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 #3
# 국제경쟁7 GV
국제경쟁7에서는 <딜런 딜런>, <서면동의서>, <어글리>, <물에 빠진 남자>, <믿음>, <성교육>이 상영되었습니다. 상영 후 <믿음>의 러시아 타티아나 페도로프스카야 감독님, <딜런 딜런>의 실방 콰진 감독님이 GV현장에 찾아주셨습니다.
Q. 영화<딜런 딜런>을 통해 한 사람의 죽음보다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한 커플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는데, 상실의 극복 과정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영화의 스토리는 부부의 눈을 통해 전해집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들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극복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아이에 대한 사진이나 물건은 전혀 나오지 않으며 우회적으로 소년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두 인물, 부모가 어떻게 다른 감정으로 상황을 극복하고 해결하는가에 집중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Q. <딜런 딜런> 초반부부터 비행기가 등장하는데, 이것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비행기 같은 경우는 지필, 촬영, 편집 부분에 있어 많은 변화를 주며 표현한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비행기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을 빗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영화에서 커플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시달리는 것을 알리는 새로운 시각적 위협의 상징물인 셈이죠.
Q. <딜런 딜런>에서 인터뷰를 거절하던 커플이 후반부에 가서는 한 사람만 응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둘 중 하나만 인터뷰에 응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A. 마지막에 한 사람이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인터뷰를 함으로 아들을 좀 더 기억하고자 하는 행위라 볼 수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다른 남자는 아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고 물건을 치우지요. 어찌 되었건 다른 이는 이야기를 하면서 아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Q. 실방 콰진 감독님의 비주얼이펙트는 스케일이 큰 할리우드식 비주얼이펙트와는 사뭇 다릅니다. 감독이 지니고 있는 시각효과에 대한 생각이나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A. 비주얼이펙트에 대한 질문 굉장히 감사합니다. 실제로도 비주얼이펙트에 흥미를 느끼고 있고, 슈퍼 바이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색다른 방식으로 작업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시적인 느낌을 주고자 했고, 그러한 방식이 예산 내에서 적합한 방법이기도 해서 이 영화에서 적절하고 다채롭게 사용했습니다.
Q. <믿음>에서 주인공 할아버지가 놀라운 현상을 마주하면서 생기는 외로움, 그리움 같은 감정은 표정보다는 주로 동작을 통해서 비칩니다. 행동을 위주로 표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이것은 라디오나 연극 같은 것이 아닌 영화이기에 영화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주인공 할아버지가 본인의 어떤 행동, 모습으로 괴로움을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기에 얼굴이나 표정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Q. <믿음>에서 화장실에서 전구가 깨지고 나간 뒤에 불빛이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을 할머니와 교감 하고 싶다는 할아버지의 환상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A. 영화 초반 할아버지가 변기 위에 올라가서 램프를 조이려 했으나 실패했고, 다시 공구함을 갖고 와서 고치려 하나 또 실패했습니다. 세 번째 시도하게 되었을 때는 새 전구를 가지고 왔는데 그것이 깨진 것입니다. 여하튼 이 장면을 할아버지의 판타지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실제로 헌 전구는 깨지지 않습니다. 다만 결합상태의 불량으로 할아버지가 부인과 교감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Q. 전구가 나가고서 절망하는 노인의 모습을 클로즈업하고, 이후에 친척이 왔을 때 화장실에서 뚜껑이 열리며 어딘가 모르게 열린 결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인의 상상 속에서 부인과 만나러 떠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A. 영화의 마지막에 화장실의 천장이 없고 하늘이 보이며 새가 날아가는 장면은 절대적인 메타포라 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할아버지지만, 그를 실제로 영화로 담기보다는 메타포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하늘로 날아가는 새도 그의 영혼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국내경쟁1 GV (CGV피카디리1958)
‘아시프의 밤’은 어제로 끝났지만 영화제는 현재 진행 중! 입니다. AISFF2017가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극장인, CGV피카디리1958 2관에서는 국내경쟁1로, <염색>, <심심>, <나만 없는 집>, <미열>이 상영되었습니다. 어제에 이어서 관객과의 대화에는 <염색>의 조한솔 감독과 <나만 없는 집>의 김현정 감독 그리고 ‘세영’을 연기한 김민서 배우가 함께했습니다. 박진영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질문을 시작으로 GV가 진행되었습니다.
