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 피칭
![대표](http://gisff.kr/wp-content/uploads/2017/11/20171104_173428.jpg)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만의 특별한 제도! 바로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입니다. 아시프는 국내 단편영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 육성하고 단편영화 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5년부터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라는 사전제작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공개 피칭 방식의 프로그램 행사로 전환해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 피칭’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럼 2017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 피칭 현장으로 가볼까요?
올해 피칭 지원작은 총 114편으로 1차 서류 심사를 통해 총 6편의 본선 진풀 프로젝트를 선정하였습니다. 선정된 본선 진출 프로젝트들은 예심위원들의 멘토링과 전문강사에게 프레젠테이션 교육을 받은 후, 영화제 기간 공개 피칭을 통해 최종 선정작을 가릴 예정입니다. 최종 선정작인 ‘아시프 펀드상’ 수상자에게는 최고 1천만 원, ‘주한중국문화원상’에는 총 500만 원의 제작비가 지원되며 수상작은 폐막식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 심사는 다섯분께서 맡아주셨는데요. 이춘연 씨네 2000 대표, 주진숙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교수, 김태용·변영주 영화감독, 최익환 전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님이 2017 아시프 펀드의 심사를 해주셨습니다. 2017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 피칭에는 6명의 발표자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심사위원들의 질의로 구성됩니다. <인사3팀의 캡슐커피>의 정해일 감독, <예삐>의 박정환 감독, <Le Mot>의 백미영 감독, <월동>의 한동혁 감독, <엄마의 엄마>의 임혜영 감독, <그녀를 지우는 시간>의 홍성윤 감독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정해일 감독
먼저 처음으로 만나본 감독은 <인사3팀의 캡슐커피>의 정해일 감독입니다. 비정규직의 부당한 대우, 정규직과 차별되는 근무환경과 그에 따라 매겨지는 꿈의 값에 대한 주제는 N포 세대라 불리는 우리 사회의 만연하고도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정해일 감독은 그런 계약직 직원과 정규직 직원과의 대비를 통해 주제의식을 담았습니다. 또한 캡슐커피라는 오브제를 활용하여 비정규직의 이미지를 구체화 시켰습니다.
정해일 감독 스스로도 단편 내에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시나리오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텍스트일 뿐이라며 내년 본 영화제에서 직접 영화를 보게 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박정환 감독
두 번째의 발표자는 바로 소셜 네크워크의 사람들의 보여주기식 태도를 비판하는 <예삐>의 박정환 감독입니다. 위선희라는 SNS 중독자와 윤이적이라는 배우, 두 사람 사이에서의 예삐라는 개와 얽힌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진 어두운 면을 냉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윤이적이 위선희에게 사준 예삐가 잡종견이라고 밝혀지면서 전개됩니다. 명품만을 추구하는 위선희에게 이 잡종견은 더 이상 예삐가 아닌 그저 더럽고 쓸모없는 개에 불과할 뿐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우리가 허영과 욕망만을 쫓고 있는 점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무거움을 양산하는 가벼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박정환 감독은 영화의 주제의식을 더욱 견고하게 하기 위해 작품 속에서 그 호칭을 정하는 것에 있어서 신경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고유명사가 다 일반명사로 전락해버리는 것, 결국 이 모든 것은 대체 가능성이 생기고 결국 제 기능을 해내지 못할 때 버려지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박정환 감독은 꼬집고 있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차가운 장르영화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작가가 인물들을 내리누르며 시니컬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언급했습니다.
백미영 감독
세 번째는 백미영 감독의 <Le Mot>입니다.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가 시행된 이후의 첫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백미영 감독이 그 전까지 만들어온 애니메이션의 성격과는 달리 이번의 작품에서는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달라진 생각과 아픔을 이미지화시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였습니다.
스스로가 가해자이기도 하고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백미영 감독,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처음으로 만들게 되었다는 그녀의 제작 동기가 인상적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구체적인 에니메이션의 테스트영상을 프레젠테이션 때 사용했는데 이는 청중들로 하여금 원활한 이해를 도왔습니다.
한동혁 감독
다음으로 발표에 나선 감독은 <월동>의 한동혁 감독입니다. 한동혁 감독은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외롭고 힘든 시간일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발표를 시작하였습니다. 바람이 부는 겨울날 형의 용달트럭이 사고가 나고 그 형이 죽음으로써 시작합니다. 동생 예성과 형의 여자친구인 세연만이 조용한 장례를 치르는 가운데 세연을 배웅하는 예성이 보내는 가장 추운 겨울에 대한 작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월동>은 어쩌면 지금까지 한동혁 감독이 만들어왔던 영화들과 비슷하면서도 앞으로의 작품세계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으로서 작용될 것입니다. 또한 영화의 배경이었던 종달리는 자신의 고향이자,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함께 모여 살았던 애착어린 공간으로서 한동혁 감독의 애정과 연민을 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의 한동혁 감독의 작품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망자를 향한 인물들의 애도로 차있는 영화 <월동>은 잔잔하면서도 무거운 메시지를 던집니다.
임혜영 감독
다섯번째로 우리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진한 여운을 남기는 임혜영 감독의 <엄마의 엄마>입니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자신은 왜 그 때 엄마를 안아주지 못했을 까라는 후회에서 시작한 <엄마의 엄마>는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자신의 딸과 엄마, 그 사이에서의 애잔한 감동은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뒤에서 묵묵히 사랑을 주시는 엄마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엄마는 보이지 않는데 왜 딸만 보일까. 자식은 엄마를 없는 것처럼 대하지만 그런 자신의 내리사랑은 이미 엄마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자칫하면 조금 흔한 주제, 쉽게 연상되는 주제일 수 있다는 심사위원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홍성윤 감독
마지막 발표는 <그녀를 지우는 시간>의 홍성윤 감독입니다. 영화 편집을 하던 도중에 자꾸만 나타나는 귀신을 지우기 위해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영화입니다. 로맨스와 공포, 코믹적인 요소가 함께 들어있는 <그녀를 지우는 시간>에서는 컴퓨터 화면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영화에서의 연출자는 기술을 이용해 귀신을 없애자고 하지만 결국은 자기 스스로 공포를 극복해야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편집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연출자의 목소리가 나오는 코멘터리 느낌의 영화입니다. 그러나 홍성윤 감독은 영화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공포를 이기고 선택을 해야만 하는 우리의 몫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6명의 발표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데에 있어 큰 지원금이 수여되는 펀드 프로젝트 피칭이니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은 6편의 심사 프레젠테이션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면서 열정적이었습니다. 그 영광의 주인공이 과연 누구일지 폐막식에서 확인하세요!
글: 데일리팀 이태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