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 #2
# 국제경쟁5 GV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 탓에 우리도 모르게 가을이 지나간 줄만 알았는데, 노랗고 빨갛게 물든 단풍잎들과 은행나무들을 더욱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파란 하늘까지, AISFF2017에도 잊지 않고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쾌청한 날씨만큼이나 국제경쟁5의 GV 시간도 ‘맑음’ 그 자체였습니다. 국제경쟁5에는 <트라우마 산업>, <돌아갈 곳이 없다>, <젤로로 변한 나>, <스위스 메이드>, <리터치>, <나의 집>이 상영되었습니다. GV는 <리터치>의 카베 마자헤리 감독과 <돌아갈 곳이 없다>의 사사이 토시하루, 그리고 <나의 집>의 프랑소아 라피노드 감독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Q. <리터치>에서는 수동적인 리터치가 적극적인 리터치로 변환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러한 것을 통해 의도한 바는 무엇인가요?
A. 말씀해주신 것처럼 수동적인 리터치에서 적극적으로 변하는 것이 영화의 주제와 연관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주제는 ‘리터치’라고 명확하게 보여지고 시퀀스마다 드라마틱한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수동적인 리터치에서 적극적인 리터치로 변하는 장면을 넣었습니다.
Q. <리터치>는 보여주지 않는 부분으로써 관객들이 상상하도록 만드는데, 이렇게 연출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영화를 작업하면서도 관객들에게 어떤 것을 보여주고, 어떤 것은 숨겨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리터치>라는 영화에서는 드러내기 보단 숨겨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숨기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알아가게 되었고 결론은 하나의 이유 때문에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들이 복합되어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Q. <나의 집>은 할머니의 로드무비라고 생각이 되고, 그 여정을 화면의 사이즈나 리듬감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어떤 의도로 그렇게 연출을 하셨나요?
A. 제가 연출한 의도는 할머니의 여정이라기 보다는 사실, 오랫동안 교류가 없었던 모녀관계에 집중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모녀는 새롭게 서로를 알아가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데요, 중요한 점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둘 사이의 관계는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Q. <나의 집>의 모녀관계는 보통의 모녀보다 흥미로운 설정이었는데,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고령사회가 만연한 요즘에는 8,90세가 되어도 독립심이 강하고 여전히 활동적인 부모세대가 있습니다. 반면에 이러한 부모와 다르게 나이가 들었음에도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자녀세대가 있죠. 이러한 부모와 자녀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습니다. 감독이자 스토리텔러로서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나이가 든다는 것의 문제는 늙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젊다는 것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돌아갈 곳이 없다>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각자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건의 소재로 알츠하이머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알츠하이머는 현재 일본에서도 굉장히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치매라는 병뿐만 아니라 치매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 또한 빈번한데요. 이러한 사건에서는 정확히 누가 잘못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일어났고 이에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가해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본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돌아갈 곳이 없다>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감독님의 설명 부탁 드립니다.
A.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처음에는 오빠와 여동생이 함께 떠나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둘이 함께 떠난다면 관객들은 희망을 느낄 것 같았고 저는 영화에서 작은 희망이라도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은 오빠가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 장면으로 설정했습니다.
장성란 모더레이터의 말씀처럼 AISFF2017 국제경쟁부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섹션답게 관객분들의 심도 깊은 질문이 이어졌고 영화에 대한 세 감독의 애정 어린 고민들 또한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 국제경쟁6 GV
여유로운 주말의 오후 시간에는 국제경쟁6의 단편들이 상영 되었습니다. 국제경쟁6에서는 <마드리드를 파괴하라>, <신성모독>, <인생의 반>, <이브릴>, <일조권>, <민트 크림>의 총 6편이 상영되었습니다. 상영이 끝난 후 함께 상영작들을 감상한 <일조권>의 이동헌 감독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 진행해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감독님. 반갑습니다.
