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 #3
#국제경쟁8 GV
국제경쟁8에서는 <날 감싸줘>, <매니큐어>, <차량 분류 장치>, <하나>, <레베카, 콜 미>, <홀거> 등 총 6편의 작품이 상영됐다. GV에는 폴란드의 <날 감싸줘> 다비드 테예르 감독, 독일의 <홀거> 파벨 모자르 감독이 참여했다.
<날 감싸줘>에서 ‘에밀리아’는 생일 아침, 텔아비브에서 온 ‘쉐이’라는 낯선 남자 옆에서 깨어난다. 조금씩 전날 밤의 기억이 되돌아오며, 콘돔이 찢어졌다는 사실이 생각난 에밀리아는 쉐이에게 폴란드에서 사후 피임약을 구입하려면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홀거>는 제목 그대로 ‘홀거’라는 인물의 이야기이다. 피곤에 찌든 홀거는 아내와 단 둘이 아늑하고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서툴고 둔해 빠진 것만 같다. 어느 날 아침, 목욕을 하던 홀거는 물을 틀어놓은 채 며칠 동안 욕조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 두 작품의 GV, 관객과의 대화를 살펴보자.
1) <날 감싸줘>
Q1: 사후피임약을 함께 구하러 다니는 장면에서, 소울메이트인지 아닌지를 구분한다고 읽혔고 또한 그 장면이 인상 깊었다.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고 싶다.
A1: 영화에서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까를 시험해보기 위해 여자가 질문을 하는 것이다. 소울메이트라는 것은 일종의 농담이고, 여자 입장에서는 남자에게 호감이 가기 시작했고 그를 시험해보려는 방어기제의 일종이다.
Q2: 기본적으로 개인, 여성 주인공을 따라가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길을 다니며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것은 국가성이나 사회성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이는 여성을 대하는 산부인과의 태도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이런 공간에 대한 것이 가지고 있는 것을 차단하면서도 개인을 따라가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고 싶다.
A2: 일단 이 영화는 경험담이다. 처음 폴란드에 갔을 때 이상한 상황을 겪었다. 사후 피임약을 찾는 것이었는데, 그저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 처방을 받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약은 받지 못했고 덜컥 겁이 나면서도 이상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중요한 건 남자인 내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생각과, 그녀들은 사회의 중압감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알게 된 후, 남자는 관찰자이며 여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여성들이 약을 받기 위해 병원을 가고, 질문을 하는 것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한 우연히 처음 방문했던 산부인과의 의사는 임신 중이었는데, 그분은 남성인 내가 약을 처방해달라는 것에 불쾌해했다. 그 이외에도 많은 의사들을 만났는데, 다들 일종의 죄책감을 갖고 있기도 했다.
Q3: 장면 중, 버스 안에서 진행되는 대사들은 모두 ‘본인의 이야기’이자 인물의 전사이다. 왜 타인을 통해 주인공의 전사를 드러내는지와 함께 전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
A3: 이 이야기에서 다룬 두 명은 부모와 깊이 연관된 과거로부터 도피한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는 과거로부터 도망쳤던 이들이 회복해가는 과정이며, 꼭 다루고 싶던 테마이기도 하다. 우선, 과거에서 벗어나려는 인물을 말하고 있다. 오랫동안 떨어져 살던 아버지를 보러 가기도 하고, 갑자기 연락처조차 없었던 엄마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문자를 받기도 한다. 과거로부터 도망치려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행하되, 본인이 직접 발화하는 것은 힘들기에 타인을 이용한 것이다.
2) <홀거>
Q1: 영화가 리얼한 분위기로 흐르기보다는 느리고 조용한 호흡 속에서 진행된다. 이러한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A1: 사실 처음 촬영 이전까지는 어떤 분위기로 끌어나가야 할지 파악이 힘들었다. 그러나 촬영을 하면서 영상 속 분위기를 잡았고, 독일 사회의 시각과 사회적 기능에 대한 두려움을 담았다. 우리의 사회에는 좋은 점이 있다. 반면 냉정한 면도 있다는 것을 다루고 싶었다.