Q. <나만 없는 집>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구도가 같았는데, 이렇게 연출한 의도가 궁금합니다.
A. 처음에 시나리오 상으로는 언니와 동생이 화해를 하는 장면으로, 같이 라면을 끓이면서 끝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 지금과 같은 마지막 장면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결국에는 다시 세영은 혼자 있게 되었고 그런 혼자 있는 시간을 스스로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나만 없는 집>은 세영의 연기가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엄마에게 하소연을 하는 장면에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연기를 했나요?
A. 영화 속에 들어갈 때면 최대한 감정을 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시나리오를 읽고 생각을 해보니까, 세영이 많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소외감이 들고 자신만 가족이 아닌 듯한 느낌을 받아서 그러한 감정을 가지고 연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Q. <염색>에서 어머니가 드라마틱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염색을 하겠다고 결정하는데, 어머니가 염색을 하기로 결정하게 된 극적인 이유가 있나요?
A. 염색이라는 것 자체가 큰 액션이라기 보다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계기 또한 소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염색을 하는 행동은 결국 중년 여성의 신호, 즉 “나 여기 있어”라는 존재에 대한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여성으로서 인정을 받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염색을 하는 날을 어머니의 생일로 설정해 놓기도 했습니다.
Q. <염색>에서 어머니가 살림을 하면서 전화를 받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유일하게 가만히 앉아서 전화를 받는 장면은 어떤 의도로 연출하신 건가요?
A. 전화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가 어떠한지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대화를 하는 장면은 주로 정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금은 지루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정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올해 AISFF2017의 국내경쟁1에 속한 작품들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영화에 녹아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작품에 대한 감독들의 답변과 더불어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차기작에 대한 말씀도 아끼시지 않았던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었습니다.
# 국제경쟁8 GV
CGV피카디리1958에서 진행했던 국제경쟁8의 ‘관객과의 대화’에 출연했던 <스틸>의 노엘 에스콘도 감독이 씨네큐브에도 참석했습니다. 영화를 함께 관람하고 관객석에서 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필리핀에서 나온 단편 중에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스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감독님,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스틸>의 노엘 에스콘도입니다. 이 작품이 1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필리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를, 그리고 현실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영화제를 통해서 여러분과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Q. 이 작품이 촬영된 지역을 어떻게 선정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합니다. 더불어 필리핀을 비롯한 한국의 관객 작품에게 본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선정한 장소는 실제 필리핀의 슬럼지역입니다. 실제로 이 장소에서 영화를 촬영한 일주일 후에 경찰들이 이 마을을 습격해 범죄자들을 소탕했었습니다. 이런 현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실제 마을을 섭외하게 되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지금까지도 불법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해되고 있습니다. 또한 다수의 마약중독자들과 범죄자들이 법의 영역을 벗어나 많을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죠. 그러나 필리핀의 미디어와 언론들은 정부친화적인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잘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필리핀의 사회적인 의식이 많이 향상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 힘입어 여러분들에게 우리 필리핀의 현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Q. 15번째의 테이크를 찍는 데 있어서 14번의 촬영시도가 있었을 텐데 그 전의 시도에서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실제 마을에서 촬영하셨다고 하셨는데 일부의 통제 하에 이루어진 촬영이었나요?
