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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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경쟁1 GV
드디어 어제, AISFF2017가 개막했습니다! 개막식의 열기가 여전히 남아있는 씨네큐브 1관에서 상영한 첫 작품은 국제경쟁1이었습니다. 국제경쟁1에서는 <관망자>, <요정>, <숲 속에서>, <이송>, <목소리>, <재앙>이 상영되었습니다. 6편의 작품 중 <재앙>의 맥심 페여스 감독과 <목소리>의 고두현 감독께서 GV에 참석해주셨습니다. 허남웅 모더레이터의 공통 질문으로 관객들과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Q. 두 작품 모두 어떠한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작품들을 제작하게 되었는지, 그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 부탁 드립니다.
맥심 페여스 감독 A. 원래는 공동감독과 함께 어떤 영화를 만들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아이디어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었고 그 가족구성원과는 굉장히 다른 외부인이 저녁식사에 초대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또한 초반에는 트렌스젠더를 생각하지 않았지만, 저희 두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주제였기 때문에 결국 ‘트렌스젠더’라는 설정으로 결정했습니다.
고두현 감독 A. 저는 14년부터 16년까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마석가구공단이라는 곳에서 미얀마에서 온 이주노동자 세 분을 따라다니면서 <옥상 위에 버마>라는 장편다큐멘터리를 연출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마석에는 굉장히 버려진 공간이 많았는데, 그러한 공간은 주로 시간이 2003년, 2004년으로 멈춰져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고용노동허가제가 새롭게 바뀌면서 많은 분들이 단속으로 쫓겨났었고 그렇기 때문에 버려진 공간과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Q. <목소리>의 후반부에서는 건설농단이 나오면서 이주노동자나 고용허가제와 관련된 쟁점이 있는 주제들을 언급하는데 그 장면으로 끝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먼저, 2014년에 영화에 나오는 의자를 직접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설치를 작업했었습니다. 2017년에 다시 영화로 만들면서 현재진행 중인 ‘이주노동자’라는 쟁점을 보여주고자 의자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의자를 둘만한 공간을 생각한 결과, 국적 때문에 노동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 그러한 이유로 떠나버린 사람들의 기억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지난 6월에 있었던, 총파업 현장에 의자를 두고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Q. <목소리>의 영어제목을 한글제목과 다르게 로 설정한 의도가 궁금합니다.
A. 먼저 한글 제목과 영어제목이 다른 이유는, 처음에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라는 일종의 공간에서 물건이 움직이는 현상들에 대한 것을 말하는 단어를 한글제목에도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작품을 완성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때 ‘폴터가이스트’라는 용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고민한 결과 제가 원하는 바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목소리’이었습니다.
Q. <재앙>에서는 부모의 심정을 상징하는 노래와 가사가 나오는데, 그 노래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이 듣고 싶습니다.
A. 노래의 가사를 들어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라는 노랫말이 나옵니다. 우리는 주로 새로운 상황이나 새로운 사람에 대해서 선입견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감정표현’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따라서 ‘엄마’라는 캐릭터는 ‘클레어’라는 인물에게 처음에는 매력적으로 느끼지만 이내 역겨워하는 등 여러 감정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Q. <재앙>에서는 어머니가 머리를 풀어 헤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감독님은 이 장면에서 어떤 의도가 있었나요?
A. 첫 장면에서 ‘엄마’는 클레어를 만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클레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지만 결국에는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누구지?” 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고민을 하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이 여성스러운 행동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목소리> 속 ‘이주노동자’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고두현 감독과 GV가 끝난 뒤에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맥심 페여스 감독 모두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국제경쟁1을 찾아와주신 관객들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 국제경쟁3 GV
잘 만든 단편영화 하나, 열 장편영화 안 부럽다! 매력적인 단편 영화들로 가득한 AISFF2017이 선정한 국제경쟁3에서는 <숨을 내쉬다>, <혜성>, <재정비>, <날개>, <초콜릿 윈드>, <프린세스> 가 상영되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날개>을 연출한 우 지엔 감독과 샤오 이판 촬영감독 그리고 <초콜릿 윈드>의 일리야 안토넨코 감독이 자리해주셨습니다.