Q2: 첫 장면에 주차장에서 햇빛이 들었다가 사라지고는 한다. 이 연출에 대해 알고 싶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대부분 일관되어 있다. 어떤 느낌으로 연출을 했고 관객이 어떻게 느끼기를 바랐는지 역시도 알고 싶다.
A2: 차고 안에 조명을 설치하긴 했다. 너무 어두워지지 않도록 기본적인 것 이외의 조명은 사용하지 않았다. 추운 겨울이어서 구름과 바람을 통해 자연스럽게 촬영을 했다. 연기 같은 경우 중점을 두었던 건 배우들의 심리연기였다. 최대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원했고 인위적인 연기를 주문했다. 이런 점에서 다른 영화들과 차별을 두려 했다. 그리고 지금 같이 영화를 봤는데, 부족한 점도 느껴졌다. 실험적인 면모를 많이 담은 영화였다.
Q3: 인상적인 공간 배치였는데 의미 부여가 된 작품이 있나.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이 떠오르는데 참고하신 작품 역시도 알고 싶다.
A3: 일단 원했던 로케이션은 아주 넓고 텅 빈 공간이었다. 사무실 장면이 나오는데 한 명이 쓰기에는 아주 넓은 공간이었기에 더 적절했다. 이 작품을 준비하며 여러 화가와 감독의 작품을 감상하고 참고했다. 어떻게 빈 공간을 사용하고 조명을 쓰는지. 다른 영화의 작품을 많이 참고하기도 했다. 고전을 많이 보기도 했다.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독의 구체적인 답변으로 ‘관객에게 전하는 마지막 한 마디’를 전할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국제경쟁인 만큼, 독일과 폴란드 각 나라의 사회를 살펴볼 수 있는 영화였기에 더 인상 깊고 명확성을 가진 영화이다.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상영되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GV 참여까지 알차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
#국제경쟁7 GV
11월 4일 낮 12시, CGV피카디리1958에서 국제경쟁7이 상영되었다. 전날의 1회차 상영 후, 두 번째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옥수수밭>, <제8의 대륙>, <컷>, <더 이상 돈을 수 없습니다>, <여름>, <글리제>가 상영된 후, <컷>의 에바 시귀레에르도티르, <여름>의 그레고리 오커, <글리제>의 정누리 감독이 GV에 참석하였다.
Q1: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제작과정은 어땠는지 설명 부탁한다.
A.정누리: 복제인간이 지구의 새 인류가 되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고 싶었다. 리서치하다가 슈퍼 지구 중 하나인 ‘글리제’가 있단 걸 알았다. 글리제는 비가 내려 바다가 존재하는 지구와 닮은 행성으로, 지구의 인류가 그곳으로 이주한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글리제를 배경으로 하면 CG를 이용하지 않고 지구에서 찍을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A.그레고리 오커: <여름>의 경우엔 내가 겪었던 그리고 주변에서 봤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주인공 친구들끼리 즐겁게 지내다가 남성성을 발견해가는 이야기이다.
A.에바 시귀레에르도티르: 여성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작품이다. 또한 사회가 가진 여러 가치관에 대해서도 질문을 제기한다. 외모에 집착하고 개인의 동의 없이 이미지를 온라인으로 소비하는 사회와 무심코 포르노를 소비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다루고 싶었다. 그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보디빌딩이란 주제에도 관심이 많아서, 나에겐 보디빌딩과 여성의 문제를 함께 다룰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Q2: <컷> 감독에게 질문드린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리벤지포르노가 이슈이다. 어떻게 이 이슈를 다루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에바 시귀레에르도티르: 전날 GV를 통해 한국에서도 리벤지포르노가 이슈라는 사실을 알았다. 전 세계가 같은 문제를 겪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리서치 과정에서 여러 여성과 이전 작품의 배우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었다. 모두가 내 사진이 나의 동의 없이 어딘가에 올라와 있을까 봐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처럼 리벤지포르노는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Q3: <글리제>에서 수화처럼 손을 움직여 소통하는 장면이 나온다.
