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 #2
#국제경쟁5 GV
어느새 상영 둘째 날이 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주말 이른 시간임에도 상영관을 찾은 관객들로 메워지기 시작했다. 이날의 첫 상영 국제경쟁5에는 <터닝텐>, <카밀리아 부인>, <개 같은 인생>, <아무도 없는>, <짧은 종아리 근육>, <아몬드 나무 사이>가 상영됐다. 전날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국제경쟁5 GV. 이번에는 <아무도 없는>의 이상훈 감독과 이연우 역의 신연우 배우, <개 같은 인생>의 쥴스 카헝 감독과 그의 프랑스어 통역을 맞은 아내, 그리고 두 번째 GV를 참여해준 <아몬드 나무 사이> 마리 르 플록 감독과 관객 간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Q. <아몬드 나무 사이> 최근 난민 문제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다. 이에 대한 영화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난민으로서 가족이 겪는 고통에 집중하기보다, 사랑의 엇갈림을 정서적으로 그려냈다. 멜로 영화로서의 완성도가 특별하게 여겨졌다. 어떻게 이 점에 집중하게 되었나.
A. 내가 이 영화를 만들 때는 굳이 난민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생각했다. 생선 공장이 있는 지역은 내가 자란 지역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그곳을 배경으로 영화를 제작하면서 여러 조사를 했다. 이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여자를 만나면서 난민 상태의 가족과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에 대한 궁금점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Q. <아몬드 나무 사이> 가족 간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감독이 생각해둔 불화의 원인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사실은 그 이야기를 설명하는 부분을 넣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편집하며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 빼게 되었다.
Q. <개 같은 인생>에서 왜 4:3의 화면 비율을 택하게 되었는가?
A. 세로로 된 스코프 비율을 사용했다. 영화의 촬영 감독이 만들어 낸 특별한 비율이다.
Q. <개 같은 인생>을 보면 깔끔하지 않은 배경 속에서 균형과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화면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A. 그렇게 생각해주어 감사하다. 영화 속 장소는 나의 출신 지역이다. 이 지역에 대해 친숙하고 잘 알고 있어서 그렇게 반영된 듯하다. 비전문 배우와 함께 일한 것도 그런 미학적 효과를 낸 것 같다.
Q. <아무도 없는>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A. 아이의 소속되지 못한 외로움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다. 아무도 없지만 혼자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혼자 겪게 될 감정 역시 많을 것이다. 관객의 입장에서 그런 상황에 대한 응원의 마음을 갖게 되길 바랐다.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총 3개 국어로 이루어진 GV는 진정한 의미에서 국제영화제임을 상기케 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국가와 함께하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길 바라며 이날의 첫 GV를 마무리했다.
#국내경쟁3 GV
각기 다른 색채와 밀도 있는 이야기가 유독 몰려있던 국내경쟁3에서는 <창진이 마음>, <감자>, <조안>, <왜냐하면 오늘 사랑니를 뽑았잖아요>, <하루가 지나면>이 상영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들이 객석에서 등장하는 것이 꽤나 신선했다. 이번 관객과의 대화에는 <창진이 마음>의 궁유정 감독, <감자>의 김정민 감독, <조안>의 공동연출을 맡은 김지산, 유정수, <왜냐하면 오늘 사랑니를 뽑았잖아요>의 루돌프 한 감독 그리고 <하루가 지나면>의 송민주 감독이 자리해주었고, 국내경쟁3을 책임지는 라인업이 모두 모인 만큼 무대는 꽉 채워졌다.
좌측부터 <조안>의 ‘김지산’, ‘유정수’ 감독, <창진이 마음>의 ‘궁유정’ 감독, <왜냐하면 오늘 사랑니를 뽑았잖아요>의 ‘루돌프 한’ 감독, <하루가 지나면>의 ‘송민주’ 감독, <감자>의 ‘김정민’ 감독
Q. 영화의 이야기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받았나
A. 루돌프 한: 졸업 영화를 만들게 되면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란 생각을 했다. 내 마음대로 찍으면 어디까지 나올까 궁금하기도 했고, 평범한 삶을 다루면서도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A. 궁유정: 아이디어가 있다기보단 예전부터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서 본성이 드러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생각으로 쓰다 보니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
A. 송민주: 젠더 이슈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여성성이 육체적으로 규정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인데, 이에 대해 생각하다가 사춘기 때 젠더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
Q. 전반적으로 화면의 색감이 조금씩 다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밝다, 어둡다는 정도가 아니라, 이야기에 맞게 화면의 톤과 밝기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연출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신경 썼는가
A. 김지산, 유정수: 여러 가지 콘셉트를 잡아야 했다. 조안의 평범한 삶, 데이트하는 부분과 이후 회상하는 부분의 색 보정이 다르게 적용되어 있다. 또한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백그라운드에 앰비언스가 들리는 부분이 있고 아닌 부분도 있고, 대사가 내레이션만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통해 삶 속에 들어오는 부분과 빠져 있는 부분을 집중해서 다뤘다.
