은 GV에 참여한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당분간 계속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고 언젠가는 장편 애니메이션도 고려 중이다. 그리고 실사 영화를 보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기에 실사 단편도 만들고 싶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GV를 마쳤다.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더 두드러질 수 있도록 개성있는 영상미가 더해진 영화였다.
#국내경쟁1 GV
11월 3일 CGV피카디리 2관에서 국내경쟁1 섹션이 진행되었다. <찾을 수 없습니다>, <시체들의 아침>, <르 모>, <성인식>이 상영되었고, 4편의 작품 중 <시체들의 아침>의 이승주 감독이 GV에 참여했다.
Q1: 감독님께서 DVD를 실제로 판매하셨다고 했는데, 구매자 중에 실제로 여고생이 있었는지?
A1: DVD를 판매할 때 직거래는 안하고 우편 거래를 주로 했는데 그중에서 여고생은 없었다. 지금은 약 스무 장 남아있는데, 남아있는 DVD는 정말 좋아하는 영화와 블루레이로 나오지 않은 영화들이다.
Q2: 주인공인 성재가 감독님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여고생 캐릭터는 어떤지?
A2: 여고생 캐릭터는 나의 십대 시절, 성재 캐릭터는 30대인 지금의 모습을 담은 것 같다. 중학생 때부터 서울에 올라와 비디오를 구하려고 고군분투하곤 했었는데 그런 모습이 많이 담겨있다.
Q3: 이승주 감독의 전작인 <야근 수당>, <죽부인의 뜨거운 밤> 등과 이번 작품 <시체들의 아침>에서 공통점이 보인다. 삶의 비애가 느껴지는 순간, 아이러니 등 주로 웃픈 상황을 다루고 있으며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에 가까운 것 같다.
A3: 정확하게 파악했다. (웃음)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적은 없지만, 아이러니가 기본으로 깔려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인간은 어리석다’와 같은 주제를 좋아하고 웃음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다.
Q4: 또 주인공 이름은 항상 ‘성재’다. 그 이유가 있는지?
A4: 친구 중에 성재라는 친구가 있는데 나를 따라 연극 영화과로 왔다. 하지만 나는 결국 입시에 떨어져서 연극 영화과는 가지 못했고. (웃음) 친구가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됐으니 책임지라는 식으로 말해서 그 친구의 이름을 따왔다.
Q5: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를 찾은 소감은?
A5: 지금까지 단편영화를 10편정도 만들어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여러 번 출품했지만 계속 떨어졌다. 그러다가 이번 작품으로 처음 오게 되었다. 어제와 오늘 이틀 간 GV에 참석했는데 아침부터 영화관을 찾아주신 관객들께 너무 감사하다. 다른 영화제도 다니면서 내 영화가 어느 스크린에서 제일 최적인지 테스트 중인데 이곳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웃음)
# 국제경쟁6 GV
11월 3일 오후 1시, 광화문 씨네큐브 1관에서 ‘국제경쟁6’이 상영되었다. 알렉스 샤드의 <최후 개체>, 기욤 블랑셰의 <거짓 출발>, 가브리엘 반데르파의 <새벽이 오기 전에>, 마크 올렉사, 프란체스카 스칼리시 공동 연출의 <블랙 라인>, 조던 골드나델의 <체첸공화국>, 마지막으로 김철휘의 <모범시민>이 상영되었다. 이번 GV는 <모범시민>을 연출한 김철휘 감독이 참석하여 무대에 올랐다. 그의 작품은 쓰레기로 엉망인 더러운 경마장 화장실을 배경으로 한다. 말끔한 차림의 호준이 화장실에 들어와 이곳저곳 둘러보더니 화장실을 치우기로 마음먹는다. 김철휘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단편 속 숨은 이야기를 알아보자.
Q1: 경마장 화장실과 관련된 이야기를 만든 계기가 궁금한데 제작 과정 설명을 부탁한다.