A.정누리: 사실 이 영화에 표현되지 못한 전제나 상황설정들이 있다. 마지막 장면에 바람의 언덕에 사는 복제인간 집단이 등장한다.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라 소리를 이용한 소통이 아니라, 수화와 닮은 어떤 언어를 구성할지도 모른다는 설정이었다.
Q4: <여름>에 등장하는 배경이 매우 아름답다. 또한 <글리제>는 배경이 다른 행성인 만큼 장소 섭외에 어려웠을 것 같은데, <여름>과 <글리제>에 등장하는 장소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장소를 찾아냈는지 궁금하다.
A.그레고리 오커: <여름>에 등장하는 곳은 약 400명 정도가 사는 마을이다. 내가 성장한 마을이며 친구들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다.
A.정누리: 글리제를 구글에 검색하면, 실제 지구와 비슷하게 생긴 글리제의 상상도가 나온다. 촬영을 위해 서울 근교에서 인적이 드문 곳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인천 쪽에서 많이 촬영했고, 관악의 한 고등학교 뒷산에서도 촬영했다. 앵글만 살짝 바꾸면 횟집이 나왔던 곳이라 촬영감독 덕분에 잘 촬영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세 감독은 관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의 작업 계획을 밝혔다. 에바 시귀레에르도티르와 그레고리 오커 감독은 장편을 준비 중이라 말했으며, 정누리 감독은 첫 단편작 <글리제>에 이어 다양한 단편 작업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관객들의 호평으로 GV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되었다.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 컬렉션
11월 4일 씨네큐브 1관에서 진행된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 컬렉션’에선 <10월21일 도쿄>, <페이 폰>, <도쿄 혜성>, <피카레스크 소설>, <혼령수집가>가 상영되었다. 5편의 작품 중 <피카레르크 소설>의 쿠라타 켄지 감독과 배우 영보, 히로사와 소가 GV에 참여했다.
이번 섹션은 일본 최대 국제단편영화제인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이하 숏쇼츠)와 아시프가 함께하는 상호 교환 프로그램이다. 올해에는 컷 아웃 애니메이션부터 호러, 공상 과학, 코미디장르까지 2018년 숏쇼츠에서 주목 받았던 다양한 장르의 일본 단편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Q1: ‘피카레스크 소설’이 무슨 의미인지 찾아보았더니 16~17세기 에스파냐에서 유행했던 악당을 주제로 한 소설이라고 한다. 인생에서 일탈 행동을 벌이는 게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이야기 같은데 맞는가?
A1: 그렇다. 한국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일본 사람들은 ‘성실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삶에서 무엇이 기분을 좋게 만들고, ‘악’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코미디 풍으로 풀어나갔다.
Q2: 버스 사건을 통해 인물들의 삶이 변화한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이 어떤 식으로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A.영보: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내 실제 성격에 맞게 김 군 캐릭터를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김 군’이 나처럼 호기심 많은 성격이었고, 그 성격 때문에 일본 유학 생활을 즐겼던 것 같다.
A.히로사와 소: 팍팍한 삶 때문인지 일본에는 악행에 대한 동경이 많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한다는 압박 때문에 무리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영화를 촬영할 때 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경험을 했다.
Q3: 배우들의 연기로 각 캐릭터들이 독특하게 표현된 것 같다. 배우들을 캐스팅 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A.쿠라타 켄지: 캐릭터를 만들 때 항상 현실에 있을법한 캐릭터를 만든다. 보통 사람이 무언가를 내면에 숨기고 있다가 어떠한 상황에 닥쳤을 때 숨긴 것을 표출해내는 점을 흥미롭게 생각한다. 또 애착이 생기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는데 배우들 자체가 귀엽고 정이 많이 가는 사람들인 것 같다.
Q4: 니체가 내린 ‘악’의 정의에 대해 나온다. 이 말을 영화에 인용한 이유는?