Q. 두 감독님 모두 어떤 계기로 작품을 찍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일리야 안토넨코 감독 A. 제 영화는 어느 날 신문에서 기사를 읽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18살 여성이 시리아로 가면서까지 ISIS에 합류했고 본인의 지인까지 끌어들이는 행동을 했습니다. 이 기사를 보는 순간 꼭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우 지엔 감독 A. 초반 단계에서는 저를 억압해왔던 대만의 전통적인 관습에서 탈피하고 그 관습이 얼마나 무용지물인가를 보여주는 내용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자연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가 굉장히 강하게 다가왔고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방향을 전반적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Q. <초콜릿 원드>에서 등장하는 화상채팅 장면을 원테이크로 찍은 것 같은데, NG없이 가능했나요?
A. 네. 영화는 원 컷, 원 샷으로, 이틀에 걸쳐서 완성되었습니다. 제한된 인력이었기 때문에 동시에 두 장소에서 스카이프로 두 주인공의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하지만 첫날부터 굉장히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저희가 각 아파트에 각자 컴퓨터 한 대씩만 있었는데, 한 컴퓨터가 무려 2시간동안 업데이트를 진행해버리는 바람에 힘들었습니다. (웃음)
Q. ‘초콜릿 윈드’라는 같은 제목의 노래를 따온 이유와 영화 제목이 가지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A. 영화 속 노래와 같은 경우에는 영화를 구성하는 단계부터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행복을 추구하는 소녀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라고 생각하는데요. 노래를 통해 아이처럼 본인의 행복을 쫓는 주인공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Q. <날개>에 나오는 두 형제는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감정들을 느끼고 있다고 보면 될까요?
A. 사실 형과 동생 역할을 맡은 아역배우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좌중웃음) 그래서 영화를 찍는 동안에도 걱정을 했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모든 가정에서 형제나 남매 사이에는 그런 문제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Q. <날개>에서 영화 중반부에서는 세 떼가 화면에 오랫동안 잡힙니다. 그 이유가 제목인 <날개>와도 연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세 떼가 등장하는 이유와 제목의 의미도 궁금합니다.
A. 원제는 전통적인 미신과 관련 있는 ‘죽은 인물이 서쪽으로 영원히 날아간다’ 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서 그러한 전통적인 의식을 전복시켜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영화의 중국어 제목은 ‘날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새가 날아가는 장면은 제목이 담긴 의미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일리야 안토넨코 감독은 일요일에 씨네큐브 로비에서 열리는 ‘영화인 소장품 경매’에 특별한 물건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관객과 함께 하는 시간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감독님만의 소장품이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인 소장품 경매’ 이벤트도 놓치지 마세요!
# 국제경쟁4 GV
늦은 시간에도 많은 객석들이 꽉꽉 채워졌던 국제경쟁4에서는 <전쟁이 지난 후 5년>, <미친 열정>, <잡일꾼>, <주유소>, <마이크로슬립>의 5편이 상영되었습니다. 5개의 상영이 끝나고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에 자리해주신 감독님은 <미친 열정>의 미츠하시 유지 감독과 <마이크로슬립>의 레나 레머호퍼 감독인데요. 이 두 분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 진행해보았습니다.
