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가 있는 공간, 시네마 토크
AISFF2019 시네마 토크는 ‘영화 제작의 시작: 시나리오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 것들’이란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지세연 AISFF 프로그래머의 사회 아래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경쟁부문 예심을 맡았었던 이춘형 시나리오 작가, 이소영 시나리오 작가, 올해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 피칭 예심을 함께 한 김태용 감독, 그리고 최근 두 번째 장편영화 <우리집>을 선보인 윤가은 감독이 자리를 빛내주셨는데요. 4명의 영화광이 각기 다른 목소리로 펼치는 ‘시나리오’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윤가은 감독(좌), 김태용 감독
Q. 우선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A. 김태용 감독: 막연하게는 다르덴 형제 감독의 <아들>이란 영화를 보고 나서부터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배우들과 연출하고 소통하는 일이 마음에 들어서 영화를 시작하지 않았나 싶어요. 시나리오 작성은 단편 영화를 찍으면서 차츰 배워갔는데요. 영화과에 입학하면서 배웠던 것 보다 지금 하고 있는 큰 규모의 상업 영화를 3년 동안 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A. 윤가은 감독: 고등학생 때부터 단편을 쓰기 시작하면서 영화 관련 서적을 통해 시나리오 구성을 습작 형태로 했지만, 대학 졸업 후 시나리오를 잘 써야 연출을 잘한다는 생각으로 영상작가교육원을 1학기 다니면서 꾸준히 쓰는 연습을 통해 작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Q. 시나리오는 창작의 작업이다 보니까 본인의 스타일이 따로 있을 것 같은데요.
A. 이소영 작가: 창작은 ‘규칙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밀고 있는 기법은 ‘뽀모도로 기법’인데요. 타이머로 25분을 맞춰두고 집중해서 일하고 5분 동안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에요. 이 방식을 반복적으로 몇 번 할지 할당량을 정해두고 시작하면서 작품의 완성을 더 해갑니다.
A. 이춘형 작가: 저는 규칙적이면 패턴화되어 있을 것 같다는 편견이 있어서 자유롭게 글을 쓰려고 해요.
Q. 시나리오에서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인물 관계도와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만들어나가는지 설명해주세요.
A. 이소영 작가: <로봇, 소리>로 예를 들어 설명할게요. 일이 잘 안 풀리던 시절에 도서관을 출퇴근 하면서 작업을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 당시 정말 외로웠는데, 그때 누가 내 말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로봇을 캐릭터의 이름에 붙이게 됐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로봇이 있다면?”으로 파생이 된 거예요. 여기서 좀 더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러면 미국이 이용해서 도청할 수 있겠네?”라는 생각까지 이어졌죠.
Q.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글로 푸는지 아니면 외부의 사건이나 이슈를 통해 소재를 얻고 글을 쓰는지 궁금합니다.
A. 이춘형 작가: 장르에 따라서 다르기는 할 텐데 두 개가 완전히 분리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사건을 통해 영감을 받고 자극을 받아서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있고, 은연중에 가진 생각이 현실의 일들을 통해 구체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A. 이소영 작가: 각각이 아니라 기획을 어떻게 잡느냐의 차이라고 보는데요. 시나리오의 50%는 기획이에요. 기획은 화두와 아이템의 결합인데 그렇기에, 충분한 기획을 하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야 합니다. 글을 어떻게 푸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A. 김태용 감독: 시나리오 모니터링 일을 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어요. 소재가 강력범죄에 대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영화 대부분이 범죄를 어떤 이야기로 할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범죄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더라고요. 어떻게 사건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A. 윤가은 감독: 제 안에서 꺼내는 것이 씨앗을 발견하는 것이지 서사에 해당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다루는 이야기의 사건에 대한 모든 기사를 스크랩하면서 충분히 조사하지만, 이 사건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초점을 두면서 서사를 만들어 갔던 것 같아요.
Q. 어떤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시작하는지 그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또한 시나리오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이 있나요?
A. 이춘형 작가: 상업 영화를 바로 시작했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해서 대중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중요한 거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기승전결이 안정적으로 전달되기 위한 사고를 계속해서 하려 했어요. 그래서 피드백을 통해 잘 전달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자주 가졌던 것 같습니다.
열띤 토크와 웃음소리로 인해 극장 내 열기는 과열되다 못해 뜨거웠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된 올해 시네마 토크 역시 진솔하고도 유쾌한 자리였는데요. AISFF를 사랑하는 관객들까지 더해져서 좀 더 풍성한 자리가 된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주제 못지않은 화려한 패널들이 펼친 무한 토크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마무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