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 #1
#국제경쟁1 GV
본격적인 아시프의 시작을 알리는 국제경쟁1에서는 <내 안에>, <아이 블리드>, <형재애>, <스와티드>, <버뮤다>, <피부> 총 6편의 작품이 상영되었다. 그 중 <버뮤다>의 에릭 바롤린 감독이 이번 국제경쟁1 GV에 함께 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버뮤다>는 에릭 바롤린 감독의 스웨덴 단편 작품으로, 젊은 웨이트리스 조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조나는 사장이 시키는 대로 억지로 그날 찾은 유일한 손님에게 말을 건네게 된다. 일상적인 대화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이어지게 되고, 그녀의 인생을 뒤바꾸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극이 흘러간다. 지금부터 에릭 바롤린 감독이 관객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했는지 돌아보자.
Q. 어떤 계기로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나.
A. 어떤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사람의 비밀스러운 삶에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다. 그 삶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를 생각하며 <버뮤다>라는 작품을 쓰게 됐다.
Q. 범죄와 관련된 주연배우들이 전부 여성이었다. 특별히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이유가 있었는가.
A. 이 단편을 연출하면서 클리셰라는 것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피하고도 싶었다. 남성 범죄자라는 개념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Q. 여종업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버뮤다로 가는 것이 탈출과 도피의 장소로 보일 것 같다. 버뮤다가 조세 탈출지로 불리기도 하고, 해안가는 위험하기도 한데 왜 굳이 버뮤다를 해당 장소로 선정했나.
A. 질문에서 말씀해주신 이유로 장소로 선정하게 되었다. 탈세의 중심지이기도 하고, 어쩌면 범죄적인 특성을 가진 버뮤다가 여종업원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다.
Q. 가게에 여자 손님이 찾아오는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직원에게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하다.
A. 캐릭터를 그리면서 그녀가 외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실제 핸디맨으로서의 모습과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에 이야기를 시작한 것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부조리하거나 부도덕한 행동을 하면서도 아무런 윤리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과 비슷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에릭 바롤린 감독은 관객들에게 좋은 질문들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GV를 마무리했다. 국제경쟁1이 아시프의 대문을 활짝 열었다. 국제경쟁1을 시작으로 국제경쟁9까지 쟁쟁한 작품들이 경쟁을 펼친다. 각각의 작품이 모두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기에, 여러 섹션에서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길 바란다.
#국제경쟁5 GV
영화제 개막 후, 에무시네마에서의 첫 상영은 국제경쟁5가 되었다. 총 35개국, 53편의 국제 작품들, 그 중 <아몬드 나무 사이>, <짧은 종아리 근육>, <카밀리아 부인>, <아무도 없는>, <터닝 텐>, <개 같은 인생>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 6개의 작품 중 <아몬드 나무 사이>의 마리 르 플록 감독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몬드 나무 사이>는 중요한 행정 절차를 앞둔 마이산 가족과 그들이 마주한 문제에 대해 다룬다.
Q.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가?
A. 사실, 처음에는 우리 가족의 출신 배경이기도 한 프랑스 브르타뉴에서 이야기를 찾기 시작했다. 당시에 여러 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난민센터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한 여성을 만났다. 그녀는 이혼을 원했지만 난민 자격 신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이혼을 감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동시에 가족 간의 분절, 단절이라는 문제가 내 가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2017부터 프랑스 전역에 팽배했던 난민 문제, 정치적 상황과도 맞물려 있었다. 이러한 정치적인 이슈를 가족이라는 친밀한 배경하에 모든 사람의 이야기로 나눠보고 싶었다.
Q. 배우 캐스팅에 있어서 어떤 점에 초점을 두었는지?
A. 처음에는 비전문 배우들과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두 달간 벨기에 브뤼셀에 가서 인물을 구현할 사람을 찾아 헤맸는데, 결국은 시리아에 있는 국립기관을 통해 시리아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배우들의 명단을 받아 함께 하게 되었다. 생선 공장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 사실 나의 전 동료들이다. 영화를 준비하게 되면서 그들의 삶을 더 이해하기 위해 영화에 나오는 생선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Q. 이혼하려는 이유는 나오지 않는데,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 배경에 대해 알 수 있었나
A. 배우들과 그 배경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영화에서는 일부러 애매모호하게 남겨두었다. 처음에는 대본에 이유를 명확하게 명시해두었지만, 남녀 사이 일과 이혼에 대한 비중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 편집과정에서 삭제하였다.