A.쿠라타 켄지: 니체와 괴테의 말을 인용했다. 요코가 빵을 들고 사서 내려오는 장면을 보면 근처에 교회가 있다. 기독교적 생각을 전제로 선악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을 때 니체에게는 새로운 철학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정의를 내리려고 했던 건 아니고,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Q5: 귀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영화인데, 연기할 때 일정한 톤을 해치지 않도록 연기했을 것 같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A.영보: 아까도 언급했듯 김 군 캐릭터는 나와 정말 비슷한 인물이다. 어떻게 하면 더 자유롭고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최대한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A.히로사와 소: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딱딱한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어떻게 연기 하냐에 따라 부드럽게 흘러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캐릭터가 애착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연기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메이크업, 의상, 조명)도 신경 썼다.
#국내경쟁 3 GV
국내경쟁3에서는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점>, <표류>, <아역배우 박웅비>, <김희선>으로 총 6편의 단편작들이 상영됐다. 배우를 포함해 많은 제작자들이 참여한 이번 GV에는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의 변중희 배우, <표류>의 연제광 감독과 박수연 배우, <아역배우 박웅비>의 김슬기 감독, 박웅비 배우, 이은솔 배우가 참여했다.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은 요절한 아들의 시집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으로 한글을 공부하던 정숙은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필사하던 날, 서울에 있는 아들의 대학교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표류>는 재수생 정윤이 부모님의 이혼으로 큰집에 얹혀살게 된 이야기이며, <아역배우 박웅비>는 울지 못하는 웅비가 오디션에 떨어질까 걱정하며 울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이다.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Q1: 교직생활을 하다가 연기를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영화를 보며 연기가 뛰어났다고 생각되었는데, 정숙이 아들을 잃은 아픔을 딛고 시를 쓴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슬픔을 뛰어넘었다고 생각되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으로 연기를 했는가.
A1: 교직에서 오래 있다가 14년에 정년퇴직을 했다. 영화가 뭔지 잘 모르기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장애를 가진 아들이지만 공부를 잘하고 시도 쓴다. 삶의 고개들이 우리의 인생에 많다. 이 엄마는 그것들을 다 뛰어넘어 삶이 우리에게 슬픔과 좌절과 회환만 있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혼란을 느끼는 정숙, 그런 모습을 거쳐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까지 처음 시작했던 마음과는 다르지만 언덕에서 아들과 엄마 사이의 삶을 다시 되짚어보며 보이기에는 착하고 능력 있는 아들이었지만 그렇게 종소리가 보여 하는 이후로 슬픔을 가진 아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들이 가진 아픔은 살면서 하나씩 넘어가면서 생을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가장 나를 울렸던 건 시 마지막에 생의 오른 편으로, 오른 편으로 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어머니로 준비하며 연기를 했다.
Q2: 개인적인 해석일 수 있는데 제목이 어머니가 지나가는 그 언덕을 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엔딩 시퀀스에서 배우가 그 언덕을 걸어가다가 자리에 주저앉아 잠시 생각에 빠진다. 어떠한 생각과 어떤 감정을 가지고 연기했는지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연기를 해석했을 때 자신의 아들을 회상하면서 그 시집을 들고 돌아다니며 그 시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지며 결국 자신 본인의 집으로 돌아갈 때 결국은 깨닫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머니가 그 장소를 해석하며 그 자리에 빠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알고 싶다.
A2: 한글을 모르는 엄마가 아들의 시집이 집에 있는 걸로 보고, 한글을 배우며 아들의 시 중에서 그 언덕이 어디인지 찾는 것으로 시작됐다. 막상 아들이 가는 대학도 가 봤지만 실존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왔던 아들이 내면에 고통을 가졌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버스를 타고 가며 엄마가 생각하는 아들과 아들이 겪은 감정들의 충돌로 혼란스럽고 지친 느낌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들이 정립되지 않은 채로 언덕을 오르지만 끝내 정립되지 않아 힘이 빠지는 것이다.
