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 #4
![GV4](http://gisff.kr/wp-content/uploads/2019/11/GV4.jpg)
#국제경쟁7 GV
영화제 막바지에 다다른 월요일 아침, 상영관을 찾은 관객들은 아쉬움을 잠시 뒤로 한 채 영화에 빠져들었다. 씨네큐브에서 진행된 국제경쟁7에는 <아민>, <축복받은 땅>, <스토리>, <그 밤의 메아리>, <해변으로 가는 마지막 여행>, <혼혈>이 상영되었다. GV에는 <혼혈>의 래티시아 미켈 감독이 다시 한번 자리해주었다. 감독은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GV를 진행하게 되어 기쁘다고 인사를 건넸다.
Q. 다큐멘터리 작업을 많이 했다. 시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신체 언어로 소통하는 내용의 영화도 있다고 들었다.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이 영화 전에 제작한 여러 다큐멘터리 중에 <Touched>라는 작품이 있다. 들리지도 않고 보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손’을 가지고 서로 소통하는 이야기이다. 사실은 <혼혈>을 극영화로 만들기 전에 이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말을 치료하는 남자와 강한 성격을 가진 여자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기저에 깔린 말과 인간의 관계가 상당히 흥미로워 극영화를 제작했다.
Q. 말이 연기를 정말 잘한다. 말을 연기 시키는 게 어렵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었나.
A. 내가 생각하기에는 말보다 어린아이들을 다루는 게 더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말을 다루기도 어렵기는 하지만, 두 배우가 말과 친숙하고 그 심리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 말도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자 배우는 어릴 때부터 말을 탔었고, 남자 배우는 원래 전문 배우가 아니라, 말을 치료하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촬영할 때, 말이 오후쯤 되면 소리를 내며 촬영하기 싫다는 나름의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그럼 나도 ‘더는 촬영하기가 싫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영화를 공동 연출한 피에르 프리머텅 감독도 다큐멘터리를 많이 작업했던 터라, 우리는 적응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 영화는 픽션이기 때문에 계획을 세워 촬영 해야 하지만, 말이나 아이들과 촬영함에서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게 중요했다.
Q. 다큐멘터리를 많이 작업한 감독들은, 영화를 제작할 때도 리얼리즘에 입각해 찍는 경향이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런데 필모그래피에 다큐멘터리가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 어떻게 이런 극영화를 만들 수 있었는가?
A. 일단 감독에게는 스타일을 전환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대상을 컨트롤하고, 마지막을 예측하는 건 불가하다. 그만큼 리스크도 많고 운도 작용하기 때문에, 상황에 적응해 융통성을 발휘 해야 한다. 그런데 픽션의 경우, 조금 더 친밀함을 발휘할 수 있다. 프랑스 표현으로 ‘상상력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캐릭터들을 대하고 장면을 연출할 때 상상력을 발휘하려 했다. 그리고 단순히 감독으로써 이런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관객의 상상력을 촉발하기 위한 장치도 연구했다.
Q. 감독은 스토리텔링에 강해 보인다. 그런데 왜 언어 없이 소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A. 정확한 답은 평생 살아가면서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지금 대답하자면, 아티스트들은 그림이나 영화처럼 다른 수단을 통해 소통하는 것에 익숙하다. 나는 이렇게 관객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영화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더 좋은 듯하다.
Q. 다음 작품을 작업하고 있다면, 무엇을 주제로 하는지 궁금하다.
A. 장편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번에도 지난 다큐멘터리처럼 시청각 장애를 가진 인물, 헬렌 켈러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국에서는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들었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아, 영화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The Miracle Walker (미라클 워커)> 라는 헬렌 켈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이미 있다고 알고 있다. 그 작품과 달리, 나는 그녀가 장애인으로서 처음 학위를 받는 내용 위주로 다루고자 한다.
감독은 한국 사람들은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며 ‘한국에서 2주의 멋진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만난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와주신 관객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는 말로 한국과 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국제경쟁4 GV
이어 진행된 국제경쟁4에서는 <표 값>, <페이버릿>, <생쥐, 작은 이야기>, <방과 후>, <마더 인 로>, <선택의 기로>가 상영되었다. <마더 인 로>의 신승은 감독과 민진 역의 손수현 배우가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찾아와주었고, 시작 전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행사가 진행되었다.
Q. 둘은 영화 작업 이전부터 서로의 팬으로서, 가깝게 지냈다고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이번 작업을 함께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신승은 감독: 캐스팅에 팬으로서의 마음이 개입되진 않았다. 배우님이 역할에 잘 어울렸다. 내 영화가 작다고 생각해서 출연해 주지 않을 줄 알았다. 시나리오를 읽어보길 부탁드렸는데, 재밌다는 반응을 보이셔서 얼른 출연 의사를 물었다. 주변에서 어떻게 캐스팅했냐며 칭찬을 많이 들었다.