Q. 계속 난민 문제에 대해 작업을 할 것인지, 새로운 소재로 다른 작품을 만들 것인지
A. 나는 이 영화가 굳이 난민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가족 이야기고, 그 가족이 난민일 뿐인, 정치적이지 않은 이야기이다. 지금은 첫 번째 장편 영화 대본을 집필하고 있고 이 영화와 연결점도 있지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Q. 시나리오를 쓰는 계기가 된 여성분도 이 영화를 보셨는지, 그분의 감상은 어떠했는지
A. 그녀는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 대규모 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워크숍에서 한번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그 이후로 그녀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혼을 원하지만, 난민 신청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그것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에도 등장한 나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 역시, 똑같은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저 감사하다’는 시작과 끝, 모든 인사말에서 마리 르 플록 감독님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독님의 진심 어린 설명을 통해 이야기를 담아내고 연출하면서 어떤 시각을 담고자 했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몬드 나무 사이>가 가지는 의미나 메시지를 더욱더 깊게 이해하게 되지 않았을까.
#국제경쟁2 GV
장르를 구분 짓지 않는 주체성이 돋보이는 국제경쟁2에서는 <비스트로>, <분산>, <나의 수호 천사들>, <그랑드 부케>, <대지>, <당신은 누군가요?>가 상영되었다. 6편의 작품 중 <나의 수호 천사들>의 베르나베 리코 감독과 <그랑드 부케>의 요시가이 나오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자리했는데, 이도훈 모더레이터의 공통질문과 함께 본격적인 GV가 시작되었다.
Q. 영화 <나의 수호 천사들>과 <그랑드 부케> 모두 아이디어와 모티프가 중요했던 작품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두 분 다 어디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궁금하다.
A. 요시가이 나오 감독: 한 소설 속 대사와 글이 저에게 많은 영감을 안겨주었다. 책에서 꽃은 물과 토양이 있어야 자라는데 현대에는 ‘꽃이 꽃을 먹는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이를 현대인들이 먹는 것으로 예를 들자면, 우리는 쌀을 먹을 때 직접 쌀을 생산하지 않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이러한 이미지가 우리가 사는 현대의 문자 시대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영화를 만들기까지 이 글이 저에게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많은 상상력을 동원하게 했다.
A. 베르나베 리코 감독: 실제로 영화에서 다뤄지는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10년 전, 2009년에 마드리드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아기가 버려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플롯을 처음 들고 온 분이 주신 시나리오에 저의 세계를 넣으면서 새롭게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여기서 이야기는 두 가지의 시퀀스를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아기가 버려지는 것, 두 번째는 아기가 버려지고 나서 발견되기까지 과정이다. 아기가 버려지는 과정을 롱시퀀스로 촬영을 했고, 후반부에서는 스페인에서 차별받았던 사람들이 아니라 백인들에 의해서 아기가 발견되는 과정을 그렸다.
Q. 요시가이 나오 감독님께 질문드리겠다. 영화 제작 과정은 두 가지로 설명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사 촬영과 CG 중 어떤 것을 먼저 촬영하였는지.
A. 제작 과정만 간단히 말씀을 드리면, 우선 제가 스토리를 만든다. 그런데 이를 그림으로 구상하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그려지지 않아서 먼저 비디오 콘티를 그림으로 작업했다. 그리고 실물을 어떤 것으로 할지 많이 고민하고 그 실물에 대한 촬영을 한 뒤 CG를 입힌 단순한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Q. <나의 수호 천사들>을 형식적으로 보면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지게 된다. 전반부에서는 컷 전환이 전혀 없고 원씬 원테이크로 촬영되고, 후반부에서는 컷을 많이 쪼개면서 드라마틱하게 구성했는데 이 구성의 이유를 듣고 싶다.
A. 두 부분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우선 첫 번째 부분에서는 “스페인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이 과연 어려움에 빠진 인물을 도와줄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며 힘든 상황에 부닥쳐있음에도 누군가를 도와주려는 스페인 사람들의 선한 행동을 가진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스릴러 적인 면모를 넣고 싶었다. 아이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넣으며 표현하고 싶었다.