어렵게 살지만 돌아오면 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던 기쁨의 언덕, 삶을 살아내려는 무게가 있는 언덕 그 실체만을 생각한 반면, 아들은 장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공부도 잘하고 법학과도 다니며 시도 썼다. 그러한 장애를 넘어간다는 걸 깨닫는 것으로 썼다. 아들은 남들이 보면 요절했고 장애도 가졌고 측은한 측면 역시도 가졌다. 하지만 결국 아들은 자신 마음 안에 있는 언덕을 찾아 그렇게 긍정적으로 살아냈고 상당히 아픔으로 성숙한 아들이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면서 살짝 미소를 짓는다. 이것은 아들의 심정을 이해해보겠다는 시도와 이미 알 것 같다는 마음이 공존한다. 부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겠다는 긍정적 각오가 있다는 발걸음을 내딛는 것 같은 심정으로 연기를 했다.
<표류>
Q1: 표면적인 것보다 미루어 봤을 때 더 많은 것들을 고민하게 되는 영화였다. 어떤 것들에 연출의 중점을 두었는지 알고 싶다.
A1: 아무래도 이미지가 가장 중요했다. 이 영화에 대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Q2: 정윤의 마음은 앞이 아닌 뒷모습에서 많이 드러난다. 이런 정윤의 마음이 드러나기 위해 어떤 노력과 고민을 하셨는지를 알고 싶다.
A2: 영화는 숨 막히고 답답하다. 나는 모든 상황을 표정으로도 표현했는데 감독님은 뒷모습을 위주로 잡으셨다. 관객들이 뒷모습에서 감정을 느끼길 바라며 연기를 했다. 레이디 맥베스 영화를 참고했는데 답답하면서도 압도됐다. 표류를 보면서도 이러한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를 한 것 같다.
Q3: 문으로 다시 돌아가는 엔딩 씬에 의문이 들었다. 이는 고모의 역할과도 관련이 있는가. 이 행동은 어떤 의도인지 알고 싶다.
A.연제광: 이 장면은 사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 삶으로 다시 힘들게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고 물론 압박을 느끼지만 그것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다. 최대한 조미하지 않고 담백하게 연출하고 싶었다.
A.박수연: 촬영 중에 디렉션이 있긴 했지만 지시가 적은 편이긴 했다.
<아역배우 박웅비>
Q1: 다큐 같기도 하면서 판타지 요소가 보인다.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현실에 기반한 것이 기발하다. 어떤 연출을 시도한 것인지 알고 싶다.
A1: 2015년 찍은 단편영화 메이킹필름이 이용됐다. 아역배우이던 박웅비의 고민이 그대로 담겼고 힘들어 우는 모습이 촬영됐던 걸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다큐적 요소가 느껴졌으리라 생각된다.
Q2: 아역배우 박웅비는 페이크 다큐이다. 페이크의 매력은 연출이 아닌 즉흥적 촬영에 있다. 그럼에도 다큐는 아니라는 것에서 어떻게 배우들의 매력을 이끌어나갔는지 궁금하다.
A2: 영화의 장르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봤다. 페이크 다큐일 수도, 다큐 픽션일 수도 있다. 배우의 매력 같은 경우에는 캐스팅 후 시나리오를 썼다. 사랑이라는 배우의 경우에는 배우 원래의 톤으로 대사를 바꿔오기를 지시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촬영장에서 친구들이 긴장하지 않는 것이었다. 편한 환경 조성이 이 친구들의 매력을 담는 데 중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일 GV에는 아역배우 ‘박웅비’와 ‘이은솔’, 주연배우 ‘변중희’와 ‘박수연’까지도 함께해 영화 촬영뿐 아니라 연기 방식에도 함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였다. 감독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의 차분하고 명확한 답변이 인상 깊은 GV였다.
#국내경쟁2 GV
11월 4일 오후 5시, CGV피카디리1958에서 국내경쟁2의 2회차가 상영되었다. <중지 손가락>, <솧>, <손이 많이 가는 미미>, <환불>이 상영된 후, 한정재, 서보형, 윤동기, 송예진 감독이 모두 GV에 참석하였다.
Q1: 네 작품 모두 제목에 담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제목을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하다.