A. 손수현 배우: 감독님 노래를 좋아해서 공연도 보고 술자리도 가지면서 친해졌다.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출연하거나 캐스팅해 주지 말고, 냉정하게 서로를 바라보자고 약속했다. 나도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었고, 감독님도 내가 역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함께하게 되었다.
Q. 평소 연기하던 것과 다른 느낌의 역할이라 신선했다. 어떤 경험이었나
A. 순수하고 순진하고 동시에 눈치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즐거웠다. 한편으로는 영문과라는 설정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영어 발음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한 관객은 자신이 미국 국적임을 밝히며 “배우님이 ‘내추럴’하고 ‘오가닉’하게 연기를 잘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에 감독은 그녀가 채식주의자라 그런 연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재치있게 대답했다.
Q. 연기하면서 친구의 엄마이자, 애인의 엄마인 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표현하려 했는지 궁금하다.
A. 항상 남의 부모님이라는 존재는 어색하다. 이는 평소에도 잘 알고 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민진이의 성격과 어떻게 결합할지를 고민했다.
Q. 영화에 즐길만한 요소들이 많다고 느꼈다. 중간중간 귀여운 폰트의 타이틀이 기억에 남는다. 이와 같은 형식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표현하고 싶었다. 시점이 이동함을 알 수 있도록 넣었다.
앞으로 둘이 함께한 작품을 자주 만나고 싶다는 얘기에, 손수현 배우는 같이 단편영화를 할 기회가 또 생겨 제작 중에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신승은 감독은 차기작 <프런트맨>으로 관객분들을 다시 만날 일이 많도록 편집에 임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국제경쟁6 GV
국제경쟁6은 <아나>, <우리와 하늘 사이의 거리>, <폴트 라인>, <아담>, <기적을 기다리며>, <자물쇠>로 총 6편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GV의 주인공으론 <기적을 기다리며>의 알요나 수르지코바 감독, <아담>의 쇼키 린 감독, <폴트 라인>의 소헤이 아미르샤리피 감독이 자리했다. 관객과의 대화는 AISFF에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는 감독들의 소감으로 시작됐다.
Q. <기적을 기다리며>는 비극적 이야기가 들어가는데도 제목에는 ‘기적’이 들어간다. 특별하게 이렇게 제목을 지은 이유가 있는가?
A. 삶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매 순간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제목을 지었다. 영화는 터부시되는 주제인 의료과실을 다루고 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실제로 의료과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또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죽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고 들었다. 이런 사고를 주제로 다루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삶을 매 순간 즐기고, 소중히 여기고 싶어서 만들었다.
Q. <아담>은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거나 부분적으로 학대를 받은 아이에 관한 이야기인데, 어디서부터 이야기가 출발했는지 궁금하다.
A. 영화를 만들면서 ‘소속감’에 대한 주제를 줄곧 생각했다. 극 중에서 아이는 아버지에게 무시 받고 학대를 당하지만, 한편으로는 엄마 같은 따듯한 존재도 있다. 이를 통해 아이가 소속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Q. 아담은 중국계 가정인 건지 말레이시아계 가정인 건지 불분명한데, 설명해줄 수 있는가
A. 기본적인 구조로 보았을 때 아담의 생부는 중국계, 생모는 말레이시아계라고 볼 수 있다. 싱가포르의 인구 구성은 주로 중국계가 많지만 다양한 계열도 존재한다. 중국계와 말레이계가 부부가 되는 건 가능한 일이지만 실제론 어렵다. 말레이계는 이슬람이기 때문에 다른 계열의 사람과 결혼하면 개종을 해야 해서 결혼까지 이어지는 게 쉽지는 않다.
Q. <폴트 라인>은 극 영화여서 이야기의 소재가 중요해 보인다. 범죄 사건을 따라가는 장르이자 거짓과 진실을 다루는 구조인데, 이런 복합적인 이야기와 소재를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지?
A. 영화의 적절한 소재와 분위기를 찾기 어려웠다. 어느 날 소재와 사건을 다룬 푸티지를 보게 됐고, 촬영지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영화는 진실을 다루고 있다. “진짜 진실을 만들 수 있는가?”와 “진짜 진실이 무엇인가?”란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고 있다.
30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관객들의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영화 속 의미를 찾고 애정의 눈길을 드러내는 질문들로 가득 찼던 만큼 감독들은 성실한 답변으로 목소리를 높혀갔다. 여러 가지 영화를 보고 즐기라는 세 감독의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종료되었다.