A. 김정민: 시나리오가 먼저 만들어진 게 아니라 형식을 갖춘 뒤 시나리오를 짜기 시작했다. 내용 자체가 세련되기 보단 투박하게 그려져서 편집하면서 욕심을 내 보정을 하니 오히려 톤이 안 맞아 보정하지 않았다.
<창진이 마음>의 ‘강민’ 배우
Q. <창진이 마음>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출중했던 것 같은데, 캐스팅은 어떻게 했는가
A. 관객석엔 창진이 역할을 한 친구가 함께해주었다. 박수로 환영해주셨으면 좋겠다. 창진이 역할을 해준 친구는 오디션 일화가 하나 있는데, 이 친구는 어머니가 설명해주는 이야기에 대한 연기가 아니라 직접 시나리오 순서도 알고 있을 정도로 투혼 정신이 있는 열정적인 친구여서 아역배우가 아니라 어엿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관객들은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애써 꾸미려 하지 않고 영화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하는 감독들의 답변에 질문의 수는 하나둘 늘어갔다. 감독들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가득 찼던 이번 GV는 옅은 미소를 머금고 돌아가는 관객들로 보아 유쾌했던 자리가 분명했단 생각이 든다.
# 국내경쟁1 GV
토요일 점심, 씨네큐브에서의 국내경쟁1은 <탈날 탈>, <주근깨>, <움직임의 사전>, <K대_oo닮음_93년생.avi>, <노량대첩>, 총 5편으로 구성되었다. 그 중 <주근깨>의 김지희 감독, <K대_oo닮음_93년생.avi>의 정혜원 감독, <노량대첩>의 김소현 감독이 와서 영화의 의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Q. <주근깨>에서 외모지상주의, 빈부격차 등 여러 현실의 문제를 묘사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사랑스럽고, 당돌한 자신만의 기운으로 헤쳐나가는 점이 좋았다. 주인공만의 에너지가 특색이 되게 하는 데에 있어서 어떤 고민이 있었나.
A. 10대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미디어와 영화에서 다뤄졌던 10대 여성 청소년의 모습이 내가 겪었던 나와 친구들의 모습과 달랐던 점이 아쉬웠다. 외모적, 성격적으로 최대한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모습에 가깝게 표현하고 싶었다. 구성 당시 관심 있던 이슈들을 이야기에 녹여내고 싶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인물이 사랑스럽도록 노력했는데, 배우분들이 잘 표현해 주셨던 것 같다.
Q. <주근깨> 이야기 속 많은 요소를 복합적으로 쓸 때, 맨 처음 출발은 어디서 구상하기 시작한 건지 궁금하다.
A. 출발은 마지막 장면 이미지가 떠올라 시작했고, 어느 주제로 시작했다고 하기는 힘들다.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있지만 건강하고 유쾌한 여성들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쓰고 싶었다. 그 안에 들어 있던 요소들은 꼭 넣어야겠다고 의도했다기보다 당시에, 지금에도 고민하는 요소들이 녹아든 것 같다.
Q. <K대_oo닮음_93년생.avi>의 주인공이 피해자임에도 매일 마주하고 살아가야 하는 고통을, 함께 체험하는 것 같은 영화이다. 주인공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가.
A. 어떻게 하면 이 영화가 피해자분들에게 아픈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고통받는 이들에게 함부로 ‘살아야 해’라고 얘기하는 것도 무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정을 내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말은 ‘여러분이 지금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Q. 제목을 <노량대첩>으로 정한 이유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시나리오를 쓰며 이 영화에 잘 맞는 제목을 못 정해, 오래 가제로 남겨두었다. 한참을 생각이 나질 않아, 배우님들에게 떠오르는 제목이 있는지 말해주길 부탁드렸다. 한 배우님이 ‘노량대첩’이 어떻냐는 의견을 주셨는데 맘에 들어 정하게 되었다. 가제는, 촌스럽지만 ‘노량진 사람 둘’이라고 썼었다.