A. 안녕하세요. <일조권>을 연출한 이동헌입니다. 올해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처음 상영하는데 관객 여러분들의 소중한 주말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Q. <일조권>의 제목만 보고서는 일조권을 둘러싼 분쟁을 다룰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영화에서는 다른 이야기로 진행이 된 것 같아요. 어떤 생각으로 구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이야기의 시작은 제가 오래전에 읽었던 한 기사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지금 활동하시는 한 촬영감독이 큰 실패를 겪고 고향에 내려가서 한 인터뷰인데 그분의 어머니께서 그 감독에게 사진을 부탁했대요. 그 촬영감독은 어머니께서 원하는 사진을 찍어드리고 싶어서 영화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는 인터뷰가 제 영화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Q. 그 영화의 아들로 나오는 ‘혜성’이 이야기의 진행 내내 어머니와 함께 다니지 않고 혼자 다니는 모습에 대한 설정이 의도적이셨나요?
A. 우선 그 인물은 가족이랑 같이 있는 시간을 굉장히 어색해하는 성격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또한 그런 성격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다보니까 어머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에둘러서 표현을 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쉽게 포기하면 쉽게 잊혀져”라는 대사가 여전히 기억에 납니다. 어떻게 이런 대사를 쓰시게 되었나요?
A. 큰 의미를 두고 쓴 것은 아니고 그 상황에 맞게 인물이 했을 법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그 대사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은 선명하지는 않은데 그 이유가 작년 여름부터 준비해서 겨울에 완성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좀 더 세세히 더듬어 보도록 할게요.(웃음)
Q. 어머니가 거실에 앉아 있는 화면에 빛이 들어오면서 밝아지는 장면이 기억에 납니다. 그 빛은 특정시간대에 들어온 현실의 빛인지 아니면 환상인건지, 그 상징이 궁금합니다.
A. 일조권 침해기준에 대한 소송 기준이 하루 2시간미만이라고 해요. 그니까 하루에 두 시간 미만으로 빛이 들어오면 침해 소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을 생각하다보니까 그 장면을 넣게 되었고 그 장면의 사실관계를 떠나서 그 씬이 주는 분위기와 의미에 좀 더 염두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가족들이 등산을 할 때 돌탑을 쌓으면서 소원을 비는 장면에서 그 가족들이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궁금합니다.
A. 먼저 저의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집은 제사를 지내요. 저랑 동생은 바라는 소원이 많아서 제사를 할 때 절을 오래하는데 말을 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요. 그것처럼 저도 본 영화의 캐릭터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웃음)
Q. 이 영화가 따스함을 주는 이유는 바로 어머니의 이미지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머니의 캐릭터를 설정하는 데에 있어서 감독님의 어머니가 투영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A. 우선 영화 속의 어머니는 제 어머니와 정말 다르세요. 저의 어머니는 정말 개방적인 모습이신데 오히려 지금의 모습보다는 어렸을 때의 어머니가 더 많이 투영되었어요. 제 가족의 엄마라기보다는 무언가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시는 엄마의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어머니를 연기하는 배우에게 강조를 하며 디렉션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Q. 영화 속에서 어머니에게 이런 집이 중요한 추억의 장소라고 표현되었는데 아버지의 부재가 이런 점과 연관이 되었었나요?
A. 우선 아버지의 이야기는 편집된 컷이었어요. 아버지가 얼마나 그 집을 아꼈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왔는데 그것을 촬영했던 큰 이유는 아버지의 부재가 어머니로 하여금 이 집을 더 절박하게 지키고자 한 이유에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직접적으로 그 이유가 너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결국은 삭제했습니다.
Q. 답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A. 저는 제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소중한 기회라고 느껴졌어요. 그래서인지 관객들의 사소한 반응 하나까지도 신경이 쓰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제가 찍었던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뿌듯하고 와주신 관객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일조권>의 이동헌 감독님과 함께 진지하면서도 깊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신의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감독들의 영화도 함께 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동헌 감독이 가진 영화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동헌 감독의 <일조권>에 대한 관객과의 대화였습니다.