A. 사실 15번의 촬영까지 갔었던 이유는 실제 슬럼가에서 일어난 폭력사태와 같은 외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배우들이 종종 다음 순서를 잊어버리거나, 예정된 경로로 이동하지 않을 때에 다시 시작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참고로 지역주민들은 영화 촬영을 하는 것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들의 실제 반응이 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을 원했기 때문에 영화 촬영을 알리지 않고 리얼한 모습을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Q. 이 영화에서 보이는 문제들은 비단 필리핀의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에서 찾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그 곳의 어린 아이들이 경찰이나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범죄의 영역에 그대로 노출이 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무엇보다 가난이 폭력을 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연쇄적인 가난을 막기 위해선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특히 이렇게 위험지역에 노출된 아이들일수록 더욱 더 수준 높고 질 좋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Q. 혹시 촬영현장에서의 위협은 없었나요? 그리고 주민들은 현실과 픽션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현장에 있었는데 그곳에서의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지금까지 이렇게 영화를 상영하기까지 어려운 점이 참 많았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여러분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도전적인 시도였죠. 무엇보다도 정부의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이다 보니 지원자체가 전혀 없었고 현 대통령의 지지세력으로부터 온라인상에서 많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Q. 답변 감사합니다. 영화를 보러 오신 관객분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필리핀의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를 한국 관객들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도와주신 영화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실제로 자국에서의 꺼려지는 현실을 담은 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스틸>의 노엘 에스콘도 감독이 가진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상 국제경쟁8의 관객과의 대화였습니다.
# 국제경쟁4 GV (CGV피카디리1958)
국제경쟁4는 <전쟁이 지난 후 5년>, <미친 열정>, <잡일꾼>, <주유소>, <마이크로슬립>으로 총 5편이 상영되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박진영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진행과 함께 <전쟁이 지난 후 5년>의 율리스 르포흐 감독, <미친 열정>의 미츠하시 유지 감독 그리고 <마이크로슬립>의 레나 레머호퍼 감독이 자리해주셨습니다.
Q. <미친 열정>에서는 이미지나 사운드로 극적인 효과를 주는 것과 더불어 흑백이라는 설정도 눈에 뜨는데, 이렇게 연출하신 의도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 처음부터 흑백으로 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모양을 잘 보여주면 이야기도 잘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땀 방울 하나하나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흑백이 가장 적합했고 이렇게 형태를 보여주면 그들의 욕망이 더 잘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마이크로슬립>을 연출하면서 관객이 아이를 바라보는 지점과 영화 속 아이의 시선이 멈추는 지점의 균형은 어떻게 설정하게 되었나요?
A. 처음부터 떠올랐던 이미지가 있었고 직접 그림도 그리면서 어디에 무엇을 놓을지 순서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촬영을 시작했을 때는 아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정해놓은 틀 안에서만 움직이는 것은 원치 않았기 때문이죠.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는 아이의 등장을 근접하게 촬영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방법을 통해 아이를 아주 가깝게 지켜보거나 아이의 눈을 통해서 관객들이 볼 수 있게끔 만들었습니다.
Q. <전쟁> 다큐는 허구가 아닌 진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가 더 잘 어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께서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만드시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A. 처음에는 꿈 장면 외에는 전부 실사로 촬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인물들이 나왔을 때랑 꿈 장면의 괴리감이 느껴져서 안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카메라에 대고 말했을 땐 공감을 할 수 있었지만 애니메이션으로 바꾸면서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보는 관객들이 애니메이션의 형태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낯설게 느낄 수도 있지만 반면에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더 실제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미친 열정> 에서 생선이라는 이미지를 사용한 이유와 끝까지 주인공이 쓴 작품이 여전히 외면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핵심적인 질문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에서 꽁치를 깨끗하게 먹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집에서 교육을 잘 받았다는 배경을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꽁치를 먹을 때 가끔 잘못해서 내장을 먹게 된다면 굉장히 쓸 텐데 이런 것이 우리 영화의 맛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이 외면 받는 이유는 그가 재능이 없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고 결국에는 그의 운명이 그렇게 끝나버리고 만다는 설정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영화의 많은 부분들은 보는 관객들의 해석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금한 점이 굉장히 많았을 작품들”이라는 박진영 프로그래머의 말씀처럼 관객들의 심도 깊은 질문들로 가득 찬 영화관은 난방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더불어 짧은 시간 관계상 하지 못한 질문들을 밖에서도 함께 나누고 싶다는 감독들의 열정 또한 느낄 수 있었던 GV시간이었습니다.