A.송예진: <환불>은 첫 출근 때 입으려고 샀던 옷이 당장 필요 없어져서 환불을 하는 과정이다. 또한, 수진의 입장에선 자기가 환불 당하는 입장이 되는데, 사람이 상품화돼버린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A.윤동기: 원작 웹툰의 제목은 <아직 이 세상은 훈훈해>이다. 웹툰 내용은 제목처럼 굉장히 서사적이며, 객관적인 입장에서 내용을 진행된다. 반면에, <손이 많이 가는 미미>에서는 인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었고, 그게 제목에 반영된 것 같다.
A.서보형: ‘캐스팅’이란 제목은 너무 드러나는 느낌이라, 거기에 해당하는 한국말을 찾아봤다. ‘솧’이라는 단어에 거푸집, 심연이라는 뜻이 있다. 상반되는 두개의 의미를 가진 ‘솧’이 풍부한 단어라고 생각해서 결정했다.
A.한정재: 극 중, 주인공의 중지손가락이 들어간다. 자신이 휘두른 것은 다시는 원래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표현하고 싶어서 제목으로 정했다.
Q2: <중지 손가락>에서 중학교 때의 괴롭힘을 받았던 사람이 가해자에게 폭력을 다시 돌려주는 걸 보면서, 실제로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궁금했다. 혹시 감독의 경험인지 궁금하다.
A.한정재: 실제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 어릴 때 나도 누군가를 괴롭혔고, 누군가도 날 괴롭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상대보다 힘이 세서’ 혹은 괴롭힘을 ‘놀이’로 생각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관계가 역전된다. 중학교 때 놀림당하였던 친구들이 고등학교 때 덩치가 커져서 누군가를 괴롭히는 걸 봤다. ‘폭력을 행했던 친구에게 복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내가 다시는 쟤를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예전에 나 자신도 서운해서 주먹을 날렸던 적이 딱 한 번 있다. 그때의 일을 아직도 후회한다. 참회하는 심정으로 영화를 찍었다. 죽을 때까지 가져가는 반성이다.
Q3: <손이 많이 가는 미미> 감독에게 질문드린다. 작품을 보면서 만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위해 배우들에게 어떤 주문을 했는지 궁금하다.
A윤동기: 처음 리딩 때, 오히려 과장된 연기가 많았다. 썰렁하고 써늘한 웃음을 원했던지라, 오히려 배우들께 감정을 좀 눌러 달라고 부탁했다.
Q4: <솧> 마지막 장면에서 빨간 코트의 여자가 등장한다. 어떤 상징인가. 그리고 마지막에 떨어진 단추의 의미는 무엇인가.
A.서보형: 배우와 감독이 배역에 관해 이야기할 땐, 둘 사이에 한 명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 배역의 이미지가 감독과 배우 사이를 흐리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빨간 코트 여자가 이를 의미한다. 더불어, 감독이 가진 배역의 이미지가 실체화되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감독 머리 뒤에서 여자를 등장시켰다. 영화 속 또 다른 장치는 카메라 워킹이다. 카메라의 시선이 배우로부터 아주 천천히 감독으로 넘어가는 느낌을 주었다. 마지막 장면은 원래 시나리오상에선 여자가 한 점의 단추로 변해서 떨어지는 거다. 하지만 실제로 합성해보니 코미디가 되더라. 그래서 지금 결론으로 바꾸었다.
Q5: <환불>의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과정이 궁금하다.
A.송예진: 자료 조사하면서 발견한 글이 있다. 입사 취소를 당했는데 이미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밥을 사며 베푼 상태이고, 카드값이 남아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의 글이었다. 입사 취소로 인해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가는 과정의 하루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소한 사건의 경우엔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번 관객과의 대화는 첫 번째 GV에서 듣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두 번째 GV라 더욱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으며, 관객들의 작품을 꿰뚫는 질문들이 인상적이었다. 감독들은 관객과 작품에 도움을 주셨던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며, GV를 마무리하였다.
#인디 PICK! GV
독립영화배급사인 ㈜인디스토리의 20주년을 기념해 ‘인디 PICK!’ 섹션이 진행되었다. 이번 섹션에서는 <결혼전야>, <컬러스 인 더 서브웨이>, <바람이 분다>, <미라의 의지>, <어떤 알고리즘>이 상영되었으며 5편의 작품 중 <결혼전야>의 이란희 감독, <바람이 분다>의 홍유정 감독, <미라의 의지>의 이은정 감독 , <어떤 알고리즘>의 민미홍 감독이 참석했다.