# 국내경쟁1 GV
토요일 오후가 되자, AISFF2017를 찾아오신 관객들로 씨네큐브 로비가 가득 찼습니다! 로비의 분위기만큼이나 국내경쟁1의 GV 시간도 후끈 달아올랐는데요. 국내경쟁1은 <염색>, <심심>, <나만 없는 집>, <미열>로 총 4개의 작품이 상영되었습니다. GV에는 <염색>의 조한솔 감독과 <미열>의 박선주 감독 그리고 <나만 없는 집>의 김현정 감독과 더불어 <나만 없는 집>의 ‘세영’ 역할을 맡은 김민서 배우께서도 특별히 자리해주셨습니다.
Q. <염색>에 나온 장면들 중에서 엄마라는 캐릭터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그런 순간을 연출한 의도와 그 장면이 가지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A. 항상 누군가의 어머니로만 불릴 뿐, 이름으로 호칭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이름을 불리는 순간이 개인의 정체성이 형용되는 순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고민을 했던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Q. <염색>에서는 카메라가 상황을 따라가기 보다는 인물의 표정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는데 이러한 촬영으로 설계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그 당시에 어머니의 감정에 대해서는 몰랐기 때문에, 어머니의 일상에 대해서 찍고 싶었습니다. 어머니의 일상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사건을 설명하기보다는 인물이 관객과 가까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까운 장면과 다르게 찍는 저조차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예상이 되지 않는 부분은 인물과 거리를 둔 상태에서 찍었습니다.
Q. <나만 없는 집>은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인 것 같은데, 영화 속 캐릭터들을 어떻게 설정하게 되었나요?
A. 네. 저 또한 영화 속 주인공처럼 둘째입니다. 제가 영화 속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세영’이 느끼는 박탈감과 소외감입니다. 반면에 세영의 언니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역할로 설정을 했습니다. 영화적인 목표 때문에 이렇게 캐릭터마다 극명하게 갈리는 설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Q. <나만 없는 집>의 시대적 배경은 언제인가요?
A. 영화의 배경은 1998년도로 설정했습니다. 미술이나 의상 부분에서 그 시대를 살리고자 노력했는데, 그렇게 한 이유는 ‘걸스카우트’라는 것을 부의 상징으로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과거라는 설정이 더 맞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때 당시에 입었던 걸스카우트 복장을 화면에 담고 싶었던 이유도 있습니다.
Q. <미열>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떠오르게 된 계기가 특이할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로 이러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인터넷 기사를 읽던 중, ‘10년만에 범인이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기사를 읽은 직후 만약에 피해자가 이러한 소식을 들었을 때, 과연 이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일지 궁금했습니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던 피해자가 소식을 듣고 난 후에는 주변 상황이 어떻게 바뀌는지 고민한 결과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미열>의 주인공은 작가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화면 속 주인공의 물건을 봤을 때 어떤 장르의 작가인지가 궁금합니다.
A. ‘은주’라는 주인공의 직업이 작가인 이유는 영화를 통해 ‘결혼한 여성의 경력단절’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는 나레이션을 예상했기 때문에 주인공을 ‘동화작가’로 설정했었는데,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아이에게 동화적이고 순수한 내용을 읽어줌으로써 “나는 순수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직업설정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국내경쟁1 부문은 한국영화가 잘 그리지 않았던 다양한 여성의 캐릭터의 심리를 보여주는 영화를 함께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요. 앞으로 조한솔, 김현정, 박선주 감독과 김민서 배우의 차기작에 대한 관객들의 뜨거운 기대와 격려가 있었던 현장이었습니다.
# 국제경쟁8,1 GV
데일리는 오늘! 주말 동안 아시프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 CGV피카디리1958를 찾았습니다. 씨네큐브와 마찬가지로 피카디리에서도 영화제의 백미인 GV가 마련되었는데요, 국제경쟁 8과 1이 되겠습니다. 먼저 국제경쟁8의 상영작으로는 <인투 더 블루>, <죽음과 염소>, <쉘터>, <스틸>, <탈출>, <오프 패스>가 있었습니다. 데일리가 함께한 국제경쟁8의 GV의 순간으로 가볼까요?