# 국내경쟁3 GV
씨네큐브에서 상영된 국내경쟁3에는 정말 많은 관객분들과 영화 관계자분들이 자리해주셨습니다. 위원장님을 비롯한 상영작들의 감독, 그리고 배우까지 적극적인 영화인들의 참여로 이번 ‘관객과의 대화’는 더욱 뜨거웠는데요. <경계>의 신소정 감독, <삼겹살>의 임혜영 감독, <의자 위 여자>의 박준영 감독, <맥북이면 다 되지요>의 장병기 감독, <코코코 눈!>의 문지원 감독 모두가 참여한 꽉 찬 ‘관객과의 대화’로 초대합니다.
Q. <코코코 눈!>에서 오정세 배우의 눈을 강제로 뜨게 하는 장면은 어떻게 촬영하신 건가요?
A. 실제로 개안기를 사용해 촬영을 했었어요. 최대한 몰아서 찍으려고 했었고 인공눈물을 사용해서 배우의 눈에 무리가 가지 않게끔 했습니다. CG를 사용하지 않고 오롯한 배우님의 헌신으로 그 장면이 완성이 되었습니다.
Q. <의자 위 여자>에서 마지막 장면 눈을 뜬 할머니의 의미는?
A. 할머니가 충격적인 사건의 결말이에요. 그 앞부분부터 생각을 해보면 상여하는 느낌을 주고 좀 더 싶었습니다. 그런 걸 의도하려고 했는데 눈을 뜨게 한 것은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비롯했습니다.
Q. <의자 위 의자>와 <경계>에서 등장인물들이 속물적으로 느껴진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어떤 방법과 의도로 이러한 속물적인 효과를 내셨나요?
박준영 감독 A. 그런 효과를 내기 위해서 제가 감정이입을 했어요. 만약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그런 인물이 나쁘다고 단정을 짓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어느 정도로 분노하거나 항의하거나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좀 더 현시적으로 바라보고자 한거죠.
신소정 감독 A. <경계>에서 사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연출할지 고민이 되었어요. 영화 속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었던 홀로 죽는 장면에서 혼자 죽은 사람이 안타깝다는 동정심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그것을 치워내는 사람, 즉 시스템에 보다 집중을 해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랬을 때 내 집이라고 생각하는 경계의 집은 과연 어떤 사람이 있을 때 어떤 선택을 할까에 감정이입을 했습니다.
Q. <삼겹살>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봤습니다. 일상적인 관계는 아닌 것 같은데 이런 구성의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이것은 제 개인적인 이야기기도 해요. 집안 분위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와 아빠의 모습은 차에서 크게 싸웠는데 영화는 코미디로 풀었지만 실제로는 공포처럼 심리가 격앙된 상태였어요. 제가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내가 잘못된 걸까? 이런 질문에서 해답을 찾고자 영화로 만들었어요. 물론 진지하게 풀어내기보다 가볍게 풀어내고자 구상했고요.
Q. <맥북이면 다 되지요>에서 맥북이란 소재와 어머니의 삶을 보는 연결고리가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구체적으로 제가 그 당시에 서울에서 생활할 때 제가 글을 쓰는 시기였어요. 어떤 카페에서 사람들이 맥북을 쓰는 것을 봤는데 그 때 너무 갖고 싶다는 막연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왜 맥북이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그것이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부재로 연결이 되었고요. 아직 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면 그 때 어머니께서도 저에게 맥북을 사주셨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런 설정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Q. <코코코 눈!> 엄마 역할을 연기한 이주영 배우가 마지막에 방에서 새 흉내를 내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나요?
A. 우선 엄마 캐릭터는 실제 존재하는 ‘엄여인’ 범죄자를 모티브로 했어요. 자신의 친가족을 살해하고 보험금을 노린 유명한 살인마인데, 그런 사이코패스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그런 표현을 한 것 같습니다. 인간적인 흔적이 아니라 포식자와 같은 짐승의 모습을 가진 엄여인의 모습을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또한 직관적으로 새의 부리와 바늘로 눈을 찌르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했고요.
