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SFF 전담 씨네필, ’관객심사단’의 못다 한 이야기
![관심단 썸네일](http://gisff.kr/wp-content/uploads/2019/11/20191103_161919.jpg)
짧지만 굵은 한 마디로 관객들에게 영화 선택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관객심사단’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한 줄 평으로 담기 어려웠던 비하인드 후기부터 앞두고 있는 ‘아시프 관객심사단상’까지 다뤄보려 한다. 누구보다 영화제를 세밀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조력 군단들의 솔직하고도 진정성 있는 이야기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숨겨져 있을까? 지금부터 밀착취재에 들어가보자.
Q. ‘관객심사단’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더불어 관객심사단을 하면서 얻고 싶은 건 무엇인가
A. 김민정: 단편에 관심이 부쩍 많이 생기던 찰나에 다양한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는 관객심사단을 알게 되었다.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 AISFF 상영작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퀄리티가 높아진다는 소문이 자자했기에 기대가 높았고, 흔치 않은 기회이기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심사단을 통해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고 싶고, 작가를 준비하는 학생으로서 창작물에 도움이 될만한 레퍼런스를 많이 보면서 안목을 확장해나가고 싶다.
A. 강동훈: 영화에 관심이 많다. 영화제 자원활동가부터 스태프까지 경력이 많은 편이다. 이 역시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에 하게 된 활동이다. 2년 전 AISFF 상영관 자원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당시 훌륭한 작품들로 이루어진 영화제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영화를 더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에 관객심사단까지 지원하게 되었다.
A. 김민정: 직접 작품을 구상하거나 창작할 때 “어떻게 하면 신선할까?”라는 고민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같은 소재,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풀어내는지, 어떤 새로운 시각을 가졌는지에 따라 관객들이 작품 속에서 예상치 못한 재미, 충격, 울림과 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번 심사 역시 작품의 연출이든 서사든 진부함을 탈피하여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A. 강동훈: 작품에서 받은 ‘충격’이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작품을 예로 들면 아빌라쉬 찬드라 감독의 <화물>에선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초자연적인 존재가 나타나는 연출을 그리고 있는데, 상당히 센세이셔널한 구성이 아니었나 싶다. 신선함과 참신함으로 비롯된 충격을 일으킨 작품에는 별의 개수도 많아지는 것 같다.
Q. 별 다섯 개를 매긴 작품 중 한 줄 평으론 담지 못하는 이야기가 분명 있을 것 같다
A. 김민정: 궁유정 감독의 <창진이 마음>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창의적인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등장하는 아이와 선생님 간의 조여오는 날 선 기 싸움이 흥미로웠고, 두 배우의 연기력이 뛰어나서 캐릭터의 심정이 더 잘 전달된 것 같아 30분의 러닝타임 동안 영화를 재밌게 봤다. 무엇보다 적재적소에서 튀어나오는 대사들이 얄밉고 찰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또한 작은 사건을 가지고도 힘 있게 달려 나가 판을 키워나가는 추진력도 좋았다. 그래서 고민 없이 최고점, 5점으로 매겼다.
A. 강동훈: 제일란 아우프 감독의 아랍 영화 <터닝 텐>에선 아랍계 의식으로 불리는 ‘할례’를 다루고 있다. 극 중에선 할례를 치르러 온 어린아이가 나오는데, 닥쳐질 고통을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아이의 모습과 아이의 어머니가 과거에 받은 할례로 인해 트라우마가 다시금 일어나는 장면이 그려지고 있다. 인물들이 표현하는 공포감이 가히 인상적이었고, 타자로서 관습이라 불리는 악습을 간접적으로나마 겪어볼 수 있어서 높은 별점을 매긴 것 같다.
Q. 전반적으로 AISFF 2019 작품들의 성향 중 도드라지는 특징은 무엇인 거 같나
A. 김민정: 올해 AISFF는 국내외 모두 각계각층의 사회적 문제를 상기시키는 작품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가정폭력, 성범죄, 인권 문제, 난민 문제, 외국인 근로자 문제 등 떠오르는 사회이슈를 다루면서 사회문제에 직면한 개인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려냄으로써 관객들이 해당 문제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도록 생각거리를 던져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A. 강동훈: 수십편의 작품을 보면서 올해 AISFF 작품들은 난민, 관습, 여성 인권, 취업난 등 전반적인 소셜 이슈들에 관해 다뤄지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영화 자체의 재미만을 느낄 수도 있지만, 뉴스에 오르내리는 현대의 문제를 보며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Q. ‘아시프 관객심사단상’ 시상을 앞두고 있는데, 시상에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에 대해 듣고 싶다
A. 김민정: 과연 어떤 작품이 관객심사단의 선택을 받게 될지 나 역시 무척 궁금하고 기대하고 있다. 우선 단편영화가 갖춰야 할 자질에 관해 이야기를 서로 나누어 보고, 어떤 작품이 짧은 러닝 타임 안에 가장 완성도 있게 담아냈는지에 대한 의견 교환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우수한 작품들이 많았던 만큼이나 다들 수상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열띤 토론을 하리라 예상한다.
A. 강동훈: 각기 다른 시점을 가진 9명의 관객심사단이 모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총괄적으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공정하고 솔직하게 심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토의할 것이고, 치열한 접전의 결과를 선보일 생각에 매우 설렌다.
다양한 장르적 시도가 돋보였던 올해 출품작들을 여러 눈으로 바라보고, 이유 있는 별점 후기까지 알아보았다. 관객심사단의 감성을 자극한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의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믿을만한 이들의 진솔한 코멘트가 앞으로 남은 기간 여러분들이 아시프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역할이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