*16:00에 진행된 국제경쟁 8의 GV에는 <오프 패스>의 줄리 쥬브감독, <스틸>의 노엘 에스콘도 감독님과 함께했습니다!
Q .<오프 패스>를 보면서 ‘작품 이면에 사회, 정치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있다면 영화 속에 숨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영화의 사회적 이면을 말하자면, 이 작품은 레위니옹이라는 프랑스 점령지 섬에 있는 감옥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실제로 1995년부터 스포츠 코치가 수감자들을 트레이닝 시키고 이를 통과하게 되면 3박 4일 동안 교도소장의 허가 하에 임시 출소가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수감자들은 이를 위해 울트라 레이스를 하게 되고, 3일간의 자유를 얻게 된 수감자는 완벽한 자유를 맛보게 됩니다. 물론 기간이 끝나면 다시 교도소로 돌아오긴 하지만요. 제가 이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레이스를 하면서 피어나는 수감자들과 일반인들 간의 믿음입니다. 임시로 출소한 수감자를 범죄자로 바라보지 않고 신뢰를 기반으로 이들을 같은 사회인으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저는 믿음이란 키워드를 통해서 수감자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방법론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Q. <오프 패스>에서 플로리(주인공)가 갑자기 다른 길로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은 탈옥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A. 플로리가 다른 길을 가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곧 탈옥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단순히 그저 길을 잃었다는 사실과 동시에 정상이 아닌 주인공의 정신 상태를 의미합니다. 물론 영화 속 플로리가 수감자라는 사실로 인해서 다른 길로 가는 것이 곧 탈옥이란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녀의 역할과 행보와 맞물리는 자연스런 추리와 긴장을 유발하는 하나의 장치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Q. <오프 패스>와 <스틸>은 어딘가 모르게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입니다. 굳이 비슷한 점을 꼽자면 주인공들이 특정한 역할을 지닌 캐릭터라는 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역할에 어울리는 연기자를 찾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캐스팅했나요?
오프패스 줄리 쥬브 A. 플로리역을 맡은 배우는 사실 전문 연기자는 아닙니다. 그저 페이스북을 통해서 캐스팅된 배우입니다. 저희가 캐스팅을 위해서 사진을 요청했는데, 그중에서 웃음기 없는 얼굴의 사진이 인상 깊었습니다. 무표정이 얼굴에서 나오는 무한한 표현력이 많은 표정 없이도 감정을 표현하는 수감자 역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그녀를 플로리로 캐스팅했습니다.
스틸 노엘 에스콘도 A. 영화 속 배우들은 다들 독립영화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문 배우입니다. 운 좋게도 모든 배우가 시나리오를 너무 잘 이해했고,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점도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기술도 스태프들도 좋았지만, 배우들이 잘 소화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Q. 편집 없이 한 컷으로 이어지는 촬영방식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원씬원컷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썼거나, 어려움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작년 10월에 촬영된 ‘스틸’은 무자비한 살인에 대한 윤리적 물음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지금 필리핀에서는 매일 약 40여 명 사람들이 합법이란 이름으로 부조리한 죽임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끔찍한 현실을 보면서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에 가장 신경을 썼습니다. ‘사법적으로 허락을 맡고 사람을 죽이는데, 시민들이 알아서 남을 심판해서 죽이는 것이 정당한가?’, ‘이 중(영화 속 인물)에서 누가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왜 때문에 이 사람 하나만 죽어야하나?’ 등 영화 속 인물을 통해서 필리핀이 마주한 윤리의 문제를 함께 보고자 한 것입니다. 이 영화가 세계 영화제 곳곳에서 상영되어 매우 영광이고, 이로 인해 필리핀 정부의 무자비한 살인에 대한 경각심이 전달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Q. 미로 같은 골목에서 촬영한 <스틸>을 보면서 지역의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작업한 것인지, 그리고 영화 제작 이후에 상영을 하였는지 궁금합니다.