A1: 고시텔에 살던 시절, 그곳의 공용화장실이 너무 더러웠다. 변기 뚜껑이 닫혀있을 때마다 열기 두려웠는데, 그때 아이디어를 얻어 경마장과 연관된 이야기를 만들었다.
Q2: 이 이야기가 백 퍼센트 상상에 의한 것인지, 어느 정도 경마장을 조사하면서 영감을 받은 건지 궁금하다.
A2: 경마장에 대한 경험은 없었다. 경마장을 소재로 정한 후 한 번 가보았는데, 거기서 일어나는 사건보다는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과천 쪽 경마장은 깨끗하게 잘해놨는데, 사람들의 눈빛은 그렇지 않은 분위기가 재밌어서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다.
Q3: 주인공이 할아버지에게 담뱃값으로 만원을 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주인공이 이 할아버지가 다시 돌아올 거란 확신이 없음에도 만원을 준 이유는 무엇인가?
A3: 뭔갈 쟁취하고 그 자리까지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면,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을 쓰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할아버지가 다시 화장실로 돌아올 거란 작은 가능성에 투자한 것이다. ‘호준’이란 인물이라면 그렇게 행동했을 거로 생각하여 진행했다.
Q4: 마지막에 주인공이 찌꺼기를 꺼내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과 함께 할아버지가 한 곳을 응시하는 컷이 반복된다. 이 두 장면을 번갈아 가며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
A4: 두 컷을 반복한 건 편집과정에서의 선택이었다. 처음 편집 당시엔 주인공의 상황을 끝까지 보여준 후, 할아버지 컷을 붙였는데, 제가 보았을 땐 재미가 없었다. 이걸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편집을 다시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교차편집 형식이 관객이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이렇게 편집하였다.
Q5: 앞으로의 작품계획과 이번 GV 소감을 부탁한다.
A5: 요즘 영화제를 다니면서 좀 쉬었다. 생각도 할 겸 여행도 다니면서 쉬었다. 이제 장편을 작업하고 싶어서, 장편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 이렇게 많은 관객분이 찾아와 영화를 봐주어서 감사하다. 좋은 시간이었다. 감사하다.
김철휘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를 마무리하며,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의 첫 작품인 <모범시민>으로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만큼, 앞으로의 그의 작품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국제경쟁4
CGV피카디리 2관에서 진행된 국제경쟁4 섹션에는 <아리아>, <마지막 날>, <4월의 아들들>, <레버>, <다음주 수요일>, <까마귀 소녀>이 상영되었다. 6편의 작품 중 <까마귀 소녀>의 톰 드빌 감독과 <레버>의 김보영 감독이 GV에 참석했다.
1) <까마귀 소녀>, 톰 드 빌
Q1 : 촬영에 사용된 까마귀가 당신의 얼굴을 알아보았는가?
A1 :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까마귀는 한 마리인데 깃털이 빠져서 모히칸 스타일처럼 보였다. 너무 아파보이는 것 같아 돌려보내고 깃털이 좀 자랄 때 까지 기다린 뒤 다시 데려왔는데 까마귀가 ‘또 이 사람이군.’ 하고 생각했을 것 같다. (웃음)
Q2 : 세 명의 소년이 나오는데 모두 다 가면을 쓰고 있다. 어떤 가면이 제일 마음에 드는지?
A2 : 영화를 기획했을 때 처음 그린 가면은 새의 부리처럼 코가 긴 가면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의사가 흑사병이 돌았을 때 썼던 것과 비슷하기도 하고 동화 속 고블린의 느낌을 내기 위해 이렇게 디자인했다. 내가 그린 형편없는 그림을 전문 아티스트가 업그레이드 시켜주어서 가면이 완성되었다.
Q3 : 주인공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대사 없이도 새에 대한 애정이 섬세한 연기를 통해 잘 표현된 것 같다. 이 배우와 작업하는 게 어땠는지?