Q. 어떤 계기로 본 작품을 제작하게 되셨는지 제작 동기가 궁금합니다.
미츠하시 유지 A. 사실 영화에 출연한 남녀 두 분은 실존인물입니다. 제가 남녀 인물과 술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그 남자가 여자에게 진지하게 너의 목을 조르고 싶다는 말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 남자가 범죄를 저지르게 전에 어떤 형태로든 해소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레나 레머호퍼 A. 영화의 제작은 사실 이미지와 사운드에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메모리, 즉 ‘기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마이크로슬립>에서 아이의 태도가 영화 끝에 다다라서는 반전되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A. 부모에 대한 어린소녀의 감정은 내면의 아픔을 숨기고 조금 더 독립적인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와의 연결고리 끊어지면서 홀로 독립을 추구하지만 아직은 어린소녀이기 때문에 그 간극을 나타내는 영화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만남에 놀라는 부분 또한 무시할 수 없겠죠. 사실 말로 하면 단순하게 느껴지지만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직감에 의지해서 만들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미친 열정>을 보면서 일본 괴담이나 애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와 같은 설정들이 연상이 되었는데 염두 하신 설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제 영화의 기법이 옛 영화를 많이 의식한 건 사실입니다. 대사가 없는 영화이기 때문에 형태를 많이 보여줘야 생각했고, 동작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면 목을 조르는 장면에서 여배우에게 다리를 들며 고통의 감정을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Q. <미친 열정>에서 여자 주인공이 결국 살해를 당하고도 마지막에 살아난 듯한 장면에서 이것이 상상인지 현실인지 감독님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여자 주인공은 다시 살아나지 않습니다. 이는 마법이 그 영화의 끝에서 풀려버린다는 의미로 해석이 될 수 있겠죠. 그 이유는 고양이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본 작품을 상영했을 때 한 관객이 결말에 대해서 예상치 못한 결말의 해석으로 질문했는데 어쩌면 제가 다양한 관객들의 의미와 상상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Q. <미친 열정>에서 클로즈업이 유독 많이 쓰였는데 그건 의도적인 기법이었나요?
A. 우선 매미, 생선과도 같은 클로즈업이 본 영화에서 정말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여름에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는 여름에 지상으로 올라와 일주일동안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불쾌에 가까운 소리를 냅니다. 저는 이 소리가 바로 본 영화와도 연결된 주제이며 모티브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꽁치의 맛’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 영화 속에선 생선이 굉장히 쓴맛으로 표현되는데 그 자체 또한 본 작품의 마지막 엔딩 스토리에 담아야할 주제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Q. 두 영화의 촬영 기법이 독특했습니다. <미친 열정>에서 사용된 흑백화면과 비율은 언제 구상했던 것인지, 그리고 <마이크로슬립>에서도 유독 클로즈업이 많고 인물과 멀어지지 않는 설정은 언제 구상한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미츠하시 유지 A. 스탠다드 사이즈로 촬영했던 이유는 다소 필연적이었습니다. 우선 일본에 건물들이 굉장히 좁기 때문에 넓은 화면으로 촬영을 하면 장애물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감추기 위해 촬영 전부터 흑백으로 스탠다드 사이즈로 하기로 촬영감독과 논의를 마쳤습니다.
레나 레머호퍼 A. 처음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는 온전히 소녀만의 시선으로 담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소녀가 불과 만 5살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좀 더 주관적인모습으로 그녀가 바라보는 시선을 담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영화 전반적으로 카메라가 그녀와 가까운 시선을 유지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작업한 카메라 감독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주로 맡아온 감독이라 정말 자연스럽게 훌륭한 촬영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Q. 답변 감사합니다. 마지막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레나 레머호퍼 A. 오늘 좋은 질문들이 많았는데 충분한 시간을 갖질 못해 표면적으로밖에 설명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러나 영화자체가 여러분들께 충분한 설명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미츠하시 유지 A. 많은 질문 감사드립니다. 영화와 제 이미지 때문에 제가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이 될 텐데 그런 사람 아니니까 걱정 마시고 만나면 반가운 인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은 관객과 감독의 진지한 질문과 답변으로 뜨거웠습니다. 관객과의 시간이 끝난 이후에도 감독들에게 추가적인 질문을 하는 관객들을 보면서 아주 훈훈한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남은 ‘관객과의 시간’이 기대가 됩니다.
글: 데일리팀 권소연, 이태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