A. 안타깝게도 그 지역은 마닐라 외곽의 슬럼가고, 촬영 후 일주일 뒤에 실제로 살인사건이 일어나서 여러 여건상 상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촬영은 15번의 테이크를 찍고 가장 좋은 것을 택했는데, 특별하게 주민들에게 공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배우는 뛰고 저와 촬영, 사운드만 따라가며 촬영을 했습니다. 매 테이크 마다 다른 골목으로 가서 촬영했고, 주민들은 촬영이란 것을 모르기에 자연스럽게 반응했습니다. 물론 좁고 복잡한 골목에서 촬영한 것은 힘들었고, 그 곳은 또한 실제로 마약 거래가 이뤄지는 곳으로 생각보다 어렵게 촬영한 기억도 어렴풋이 납니다.
다음은 피카디리에서 진행된 또 하나의 GV, 국제경쟁 1입니다. 바깥이 어둑해지기 시작할 무렵에 상영된 국제경쟁 1에는 <관망자>, <요정>, <숲 속에서>, <이송>, <목소리>, <재앙>이 관객을 찾았습니다!
*19:00에 시작된 국제경쟁1의 GV에는 <재앙>의 맥심 페여스 감독, <목소리>의 고두현 감독이 함께해주셨습니다.
Q. <재앙>에서 클레어가 취하는 포즈를 포고 엄마와 형의 애인이 그대로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들이 따라 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각기 다른 것처럼 보이는 세 여인이지만 제스처를 따라하는 것을 통해서 유사점을 찾아보길 원했습니다.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나중에 가서는 ‘같은 여자다.’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Q. <재앙>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인지, 혹시 촬영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누구에게나 내면에 시적인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여드리고자 했던 것 또한 표면으로 보이는 것 말고 내면에 있는 시와 같은 것들에 대한 탐구입니다. 영화 속 아버지의 경우도 포악하고 무례하게 보이지만,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그 역시도 허약한 인간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무례하게 보이는 것은 예전에 존재하던 과거의 자신이 지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연약함과 허약함을 파악하고 이를 본다면 그 이상의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촬영은 25명의 조촐한 스태프들과 작은 집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작업 중 나는 광기 어린 집착을 보였고, 연기자들은 이에 응하여 너무나도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주인공은 배우로서는 이번이 정식 연기인데 사전에 충분한 의논을 하지 못하고 과감한 장면을 촬영한 것은 아쉽고도 미안한 부분입니다. 감독으로 촬영과 연출 등 지켜볼 것이 많아서 이것저것 다 챙기지 못해서 매우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Q. <목소리>의 화자는 미얀마 이주노동자인데, 왜 마지막 장연에서는 노조의 행진으로 마무리되는지 궁금합니다.
A. 마지막 장면은 지난 6월의 총파업 현장을 촬영한 것입니다. 영화의 등장인물은 물론, 한국을 떠난 외국인 노동자들도 모두 한국에서 노동한 여파가 여전히 자신의 몸과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여파는 과연 우리와 무관한지 생각해보았고, 그렇게 떠난 이들은 ‘집회나 시위에서 말할 기회가 없을 텐데, 영상을 통해서 그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통해서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계속해서 울리는 주인공의 내레이션만큼이나 힘 있는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에 지나가는 행렬, 의자, 지나치는 사람들은 역동적이고, 계속해서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Q. 영화 속 <목소리> 계절이 겨울로 시작해서 여름으로 끝나는 것을 보았는데, 계절을 다르게 설정한 이유가 있나요?