A3 : 그녀는 오직 눈만으로도 여러 감정을 표현하는 배우라서 꼭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까마귀에게 지렁이를 먹이는 장면을 촬영할 때 2가지를 준비했다. 먼저 젤리 지렁이를 먹는 척 해달라고 부탁하고 이 부탁이 통하지 않으면 현금을 쥐어주며 설득하는 것이다. 걱정과는 달리 그녀는 내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낚시꾼들이 입에 지렁이를 보관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며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지렁이를 입에 넣고 연기를 했다. 하지만 현금을 준비했다는 것은 배우가 모르기 때문에 꼭 비밀로 해 달라. (웃음)
2) <레버>, 김보영
Q1 : 영화를 제작할 때 영감을 받았던 다른 애니메이션이 있는지?
A1 : 그림 스타일은 일본 단편애니메이션에 주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인물을 드로잉할 때는 서있는 곰 사진을 참고하기도 했다. 곰이 체형이나 걷는 스타일이 사람과 꽤 비슷하다. (웃음)
Q2 :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초현실적이고 강렬한 이미지의 공포물들이 종종 보인다.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A2 : 나는 호러는 잘 못 본다. 귀엽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만들었는데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지금 알았다. (웃음) 피가 낭자하는 공포물보다는 귀여운 캐릭터가 이미지와 반대되는 행동을 했을 때 관객들이 좀 더 무섭게 느낄 것 같다.
#국내경쟁2 GV
11월 3일 광화문 씨네큐브 1관에서 국제경쟁6에 이어 국내경쟁2가 상영되었다. 한정재 감독의 <중지손가락>, 서보형 감독의 <솧>, 윤동기 감독의 <손이 많이 가는 미미>, 송예진 감독의 <환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GV에는 한정재, 서보형, 윤동기, 송예진 감독이 모두 참석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Q1: 감독분들 모두께 질문드린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A.송예진: 내가 속한 세대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자료를 조사하던 중 입사 취소라는 문제를 발견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겪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10명 중 3명이 겪는다는 데에 충격을 받았고, 기업들의 일방적 행태 속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A.윤동기: 사실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5, 6년 전 익명게시판 같은 곳에서 처음 본 웹툰이었다. 영화 찍을 타이밍에 그때 봤던 웹툰이 떠올라 영화 소재로 찍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원작자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를 만들었다. 왜 이 소재를 선택했느냐에 대해선, 영화를 찍을 당시의 열정과 낭만에 관련된 이야기를 찍고 싶어서라고 말하고 싶다.
A.서보형: 영화 만드는 과정이 나에겐 항상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번엔 ‘캐스팅’에 대한 영화를 찍고 싶었고, 캐스팅이란 단어를 찾아봤더니, ‘주물, 주조하다’ 라는 단어가 있었다. ‘배역’이란 틀 안에 배우를 집어넣는다는 말인 듯한데, 이런 관계가 흥미로웠다. 자기 틀에 대상을 맞추려는 폭력성을 말하고 싶었다.
A.한정재: 제가 학창시절에 겪었던, 그리고 바라보았던 남자친구들끼리의 관계를 영화로 풀어보고 싶었다.
Q2: <환불>에서 주인공이 환불하러 가기 직전에 입사 취소에 관한 보상금처리 장면이 나온다. 그때 주인공이 울면서 나간다. 보상금을 받고 나간 건지, 아니면 기분이 나빠서 나갔던 건지 궁금하다. 그리고 환불하러 갔다가 다시 취소하는데, 그때 주인공의 마음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A.송예진: 면접을 봤던 하루에 대한 보상금 결말은 관객들에게 열어두고 싶었다. 솔직히 저는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걸 받을 수 밖에 없는 스스로가 더 처량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환불받지 않고 돌아가는 과정에서는, 옷 자체가 수진이이며, 상품화된 인간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입사담당자와 달리, 옷가게 주인은 본인 잘못이 아님에도 책임지는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수진은 그 모습에 나름의 위로를 받고 옷을 환불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언젠가 이 옷을 입고 말겠다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수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Q3: <솧>에서 배우를 위치시키는 방식이 다른 영화에 비해 독특하다. 이런 방식을 차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A.서보형: <솧>은 롱테이크 작업으로 이뤄졌다. 전에 안 해본 걸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에 롱테이크를 생각했다. 카메라가 굉장히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움직임이 잘 감지되지 않으나, 트랙아웃을 하고 있다. 여기서 컷의 느낌을 가져갈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한 것이 프레임이었다. 프레임은 카메라에 보이지 않는 부분과 보이는 부분을 나누는 틀이 된다. 그게 감독이 가지고 있는 틀과 연관 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Q4: <중지손가락>에서 권투에 관한 장면이 나온다. ‘권투’라는 운동에 주목한 이유가 있는가?