관객과 감독 모두 진지했던 태도가 인상적이었던 GV로, 이번 관객과의 대화는 영화에 녹아든 숨은 의미를 발견한 관객들의 통찰력 있는 질문과 해석에 힘을 실어주는 농도 짙은 답변으로 알차게 이루어졌던 말 그대로 ‘대화’의 시간이었다.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 컬렉션 GV
숏쇼츠필름페스티벌&아시아 컬렉션은, 일본 최대 국제단편영화제인 “숏쇼츠필름페스티벌&아시아’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의 상호 교환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21회를 맞이한 숏쇼츠필름페스티벌&아시아의 주목받은 작품들을 만나볼 기회로, 올해는 <수염과 비옷>, <나의 작은 염소>, <나기사>, <그림 그리는 일본 소년>, <봄>, <이불>이 상영되었다. 11월 1일, 에무시네마 2관에서 진행된 GV에는 숏쇼츠필름페스티벌&아시아의 집행위원장 세이고 토노와 <수염과 비옷>의 감독, 야와타 키미가 참여해주었다.
세이고 토노 위원장의 ‘긴 시간 동안 협력을 해나갈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안성기 집행위원장님을 비롯하여 관계자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인사말과 함께 GV가 시작되었다.
Q. 일본에서 영화제를 개최하면, 영화를 몇 편 정도 받는가
A. 영화제 규모에 비춰봤을 때 공모 때 받은 작품이 전 세계에서 만 편 정도가 된다면, 그중 평균적으로 330 ~350편 정도가 일본 작품이다. 한국에서만 200편 이상의 작품을 보내오는 걸 감안했을 때, 일본에서 개최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작품의 비율이 높지는 않다.
Q. 오늘 상영작을 봤을 때, 다양한 장르들이 있었다. 영화제 전체를 봤을 때도 다양한 장르들이 나오는가
A. 다양한 작품들이 영화제에 응모된다. 2년 전부터 <Under 25>프로그램으로 유스 부분의 상을 별도로 주고 있다. 오늘 상영 중 마지막 작, <이불>은 매우 어린 대학생의 작품이다. 정식 경쟁 부문이 아닌 유스 부문 작품이었다. 최근 기술이 발달하여 퀄리티도 높아졌고, 학교에서 정식으로 배우는 분들이 많아 학생 작품들의 수준이 높아졌지만, 각본은 미숙한 편이다. 그럼에도 영화제에서 선정된 작품들의 경우 수준이 높은 편이다.
Q.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가
A. 이 작품은 페티시즘에 관한 것이다. 전에도 이 테마로 작품을 만든 적이 있고, 다시 이 주제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각본을 썼을 때는 장편을 만들려 했으나 예산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일단 단편으로 여러분께 선보이면서, 궁극적으로는 장편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Q. 배우를 캐스팅 할 때의 기준은 무엇이었나
A. 내가 연출하는 작품은 직접 각본을 쓴다. 오디션을 보는 타입은 아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소수에게 각본을 전달하고, 그들이 출연한 작품들을 보며 결정한다. 딱히 캐스팅에 기준이 있지는 않다. 각본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생각한 캐릭터에 맞는 사람을 보면, 순간 ‘이 사람이다’ 싶을 때가 있다. 연기, 존재감, 눈빛 등으로 이를 알 수 있다.
Q. 페티시즘 외에 다른 장르에 관심이 있는지?
A. 마이너리티, 소수파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리고 아직 페티시즘에 대해서도 표현할 것이 많다. 다음 작품은 시골의 여자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전학생으로 온 흡혈귀와 둘이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에 대해 각본을 쓰고 있다. 귀여운 내용은 아니다.
야와타 키미 감독은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촬영지 탐방을 했을 정도로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을 좋아하며 영화를 만들 때 참고한다. 젊은 감독님들의 작품도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영화제에 참가하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영화는 관객이 와서 봐줌으로써 성립되는 예술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일본 영화와 다양한 영화들을 많이 봐주길 바란다는 얘기로 GV가 마무리되었다.