1) <결혼전야>
Q1: 사실적인 연기를 하는 배우를 찾고, 배우들 간의 케미를 완성하는 일이 중요했을 것 같다.
A1: 어머니 역할을 하신 분은 전업 배우는 아니고 내 수업을 들었던 어르신 중 한 분 이었다. 촬영장소도 어르신의 집이었고 영화에 사용된 소품들도 어르신의 것들이었다.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자신의 공간에서 리허설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에 편하게 연기를 하셨던 것 같다. 딸 역할 배우도 자주 와서 리허설을 했고 배우들이 시나리오에 없는 즉흥적인 대사를 만들기도 했다.
Q2: 어떻게 배우를 캐스팅하게 됐는지?
A2: 촬영감독에게 어르신을 처음 보여드렸을 때 너무 전형적인 어머니 상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다가 같이 어르신 집을 찾았는데, 어르신이 하시는 말씀을 듣더니 저 분이 딱이라고 말하더라. (웃음) 결국 로케이션 헌팅과 배우 캐스팅을 한꺼번에 해결하고 그 이후로 속도감있게 진행했다.
2) <바람이 분다>
Q1: 어떤 판단 기준으로 배우를 캐스팅했는가?
A1:평범한 얼굴을 캐스팅하고 싶었다. 미모가 뛰어난 배우가 많다보니 캐스팅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지인이 이상희 배우의 <남매>를 보여줬다. 내가 원하는 것처럼 평범한 외모여서 덕희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촬영은 총 3회차 였는데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정말 힘든 촬영이었다. 그 때 상희씨가 나의 중심을 많이 잡아줬다. 반대로 상희씨는 내가 본인을 잡아줬다고 하더라. (웃음)
3) <미라의 의지>
Q1: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연애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인가?
A1: 이게 5년 전에 찍은 영화인데 다시 보며 놀랐다. 진짜 내 맘대로 찍었구나 싶어서. (웃음) 친구 중에 연애를 매우 하고 싶어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연애를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처음 만난 소개팅남과 키스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연애가 목적이 아니고 키스가 목적이었던 거다. 그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만든 영화인 것 같다.
4) <어떤 알고리즘>
Q1: 민아를 향한 지원의 마음이 무엇이었을지 고민했다. 감독의 의도는?
A1: 나도 흘러가는 대로 쓰게 된 이야기다. 지원이 민아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고 아닌 때도 있고, 항상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의도했던 것은 지원이 자신의 마음을 모른 채 항상 혼란스러워한다는 점이다.
Q2: 제목과 영화와의 연관성은?
A2: ‘알고리즘’이 정답을 도출하는 과정이라는 뜻인데 작가에게도 알고리즘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선택한 알고리즘이 결국 영화 속 과정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했다.
#뉴필름메이커 GV
11월 4일 오후 8시 30분, 씨네큐브 1관에서 뉴필름메이커가 상영되었다. 올해 신설한 ‘뉴필름메이커’는 국내단편을 대상으로 출품자의 공식적인 첫 번째 연출작 중 눈에 띄는 5편을 상영하는 섹션이다. 우수작 1편에겐 한국아카데미가 지원하는 ‘KAFA상’과 함께 상금 300만원을 시상한다. 이번 뉴필름메이커엔 <출세의 변>, <꽃이 저문 자리>, <스노우볼>, <편안한 밤>, 그리고 <5월 14일>이 상영되었으며, <출세의 변>의 박상혁 감독, <스노우볼>의 오승원 프로듀서, <편안한 밤>의 이준용 감독 & 조한정 씨, 그리고 <5월 14일>의 부은주 감독이 GV에 참여하였다.
Q1: <출세의 변> 감독에게 질문드린다. 사극 장르를 띄지만 현실 풍자적 내용을 담고 있어 흥미로웠다. 특히 유명세와 의금부 나장의 대립 구도가 인상적이다.