A.한정재: 어릴 때 짧게나마 권투를 해본 적이 있다. 스파링 단계로 넘어가면서 되게 위험한 순간들이 왔었다. 운동을 넘어서는 쾌감이 있는데, 그때 느꼈던 지점들로 영화를 구성해보려고 했다.
Q5: <손이 많이가는 미미>의 마지막 장면에서 ‘호주를 가자’고 한다. 왜 호주를 선택했는지,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A.윤동기: 작품 속에 많은 오마주가 들어있다. 그 중 <내일을 향해 쏴라>라는 작품에서 두 주인공이 볼리비아에 가는 장면이 있다. 여행지로 기대했지만, 기대와 달리 허름한 곳이라 실망한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가는 미미>에서 김 팀장이 “남자친구랑 볼리비아도 같이 다녀왔다며” 라는 대사를 넣었다. 또한, <내일을 향해 쏴라> 마지막의 두 주인공이 죽음을 마주하지만 “이번엔 호주 가면 실패 안 한다. 볼리비아는 실패했지만…”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이 떠올라 장소를 호주로 정했다.
이번 GV는 국내경쟁2 상영작의 감독들이 모두 참석하여 네 작품에 대해 더 깊게 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또한 관객들의 열정적인 질문으로 훈훈하고, 뜨거운 분위기 사이에서 섹션이 진행되었다. 감독들의 차기작 또한 내년 아시프에서 다시 만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GV를 마무리한다.
#국제경쟁1 GV
CGV피카디리 2관에서 진행된 국제경쟁1 섹션에서는 <실패, 삭제>, <엑소더스>, <홍수>, <탄력적 계약>, <심판>, <위 월 쓰리>가 상영되었다. 6편의 작품 중 <위 월 쓰리>의 카롤리네 잉바르손 감독이 GV에 참석했다.
Q1: 영화에서 시리와 올가의 관계가 중점적으로 그려진다. 어떻게 이 두 캐릭터를 구상했는지?
A1: 내가 중점적으로 다루고 싶었던 건 캐릭터 간의 다이내믹함이다. 한 친구는 밀어붙이는 성격이라면 다른 친구는 조심스러워하는 성격이다. 결국 영화의 끝에 가면 이 사건을 통해 세 친구 모두 영향을 받게 되는데 그런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
Q2: 처음 씬과 마지막 씬에 클럽 장면이 나온다. 이를 수미상관으로 구성한 이유는?
A2: 원래 인물들이 가지고 있던 것을 보여주는 게 첫 장면이라면, 마지막 씬은 그들이 잃은 것에 대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첫 장면에서 경쾌한 음악이 나오지만 뒤로 가면 음악이 조금 느리게 진행된다. 이를 통해 사건을 회고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다.
Q3: 배우들과 어떤 식으로 작업을 했는지?
A3: 촬영 당시 배우들이 만 17세였다. 한 배우는 나와 함께 작업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연기를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두 배우를 캐스팅하는 일은 꽤나 힘들었다. 그러다가 펑크 밴드인 ‘Tits’를 알게 되었고 멤버들의 우정이 꽤 특이하다고 생각해 캐스팅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원래 연기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잘 해냈다. 시나리오와 영화의 최종 목적에 대해서 배우들과 이야기했고 그들에게서 즉흥적인 연기가 나올 수 있도록 디렉팅했다.