A. 특별히 계절을 설정하고 촬영한 건 아닙니다. 뒤늦게 영화를 마무리할 때가 여름이라서 겨울로 시작해서 여름으로 마무리 된 것 같습니다.
Q. <목소리>의 불법 체류자가 고향으로 떠나는 장면에서 비행기 소리가 아닌 기차 소리가 들립니다. 그의 경우 떠남을 알리는 건 비행기 소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A. 물론 그가 미얀마로 떠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을 벗어나기 이전에 벗어나야 하는 것은 마석 가구공단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 공간에서 접할 수 있는 일상의 소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차소리를 선택했습니다. 마석가구공단 옆으로 지나가는 지하철(경춘선)소리를 떠남의 상징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 국내경쟁2 GV
아시프 셋째 날의 마지막 GV 시간입니다! 토요일 저녁답게 많은 관객들이 찾아주셨고 GV에도 국내경쟁2의 네 감독들 모두 참석해주셨습니다.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의 신지훈 감독, <대자보>의 곽은미 감독, <조인성을 좋아하세요.>의 정가영 감독 그리고 <율리안나>의 김도준 감독이 함께했습니다. 장성란 모더레이터의 질문을 시작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Q.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을 찍으시면서 감독님만의 목표나 연출방향이 궁금합니다.
A. 장르적인 부분에서 영화로 소비되기에는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상업적인 장편 영화를 꿈꾸는 입장에서 이러한 주제들로 연습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코 쉽게 소비되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했습니다.
Q.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 나온 것처럼 감독님이 생각하는 ‘이웃간의 관계’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현재 저는 대학로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 주위에는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풍경을 볼 수 있는데요. 그 곳을 지나가면서 문득 “저기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빽빽하게 문을 닫으면서 살고 있는 우리들이 마음의 창만큼은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Q. <대자보>가 지금의 결말을 찾기까지 어떤 고민들이 있었나요?
A. 생각보다 결말에 대한 고민은 금방 끝났습니다. 전작들과 다르게 이번 작품만큼은 영화를 본 관객들이 씁쓸하더라도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변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결말을 유지했습니다.
Q. <대자보>는 흑백, 원 핸드 샷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서 인물을 찍는 등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형식으로 찍게 된 감독님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A. 처음에 <대자보>를 기획할 때부터 ‘흑백, 원 핸드 샷, 클로즈업’이라는 컨셉트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 또한 이러한 형식으로 찍은 기법이 주는 쾌감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자보가 가지고 있는 흑과 백이라는 색깔이 주는 느낌 중에는 어쩌면 두 가지로 양분되는 의견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원 핸드 샷으로 관객들이 멀리서 지켜보는 영화가 아닌 그 자리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Q. <율리안나>에 나오는 소재를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로 연출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다큐멘터리가 아닌 픽션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말하자면, 영화의 배경인 ‘스카이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곳은 예전부터 도시빈민의 역사가 있던 곳이었는데,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오래 전부터 이 곳에 살고 있었던 할머니와 새로운 빈민으로 들어오는 남자라는 두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율리안나>의 배우들과 촬영했을 때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A. 남자 역할을 맡은 김성대 배우는 연극을 해오시던 분이었고 할머니 역할의 유창숙 배우님은 여러 단편들을 많이 찍으셨습니다. 철거임박으로 제작기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본 보다는 현장에서 배우들과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하였고, 대사의 일부는 유창숙 배우님의 실제 이야기였습니다.
Q.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를 만드는 과정에서 감독님의 사심이 담긴 설정들이 보이는 것 같은데, 이런 장면들이 감독님이 일부러 만든 설정인지 궁금합니다.
A. 보통 영화를 찍을 때, 극 중 인물과 제 자신과의 거리가 가까운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찍을 때는 주인공의 이름도 ‘가영’이었고 저 자신이었습니다. 즉 첫 번째 사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이 영화의 연작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좌중 웃음)
Q. <조인성을 좋아하세요.>은 전작들과 달리 감독님 혼자 연기를 하면서 극을 이끌어 나가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A. 전작들과 다르게 이번에는 혼자 출연하면서 제가 하고 있던 고민에 대한 넋두리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혼자 찍으면서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느꼈지만 반면에 재미있었던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조인성 배우와 통화하는 장면은 4번의 테이크로 진행되었는데 찍을 때마다 다른 애드리브를 보여주셔서 기대보다 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 것 같습니다.
영화가 상영될 때부터 좋았던 분위기가 GV시간으로까지 이어져 많은 관객들의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러한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감독들의 진지한 답변들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글: 데일리팀 권소연, 이태헌, 이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