역대 ‘관객과의 대화’ 중 가장 인기 있었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감독들과 많은 배우가 참여했었던 시간만큼 정말 빨리 지나갔는데요. 중간중간 재치 있는 농담과 성실한 답변으로 더욱 인상적인 시간이 된 ‘관객과의 시간’이었습니다.
#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 컬렉션 GV
올해에도 일본 최대 국제단편영화제인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와 함께하는 상호 교환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2017년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에서 주목 받았던 다양한 장르의 최신 일본 단편들을 이 섹션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 국제단편영화제 ‘숏쇼츠필름페스티벌’의 토노 세이고 집행위원장과 관객과의 대화 진행해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집행위원장님. 이 상호교환 프로그램은 위원장님과 관객들에게 얼마나 특별한 영화제인가요?
A. 이런 상호교환 상영제는 7년 전부터 매년 콜라보를 맺어서 교류하는 특별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단편 수상작을 일본에서 6월에 특별 상영할 예정이고 11월에는 아시프와 같이 한국에서 일본영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먼저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에 대해서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1999년에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가 생겼는데요. 이때는 아직 인터넷이 그렇게 발달된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이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가 국제적인 축제로 성장하기 위해서 4개의 큰 틀을 생각했습니다. 첫번째는 바로 단편을 통한 국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루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다양한 도쿄와 오사카와 같은 다양한 지역의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신흥 감독을 육성하고 많은 영화인들을 찾아서 지원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인터넷이 빠르게 발달되는 사회에 이 단편이 가진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네 가지 큰 틀에 입각하여 본 영화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 영화제의 독특한 매력이 있나요?
A. 이 영화제의 유니크한 점은 우리 영화제가 스폰서와 결합한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연간 20편의 단편작을 스폰서와 협력하여 제작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제라고 해서 단순한 감독, 배우만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 다양한 지역과 협력해서 단편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단편 중 <제2의 고향>이라는 단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위한 단편인데요. 세계적인 축제인 올림픽을 위해서 도쿄를 비롯한 다른 지역과 협업하고,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젊은 배우들과 가수와도 같은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도전을 통해서 더 큰 영화제로 발돋움하고자 합니다.
Q. 그렇다면 현재 한국과 일본의 다양한 단편 콘텐츠를 어디서 어떻게 접할 수 있을까요?
A. 2011년에 한국과 일본이 같이 단편을 제작했을 때 일본 관광청이 지원을 해준 기록이 있습니다. 바로 한-일 교류를 통해서 단편을 같이 제작하고, 그 작품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상영하자는 프리미엄 기회를 구상했는데요. 안타깝지만 현재 그런 움직임은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논의를 거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쉽게 접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긍정적인 기대를 해봅니다.
Q. 한국 대학은 영화과를 졸업하기 위해 졸업 작품으로 단편영화를 주로 찍습니다. 또한 국내에서 상영할 기회도 많고요. 일본도 그런가요?
A. 사실 일본의 경우에는 정부가 인정한 영화학교가 따로 없습니다. 영화 교육현장이 협소하고 학과도 적기 때문인데요. 일본의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안 하는 이유는 엔터테인먼트를 비즈니스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예술작품의 개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 설비가 열악합니다. 일본에서는 단편에 흥미를 지닌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제작하고 상영하는 편입니다.
Q. 장편 영화가 아닌 단편 영화만의 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장편과 단편의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영화의 길이로 영화를 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단편을 보면 단편을 만든 감독이 자신은 장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단편을 제작한다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단편은 단편만의 세계와 이야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엄연히 다른 장르죠. 우리는 거기에 포인트를 맞추고 힘을 쏟아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를 찾아준 한국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국과 일본이 영화를 통해서 교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참 중요하고 소중합니다. 안성기 집행 위원장님을 포함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리고 내년에도 뵐 수 있길 바랍니다.
토노 세이고 집행위원장님과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앞으로 한일 단편의 미래가 정말 기대가 되었습니다. 단순한 단편 교류를 넘어서 그 이상의 가치를 함께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글: 데일리팀 권소연, 이태헌, 이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