#뉴필름메이커 GV
아시프가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11월 4일, 씨네큐브 1관에서 뉴필름메이커의 상영이 이루어졌다. 영화는 <지어낸 이야기>, <장롱 안 호랑이>, <구례베이커리>, <빛>, <화분>, <분실>의 순서로 상영되었다. 영화가 상영된 후 각 작품의 감독들과 함께 하는 GV가 진행되었다. 이날 GV에는 <지어낸 이야기>의 ‘성스러운’ 감독, <장롱 안 호랑이>의 ‘오한울’ 감독, <구례베이커리>의 ‘김동찬’ 감독, <빛>의 ‘김혜진’ 감독, <화분>의 ‘이지우’ 감독, <분실>의 ‘구양욱’ 감독이 참석해 관객들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좌측부터 <지어낸 이야기>의 성스러운 감독, <장롱 안 호랑이>의 오한울 감독, <빛>의 김혜진 감독, <화분>의 이지우 감독, <분실>의 구양욱 감독, <구례베이커리>의 김동찬 감독
Q. <지어낸 이야기>의 영어 제목은 한글 제목과 달리 True Story였다. 한글이 아닌 영어로 작품을 본 사람들은 영화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성스러운: 인물들이 남들을 따라 하는 것처럼 말하다가 결국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이것이 결국은 자신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
Q. <장롱 안 호랑이> 연출 의도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A. 오한울: 불안을 극복하는 소년의 성장을 그리고 싶었다. 불안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불안한 것 같다. 실체가 없기 때문에 직접 그 문을 열어서 불안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Q. <구례베이커리>는 극영화임에도 오프닝에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 요소를 넣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김동찬: 다큐멘터리 요소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영화가 진행되는 것에 있어서 주인공에 대한 정보를 관객들이 빠르게 접할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
Q. <빛>은 장르적으로 애니메이션인데, 다큐멘터리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경험담을 담은 부분이 있는지 혹은 다큐멘터리 요소를 넣은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A. 김혜진: 픽션과 현실을 조금 섞었다. 도연이의 이야기는 100% 옮겼고, 희주나 지수는 캐릭터 구축 후에 성격이 비슷한 지인들과의 인터뷰 후 세 명을 다시 엮어 캐릭터를 구성했다.
Q. <화분>에서 딸 캐릭터의 직업을 작가로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이지우: 창작물의 인지 부조화들을 가끔 느낀다. 이 사람의 실제와 만들어진 상상물이 다를 때 느껴지는 충격 같은 것이 있었다. 딸도 어머니를 전부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나의 어머니’라는 제목의 작품을 지었지만, 정작 전부 알지 못했다는 것을 넣고 싶었다.
Q. <분실>의 배경이 여고인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구양욱: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이 남고생한테서는 나올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여성이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여고생들의 감정이 표현하기에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고를 배경으로 설정하게 되었다.
뉴필름메이커 GV는 여섯 명의 감독이 관객의 다양한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며 유쾌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또한, 함께 영화를 관람하러 온 스태프 및 배우들의 간단한 소개도 이어졌다. 이날 상영된 여섯 편의 작품 중 한 작품은 11월 5일에 있을 폐막식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되어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지원을 받는 KAFA상과 상금 300만 원을 함께 받는다.
#이탈리아 단편 특별전: 미래의 거장을 만나다1 SG
11월 4일 씨네큐브 1관의 마지막 상영에서는 조금 특별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탈리아 단편 특별전: 미래의 거장을 만나다1’의 상영에 앞서 지세연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시작된 무대인사에서 ‘이탈리아단편영화센터’의 ‘야코포 께사’ 원장은 간단한 인사 후 ‘이탈리아단편영화센터’에 대한 소개를 이어갔다.
‘이탈리아단편영화센터’의 ‘야코포 께사’ 원장 / AISFF2019 심사위원
“먼저 초청해주신 영화제와 위원장님께 감사드린다. 이번에 큐레이터뿐만 아니라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는데, 70여 편의 단편 모두 아주 좋았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이탈리아단편영화센터’는 토리노에 있다. 2007년에 설립되었고, 이탈리아의 단편영화를 해외에 홍보하고 해외 영화제에 큐레이션도 하고 있으며, 전 세계 이탈리아 문화원과의 교류도 진행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토리노 단편영화 마켓을 시작했다. 토리노 영화제와 협력하여, 각종 감독과 배급사들이 와서 함께 하는 행사이다. 단편뿐만 아니라 장편, TV 시리즈도 함께 하며 올해는 11월 2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관심 있는 감독 및 제작자분들은 마켓 사이트를 들러주길 바란다. 또한, 이탈리아 단편 영화제작에 관심이 있다면 홈페이지에 있는 프로그램들을 확인하면 된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관객분들이 볼 영화들은 최근 5년간 이탈리아 단편 영화 중 최고 중의 최고이다. 다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영화이다. 이탈리아판 아카데미상 수상도 했다. 장르도 아주 다양하다. 이탈리아 단편영화의 현주소라고 생각하고 보면 될 것 같다.
오늘 보실 영화 중 한 편은 이탈리아 감독이 한국에서 살다가 한국에서 촬영한 영화도 있다.”
무대인사가 종료된 후에는 <벨리시마>, <진혼곡>, <오리존티 오리존티!>, <난장판>, <굿 뉴스>, <새로 온 이웃>, <매직 알프스> 순서로 영화 상영이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