A.박상혁: ‘유명세’는 출세 지향적 인물이지만, 같은 출신인 ‘나장’은 자기 신분에 안주하며 도덕과 법을 지키는 평범한 인물이다. 유명세가 자신이 갖지 못한 걸 갖고, 하지 못하는 행위를 하자 나장은 적대감을 느낀다. 또한 이 작품은 <출세>라는 제목의 장편 시나리오의 한 장면으로, 장편을 소개하기 위한 트레일러로 만들어진 것이다.
Q2: <스노우볼>에 대해 질문드린다. 두 자매와, 지희 엄마까지 합치면 세 엄마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한 명의 엄마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대의 모든 엄마에 대한 이야기인듯하다.
A.오승원: 감독이 유아 휴게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분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 일을 계기로 유아 휴게실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구상하다 본인 어머니의 인생을 떠올리게 되었고, 결론적으로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강한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말씀하신 대로 모든 여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Q3: <편안한 밤>은 재개발 때문에 쫓겨나는 조한정 씨의 모습을 담는다. 보도 다큐멘터리처럼 사회적 맥락을 담은 한편, 사진과 그래픽을 통해 감성적인 접근도 시도한다. 연출자로서 관객에게 어떤 태도로 다가갈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또한 이 자리에 와주신 주인공, 조한정(뉴타운 재개발이 한창인 서울 성북구 장위 7구역의 마지막 남은 철거민) 씨의 근황도 궁금하다.
A.이준용: <편안한 밤>은 땅에서 밀려나는 소수자에 대한 단편 다큐멘터리이다. 현장에서 실제 주인공과 관계를 맺으며 창작한 게 처음이라 설렜다. 또한 30년 전 윤동규 감독의 <철거>라는 이야기를 다른 고민과 표현 방식으로 풀고자 노력했다.
A.조한정: 구역에서 끌려 나와 모델하우스 앞에 텐트를 치며 지내고 있다. 행복주택, 청년주택은 그곳에 살던 사람들을 쫓아낸 자리에 지어진다. 많은 광고와 홍보를 하지만 ‘당신은 그곳에 들어갈 수 없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기존에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나처럼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쫓겨나야 한다. 그곳에 들어가는 건 원주민이 아니라 돈을 가진 사람이다.
Q4: <5월 14일>을 주인공의 입장이 된 마음으로 봤다. 마지막에 가게 할머니의 위로가 인상적이었는데, 결국 우리를 위로해주는 건 예기치 못한 순간에 예기치 못한 대상인 것 같다. 이렇게 위로하는 방식으로 끝맺은 이유가 궁금하다.
A.부은주: 슈퍼 장면의 경우는 나의 경험담이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비 오는 날 울면서 길가를 걸어 다녔다. 비를 맞고 작은 가게에 들어섰는데, 그곳에 계신 아주머니가 위로를 해주셨다. 풀리는 게 하나 없던 하루의 끝에 작은 만남이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5: <스노우볼>에 대해 질문드린다. 극 중 스노우볼에 관한 정보는 지희가 갖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것 뿐인데, ‘스노우볼’을 제목으로 설정한 이유와 그 의미가 궁금하다.
A.오승원: 시나리오를 쓸 때 ‘버스 안에 휴짓조각이 가득 찬 이미지’가 머릿속에 있었다고 한다. 그 휴지는 눈물을 닦던 휴지일 거라 생각했고, 그 모습이 스노우볼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우리는 스노우볼에서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실제가 아님에도, 눈이 내리는 것처럼 기뻐한다. 미정이 지희를 만나고, 윤정이 지희를 만나러 가는 시간은 그들의 슬픔에 비해선 너무 짧지만 그마저도 간절하고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스노우볼과 비슷하여 그렇게 제목을 지었다.
이번 상영작들은 모두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나 장르적 시도 등 발전 가능성이 높은 작품들이었다. 감독들의 첫 연출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몰입도가 뛰어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관객들은 작품에 대한 질문을 비롯해 차기작에 대한 질문까지 감독과 작품에 대한 관심이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감독들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뉴필름메이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