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으로 들여다 본 ‘세상’
![KakaoTalk_20171106_174526454](http://gisff.kr/wp-content/uploads/2017/11/KakaoTalk_20171106_174526454.jpg)
팍팍한 삶, 반복되는 일상으로 길게만 느껴지는 하루, 그러나 금새 지나가버리는 1년. 꿈꾸고 있는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괴로워하는 우리는, ‘영화’만큼은 괴로운 현실을 잊게끔 환상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 우리가 바라는 것과는 조금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환상적인 것, 현실과 다른 것도 좋지만 오히려 요즘 현대인들이 잊은 채 살아가고 있을 법한 문제들을 영화를 통해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결국에는 ‘공감’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마련해줍니다.
AISFF2017 또한 단편영화를 통해서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이번 AISFF2017에 출품된 국내 단편은 939편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최종 선정된 국내경쟁 부문의 13편 중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고민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작품들이 눈에 띕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감독, 이런 감독이 만든 작품 그리고 이러한 작품을 만나는 관객까지, 모두가 공감할만한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 중에서도 길지 않은 러닝타임 속에서 짧고 굵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4편의 단편을 뽑아봤습니다.
![KC_2_A Hand-written Poster_대자보](http://gisff.kr/wp-content/uploads/2017/11/20171106_094506.jpg)
1. 함께니까 청춘이다, <대자보> / 곽은미 감독
대학생 혜리는 대자보에 쓴 교수로부터 고소를 당합니다. 교수에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혜리에게 돌아오는 대가는 눈덩이처럼 커져있습니다.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섭기에 혜리는 같은 동아리 친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오늘 이름은 쓰지 말자”
본인 또한 ‘혜리처럼 행동으로 옮기기보다는 지켜보는 입장에 가까웠다’는 곽은미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혜리를 가깝게 보여주면서 관객들이 영화 밖에서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닌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구구절절한 말로 응원하기보다는 대자보를 쓰는 혜리의 손을 함께 잡는 것만으로도 아픈 청춘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된다는 말을 전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KC_3_Home without Me_나만 없는 집](http://gisff.kr/wp-content/uploads/2017/11/20171106_094654.jpg)
2. <나만 없는 집>에서 겪었던 성장통 / 김현정 감독
영화 속 세영이 학교에서 배우는 ‘생활의 길잡이’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집에서는 가족과 함께 지냅니다.’ 분명 이렇게 배웠는데, 세영이는 집에 혼자 있습니다. 극적인 효과를 주고자 영화는 세영을 더욱 더 외롭게 만들지만 세영이가 겪는 성장통은 영화를 보는 우리들도 크면서 한번씩은 느껴본 아픔입니다. 김현정 감독은 가족들 모두 함께 있는 장면 대신에 여전히 혼자 있는 세영을 보여줌으로써 그 시간을 버티면서 성장하게 될 세영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KC_1_Line_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http://gisff.kr/wp-content/uploads/2017/11/20171106_094816.png)
3. ‘이웃’이라는 존재,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 / 신지훈 감독
도시에 빼곡히 들어찬 복도식 아파트에서는 이웃끼리 좁은 복도와 똑같은 회색 빛의 문만 유일하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런 집들 중에서 유난히 노란 쪽지가 붙은 문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웃분들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함께 사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관심을 잃고 있습니다. 신지훈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무관심’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개인주의’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영화를 보는 우리가 스스로 문제를 의식하도록 만들어줍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여전히 아파트의 문은 굳게 닫혀있겠지만 ‘우리의 ‘마음의 창’만큼은 열렸으면 좋겠다’는 신지훈 감독의 바람이 잘 담긴 영화입니다.
![KC_1_The Line_경계](http://gisff.kr/wp-content/uploads/2017/11/20171106_094639.jpg)
4. ‘살아가는 것’과 ‘생존’의 <경계> / 신소정 감독
<경계>에는 많은 대사가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한마디가 유난히 잘 들립니다. “그래도 다행이네. 집에서 죽었어 봐!” 이 대사는 영화 초반부에 청소를 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에 대해 어떠한 대사보다 더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홀로 죽은 남자에 대한 동정심이나 안타까움마저 사치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가까운 사람이 죽더라도 남아 있는 사람들은 하루빨리 ‘경제적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꼬집으면서, 우리에게도 그러한 상황이 놓인다면, 인간으로써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은 올라갔지만 영화 속에 드러난 ‘현실’을 단순히 ‘관람’이 아닌 ‘목격’한 관객으로서, 우리는 영화를 보고 끝내는 것에 그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영화제는 끝을 달려가고 있지만, 지금 AISFF2017에서는 앞서 소개해드린 국내경쟁 부문의 단편들이 계속해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것처럼! 끝까지 AISFF2017과 함께 해주세요!
글: 데일리팀 권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