#국제경쟁9 GV
국제경쟁9에서는 <미스 샤젤>, <송 스패로우>, <러스트>, <렌탈 밴의 세가지 이야기>, <라즈베리 맛>으로 총 다섯 작품이 상영된다. GV에는 <미스 샤젤>의 토마 베르네, <라즈베리 맛>의 다비드 노블렛 감독이 참여하였고, 감독들의 소개와 이도훈 모더레이터의 공통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토마 베르네는 이번 영화가 두 번째 단편영화이고, 3살 때부터 감독을 해왔다고 말하며 여기 와서 굉장히 기쁘다고 전했다. 다비드 노블렛은 <라즈베리 맛>이 작년, 인서스를 졸업하며 찍은 졸업 영화라고 소개했다.
Q. 각 작품의 배경은 무엇이며, 어디서 모티프를 얻었는가
A. 토마 베르네: 우리 제작사에서 만든 영화이다. 대부분은 첫 영화를 만들 때와 같은 배우와 스태프들과 일했다. 특히 클라라 역의 배우는 뮤직비디오 등 다른 촬영들에서도 함께한 배우이다.
A. 다비드 노블렛: 토마 베르네처럼 제작사를 가지진 않았지만, 졸업 영화이니만큼 학교에서 지원을 받았다. 스태프들도 무료로 함께 일할 수 있었다.
Q. <미스 샤젤>은 장소가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이 든다. 실제로 ‘미스 샤젤’ 같은 대회가 있는지, 어느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지 궁금하다.
A. 샤젤은 실제로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이다. 이곳에 대한 향수를 늘 가지고 있었고,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에 일종의 오마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Q. <미스샤젤>의 두 인물을 각각 상징하는 색이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전하는 의미가 있는가.
A. 클라라가 분홍 옷을 입고 마리가 파란 옷을 입는 등의 방식이 많이 나왔지만, 반대로 클라라가 등장할 땐 하늘이나 주변 배경의 색이 파란색을, 마리의 경우에는 분홍색을 띤다. 이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했다.
Q. <라즈베리 맛>은 일종의 SF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전원적인 풍경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A.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다소 이론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빈공간에 대한 선호가 있다. 상상을 투영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화성이 떠오르는 장소를 원했다. 풍력발전기나 지형 자체가 화성을 연상시킨다고 생각했다.
Q. ‘라즈베리 맛’이 작품 속에서 ‘우주 먼지 맛’과 비교가 된다. 어디서 모티프를 따왔는지, 감독의 설정인지 궁금하다.
A. 이는 내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실제 과학적 사실이다. 실험에 의하면, 우주 먼지가 라즈베리 맛의 원자들과 유사하게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Q. <라즈베리 맛>은 단편이다 보니 압축적일 수밖에 없는데, 영화에 담기지 않은 여자 주인공의 앞 이야기가 있다면?
A. 나는 인물들의 생애에 대해 1, 2페이지 정도를 작성한다. 이 때 미국의 우주비행사, 최초의 탐험가 이야기를 많이 참고했다. 어느 날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모티프가 크게 작용했다.
이번 GV에서는 두 영화 속 디테일과 연출 의도에 대해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해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을 듯하다. 거기에 촬영 상황부터 영화 속 배경, 색, 맛에 대한 이야기까지 감각을 자극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국제경쟁3 GV
국제경쟁3에서는 <소원>, <화물>, <One Hundred and Twenty-eight Thousand 128,000>, <프로방스>, <소돔과 고모라>, <아담의 스커트>가 다뤄졌다. 상영이 끝나고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와 함께 문제적 치마, <아담의 스커트>의 클레멍 트레항-라란드 감독이 무대 위에 등장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Q. 치마를 소재로 성차별적인 문제를 다루는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데, 등장인물들의 복장을 통해서도 성차별의 요소를 다루고 있는지에 관해 묻고 싶다.
A. 우선 흑백논리로 몰고 가지 않으려 노력했다. 왜냐하면 프랑스에는 치마에 반대하는 다수의 보수적인 가톨릭이나 기독교 신자들이 많기도 한데, 그들을 일방적으로 악역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고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Q. 보편적으론 남편의 키가 아내보다 큰 경우가 많은데 영화에서는 주인공 부부가 아내가 남편보다 더 큰 키로 나오고 있다. 이 부분을 의도했나?
A. 프랑스에서도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큰 키인 경우가 많은데, 일부러 반대로 여자가 더 큰 키면 웃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을 하는 엔젤 부인과 주부인 다비드 커플이 프랑스의 현대적인 커플을 대변한다면 또 다른 커플은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게 하면서 두 커플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Q. 객석에는 청소년분들이 많이 자리해주었는데, 10대 여학생들이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A. 희망에 가득 찼으면 좋겠고, 사회와 시대정신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서로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모든 성별과 젠더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다.