Q4: 한국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4: ‘폭탄’이라는 단어를 내뱉는 게 실제로 불법인 나라가 많다는 것이 놀라웠다. 여러분들은 절대 그렇게 하지 말기를 바란다. 잘못하면 이 영화처럼 되니까. (웃음)
# 국제경쟁7 GV
국제경쟁7에서는 <옥수수밭>, <제8의 대륙>, <컷>, <더 이상 돈을 걸 수 없습니다>, <여름>, <글리제>로 총 6편의 작품이 함께했는데, 이 중 GV에서는 영화 <컷>의 감독 ‘에바 시귀레에르도티르’와 <여름>의 ‘그레고리 오커’ 감독이 함께했다.
<컷>에서 리벤지 포르노의 희생자였던 17살의 클로에는 비키니 피트니스 대회에 참가해 이미지를 바꿔보려고 하지만, 자신에게 붙은 헤프다는 낙인을 쉽게 떼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름>은 무더운 여름, 잉글랜드 교외에서 양털깎이로 일하는 청년이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끌리는 자신의 마음에 당혹스러워 하는 영화이다. 관객들의 많은 참석과 적극적인 질문 덕에 GV는 밝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진행됐다. 국제경쟁7의 GV를 함께 살펴보자.
<컷>의 ‘에바 시귀레에르도티르’ 감독
Q1: <컷>의 엔딩은 다시 포기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1: 엔딩에 대해 좋은 질문을 받았다. 관객은 마음에 들지 않을지언정, 나는 영화의 엔딩 부분이 불편한 걸 좋아한다. 이 이야기 역시도 젊은 여성이 남친과 찍었던 동영상을 허락 없이 업로드 당한 케이스이고, 그렇기에 자신의 잘못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참이 지난 뒤에도 그녀에게 걸레라는 타이틀이 붙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대부분은 그 삶을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Q2: 마지막 씬에서 비디오를 촬영하다가 주인공이 화면 너머에 있는 관객들에게 시선을 던지는 것으로 해석을 했는데 나는 리벤지 포르노를 소비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그녀를 슬롯으로 소비하는 이들에게 질타를 던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한 지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알고 싶다.
A2: 바로 그런 뜻으로 만들었다. 오늘날에는 포르노가 난무하고 아무 생각 없이 소비된다. 그 중 일부는 자의에 의한 것도 있지만, 애인과 찍었다가 원치 않게, 의도치 않게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소비자들을 향해 이게 공정한 일인가를 생각해보게 하고 싶었고 피해자를 여러 번 학대하는 행위라고도 생각한다. 본인 선택으로 자의에 의해 행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만든 것은 사회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름>의 ‘그레고리 오커’ 감독
Q1: 영화 시작하면서 끝날 때 까지 프랑스 노래와 가수가 계속 등장한다. 남주는 프랑스어를 배우려 하는데, 그 가수나 노래에, 프랑스라는 것에 의미가 있는지 알고 싶다.
A1: 우선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많이 들었던 부류의 음악이기도 했고, 이 주인공이 불어를 배운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있는 곳과는 다른 곳의 문화를 접하고 싶어 하는 갈망이 있는데, 이는 자신이 있는 곳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으로도 볼 수 있다. 어딘가로 간다는 것은 현재와는 다른 존재와 상호작용하려는 갈망이기도 하다.
Q2: 카메라에서 인물들을 좌우 하단에 배치하는 구도가 인상적이었다. 의도가 있었나? 그리고 주인공이 사랑에 빠진 친구보다도 매력적으로 보였는데 사랑에 빠진 친구보다도 섹슈얼적인 요소가 담겨져 있었는지 궁금하다.
A2: 취향이기도 하고 우연이기도 하며, 예술적 직감에 의해 촬영되기도 했다. 남자주인공 역을 한 연기자에게는 오묘한 매력이 있어 캐스팅을 했다. 그것이 영화 안에서 보인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인공에 더 공감을 하게 되기 때문에 더 인상 깊었을 것이다.
<컷>의 감독 에바 시귀레에르도티르는 “계속 단편을 만들어왔고 최근에 와서 연출까지도 하게 됐다. 연출을 계속 할 거고, 장편을 찍을 거다. 아이슬란드 출신인데 영국에서 살고 있기에 양국에서 준비 중이다. 당분간은 이 영화와 비슷한 것들을 찍을 예정이다. 여성에 관하여, 그리고 성장하면서의 모습들에 대한 촬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여름> 감독 그레고리 오커는 “단기 미래에 대한 계획도 중요하고 좋지만 오늘은 서울의 밤을 즐겨 볼 예정이다. 영화적 계획으로는 주로 사운드 쪽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쪽 일을 계속 하겠지만 현재는 장편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는 말과 함께 GV를 마무리했다. 국제경쟁7 오늘의 GV는 명확한 답변과 적극적인 분위기로 마무리되었다.
#인디배우전 GV
인디배우전에서는 <히치하이킹>, <너의 결혼식, 나의 결혼식>, <친구사이?>, <그들은 대화중>, <목격자의 밤>으로 총 5편의 작품이 상영되었는데, 이 중 GV에는 영화 <그들은 대화중>의 이채은 배우와 이민아 감독이 함께했다. <그들은 대화중>은 2011년 작품으로 당시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Q: 배우들이 끌어가는 부분이 큰 영환데 캐스팅 비화가 궁금하다.
A: 정말 고민을 많이 했고, 연기가 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역할이다(웃음). 남자 배우는 고민을 하던 중 이희준 배우의 목소리가 주는 느낌에 끌려 선택하게 되었고, 여자 배우는 처음부터 이채은 배우가 1순위였다. 원래 거절을 많이 하신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감사했다. 당시 이채은 배우의 단편을 많이 봤는데 목소리 톤이나 느낌이 좋았다.
Q: 클로즈업이 많고, 상대배우보다 카메라를 보는 씬이 많아 배우로서는 부담스럽고 어려운 역할이었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A.이채은: 클로즈업이 부담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카메라를 보는 장면의 경우 저와 희준 배우가 양 옆에 서서 각각의 카메라를 마주보고 대화하며 촬영해 실제 대화처럼 진행할 수 있었다.
A.이민아: 저 말고는 아무도, 촬영팀까지도 영화가 이렇게 나올 거라는 걸 몰랐는데 첫 미팅 당시 이채은 배우가 이해를 잘 해주셨다. 나란히 두 대의 카메라가 촬영을 진행하자는 것도 이채은 배우의 제안이었다. 덕분에 영상이 잘 나왔다.
Q: 클로즈업 화면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조기축구 장면의 의미가 궁금하다.
A: 소통이 되지 않을 땐 주변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떤 상황이 가장 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제작비가 없기도 했고(웃음). 소통이라는 소재를 적은 제작비로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하다가 햇빛이라는 조명 아래 넓은 잔디밭 위에서 조기축구를 하게 됐다.
Q: 배우 얼굴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게 클로즈업되는데, 이 의도가 궁금하다.
A: 소통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부담스러움을 관객이 느끼길 바랐고, 그래서 떠올린 방법이 클로즈업과 거꾸로 재생하는 것이었다. 부담을 느끼셨다면 다행이다.
<그들은 대화중>의 이채은 배우는 “상영작의 많은 배우들 중 저만 이 자리에 서게 되어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오랜만에 단편을 관람해 재미있었고,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반갑다.”며 짧은 소감을 전했다. 이민아 감독은 “<그들은 대화중>은 그만두고 싶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영화와 가까워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주는 소중한 작품이다. 오늘 이 자리 역시 힘이 생기게 하는 자리인 것 같다.”는 말과 함께 GV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