Q. 영화에서 성 고정관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성 고정관념을 어떤 방식으로 선별하고 표현했는지 궁금하다.
A. 대략 50버전의 시나리오를 썼다. 지원을 받고자 응모를 하면 고정관념만 가득하고 유머 요소가 적다는 답변을 계속 받게 되어서 수정에 수정을 거쳤기 때문인데, 이 과정을 거치다가 마침내 한 곳에 안착하게 되면서 구체적인 디테일을 그려나갈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틀은 지원하는 과정에서 결정되었다. 고정관념은 학교에서 주로 발견된다고 생각하는데 남자는 파란 신발, 여자는 분홍신발로 갈리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아담의 스커트>는 프랑스의 색깔이 드러나는 요소를 절절하게 담아낸 영화지만 한국 관객들에게도 공감을 자아낼 정도로 스토리를 통해 차별을 날카롭게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던지는 메시지가 가히 보편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는 만큼, 국적을 초월한 공감의 지점을 대화를 통해 확인한 시간이었다.
#국내경쟁2 GV
상영 첫날, 에무시네마에서의 마지막 상영은 국내경쟁2가 진행되었다. 국내경쟁2에서는 <푸른방에 찾아온 자객>, <별들은 속삭인다>, <산후>, <기대주>, <령희>가 상영되었다. 오늘의 영화제는 마무리가 되어가지만 많은 관객이 찾아준 GV의 분위기는 아직 열띤 듯하다. <산후>에는 김홍 감독을 대신해 제작을 맡은 권오준 PD, <별들은 속삭인다>의 여선화 감독, <푸른방에 찾아온 자객>의 최병권 감독, <기대주>의 김선경 감독과 명자역의 김자영 배우가 관객들과 활발한 대화를 나눴다.
Q. 어떻게 이야기를 쓰게 됐는지, 제작과정이 궁금하다.
A. 권오준 PD: 감독님이 <두 개의 선>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뒤 산후 우울증에 대해 인식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을 하다가, 조카가 태어나는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A. 여선화 감독: 개인적 경험에 의해 쓰게 된 이야기이다. 술을 좋아한다. 여행을 갔다가 여러 국적의 농인분들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경험이 있다. 그때의 기억이 좋아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A. 최병권 감독: 곰팡이는 아니지만 영화처럼 집에 작은 하자가 있었는데, 이를 속이고 다음 세입자에게 집을 넘긴 적이 있다. 이후 마음이 안 좋았고 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하는 궁금함에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A. 김선경 감독: 새벽 수영을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많이 놀랐던 것 같다. 나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중장년층 어른들의 사회를 보게 되면서, 그동안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영화를 찍게 되었다.
Q. <기대주>의 김자영 배우님은 일종의 스포츠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다. 소감이 어떤가
A. 결과가 좋아 영화제에 다니게 되어 좋고, 감사하다. 오래전에 한 달 정도 수영을 배운 적이 있다. 한참 뒤 의뢰가 왔고 수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캐스팅되면 수영을 하겠다고 모험 아닌 모험을 했다. 죽을 각오로 수영을 배워서 기억에 남는 장편 영화가 될 것 같다.
Q. <기대주>라는 영화에서 두 인물이 탈의실에서 대화를 하였는지 궁금하다. 학생이 너무 낙담하는 모습을 보고 연륜이 있는 명자가 양보한 게 아닌가 싶었다.
A. 김선경 감독: 대화는 없었을 거라 생각하고 영화를 찍었다. 엔딩에 대해서는 지규랑 명자는 나이대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 생각도 다르지만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가기 때문에 같은 마음을 가진다. 어쩌면 같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찍었다. 연민이나 동정보다는 본인이 그랬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떤 마음을 가지는지 느꼈을 것이다. 지규를 보고 명자의 흔들림없는 모습에 균열이 갔을 거라 생각했지만, 일부러 져준 것은 아니다.
A. 김자영 배우: 감독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나는 져준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
Q. <산후>에서 복잡한 감정과 상황이 진행되는 가운데 화면은 계속 화이트 톤으로 진행된다.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 궁금하다.
A. 좋은 질문 감사하다. 연출자가 아니라 정확히 전달은 힘들다. 다만 제작하는 과정에 있어서 의도된 연출이 맞다. ‘인물이 힘들다’는 점을 상황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감독님은 실제로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는 분들이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했다. 자연스럽게 산후 우울증이 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 연출한 것 같다.
Q. <푸른방에 찾아온 자객>에서 요즘 젊은이들이 한 사람을 밟고 올라가려는 모습들이 충격이었다. 요즘 젊은 세대에 대한 비유적 표현들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집과 이사 이야기를 꺼내서 놀랐다. 혹시 두 개의 의미가 있었는지.
A. 아까는 어떻게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느냐에 대한 대답이었다. 영화를 만들면서 경쟁 사회,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면접을 보면 항상 대기할 때 봤던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곤 했다. 가장 개인적인 공간에서 그 둘이 만나면 어떨까를 생각하며 영화를 찍게 되었던 것 같다.
Q. <별들은 속삭인다>에서 농인의 표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표정 변화가 별로 없었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궁금하다. 또 왜 연희가 수화 쓰는 걸 감추는 모습으로 연출했는가
A. 연희의 엄마도 농인인데 그녀는 크게 크게 행동한다. 연희는 그러지 않는다. 뭔가 도시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시골로 전학 온 설정이었다. 연희가 마음을 닫아버린 상태라 그렇게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게스트는 관객과의 소통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산후>의 권오준 PD는 김홍 감독이 직접 와 소통하고 싶어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았다며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부탁받았다고 전했다. 이 날 GV는 출연한 배우들 또한 자리해주어, 배우와 관객들에 대한 감사 인사로 마무리되었다.
#국제경쟁4 GV
쌀쌀한 바람이 감도는 늦은 저녁에도 자리해주신 많은 관객분들과 함께 국제경쟁4가 상영되었다. 국제경쟁4는 <표 값>, <페이버릿>, <선택의 기로>, <마더 인 로>, <방과 후>, <생쥐, 작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상영 이후 관객과의 대화를 이끌어줄 주인공으로 <마더 인 로>의 신승은 감독과 안민영 배우, <선택의 기로>의 매즈 쿠달 감독이 자리했다. 장성란 모더레이터의 질문을 시작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선택의 기로>의 매즈 쿠달 감독
Q. <선택의 기로>에서 장애인 딸을 돌보는 고령의 어머니가 사회적으로 어떤 처우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보다 감정 전달을 어떻게 하려고 했는지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데요. 어떻게 이런 주제를 영화로 그리게 되었는지 계기가 궁금하다.
A. 젊었을 때 4년간 요양원에서 보조했었던 게 영화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치매나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를 자주 만났다. 이야기 자체의 구조는 단순하고, 경험에서 이야기가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Q. <선택의 기로> 안의 캐릭터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
A. 이 영화를 찍는 과정이 저에게도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카렌을 연기하는 배우의 정신 연령은 7세에 머물러 있다. 그녀를 아이지만 어른으로 존중해주고, 그녀에게 친숙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Q. <마더 인 로>의 소재를 ‘마더 인 로’로 설정한 이유가 시어머님과 장모님이 똑같이 불리는 이유에서 인지 궁금하다.
A. 짚어주신 이유가 정확하게 맞다. 한국의 가족 호칭은 가부장적이고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호칭이 많이 다르지 않나. 성별에 따라 호칭이 이분법적인 것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마더 인 로’라는 제목을 정하게 되었다.
Q. <마더 인 로>문제의식을 코미디의 형태로 전달하고 있는데, 여기서 손수현 배우와 안민영 배우의 연기 흐름이 굉장히 재밌게 그려지고 있다.
A. 감독님의 디렉션대로 움직인 덕분이 아닐까 싶다. 제 연기를 큰 극장에서 집중해서 보며 알아가는 면도 있다. 흐름 상 일부러 살리려는 어색함이 있고, 정말 어색한 호흡이 편집 점에 따라 존재하는데 서로 즐겁게 촬영했기 때문에 그것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잘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이것으로 오늘 씨네큐브 1관에서 진행된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어두워진 시간임에도 생기있는 에너지를 잃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관객들과 이에 못지않은 성실한 답변으로 시종일관 반짝이는 눈빛을 보이던 두 감독님과 배우분이 함께했기에 더 뜻깊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