김소현 감독은 ‘다른 감독님들도 그렇겠지만, 언제 또 영화를 찍을 수 있을지 모르는 장기전이 시작되었다. 이번에 들었던 감정들, 받은 응원들을 기억해 또 좋은 영화를 찍고 싶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번 GV는 젊은 여성 감독 3명과 함께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관객에게도 그러기를 바란다는 말로 마무리되었다.
# 국제경쟁2 GV
다양한 소재와 톡톡튀는 개성이 도드라지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작품들로 구성된 국제경쟁2에서는 <비스트로>, <분산>, <나의 수호 천사들>, <그랑드 부케>, <대지>, <당신은 누군가요?>를 다루고 있다. 국제경쟁2는 이번이 두 번째 상영으로 GV 역시 <나의 수호 천사들>의 베르나베 리코 감독, <그랑드 부케>의 요시가이 나오 감독이 참석해 주었다. 이도훈 모더레이터가 첫 번째 질문을 던지면서 관객과의 대화가 시작됐다.
Q. <그랑드 부케>에서는 신체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어서 무용수나 퍼포머를 섭외했을 것 같은데, 섭외에 중점을 둔 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영화에 출연한 홍콩 배우는 댄서는 아니고 모델인데 최근에는 배우로 활동을 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더욱 많은 움직임을 강요하는 액션이 필요했지만, 이는 배우도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배우의 사진을 찾아보다가 홍콩 배우의 사진을 보고 “이 사람이라면, 내 표현의 한계와 모호함을 극복하여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연락하게 되었다.
Q. <그랑드 부케>는 영화인 동시에 예술 작품을 보는 느낌이었다. 사운드의 임팩트와 비주얼 액팅이 인상 깊은데 이를 구성하고자 심혈을 기울인 점이 있다면 듣고 싶다. 아울러 영화를 장르로 따지자면 어디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가
A. 색깔은 정말 중요하다. 감정과 폭력을 그리고 싶었다. 신체적인 폭력보다 정신적인 폭력을 더 크게 다루고 싶다는 생각에서 컬러가 중요하게 됐다. 그리고 영화는 내가 만들었지만, 장르를 딱 말하기는 어렵다. 혹시 여러분들이 영화를 보고 장르를 규정할 수 있었다면 이 자리에서 직접 들어보고 싶다.
Q. 영화를 보다 보니 두 감독의 차기작이 궁금해졌는데, 혹시 지금 준비하는 작업에 대해 소개해 줄 수 있는가
A. 베르나베 리코: 단편촬영을 막 마친 상태이고, 장편 시나리오 작업을 앞두고 있다.
A. 요시가이 나오: 지금까지 영화관 상영할 만한 영화가 아닌 실험적 영화를 많이 찍어 왔다. 그리고 훗카이도 북해도 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시레토고에서 지역주민들을 촬영할 예정이다. 이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함께 다루고 있으며 논픽션에 가까운 작품이 될 거라고 본다.
관객들의 질문에는 영화를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본 흔적이 절절히 느껴질 만큼 다양하고도 독특한 해석이 많았다. 이에 부흥하듯, 질문에 귀 기울이고 성실하게 답변하는 감독들의 태도가 상당히 감동적이었던 GV였다.
# 국제경쟁6 GV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이하 ‘아시프’)가 중반으로 접어든 11월 2일, 씨네큐브 1관에서 국제경쟁 6이 상영되었다. <기적을 기다리며>, <자물쇠>, <아담>, <우리와 하늘 사이의 거리>, <폴트 라인>, <아나> 순서로 상영이 된 후, GV가 진행되었다. 이번 국제경쟁 6 GV에는 <아담>의 ‘쇼키 린’ 감독과 <기적을 기다리며>의 ‘알요나 수르지코바’ 감독이 함께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Q. 어머니로서 가장 비극적인 순간을 마주하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그 순간을 찍어서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데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 다큐로 만들게 되었는가.
A. 2018년이 에스토니아 100주년 기념이었는데, 2년 전에 여성 감독들을 선정해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원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어머니의 이야기를 찍으려 했으나, 막상 찍으려니 두 시간 만에 아이가 죽는 다큐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유럽에서, 특히 에스토니아에서 본인이 일을 겪은 병원에서는 사산된 아이 혹은 출산 후 죽은 아이들을 기리는 방이 따로 있다. 의사가 들어와서 간신히 살려놓지만, 언제 이것을 뗄 것인 것 정하라고 한다. 이런 일들이 사실 굉장히 흔하지만, 유럽에서는 금기시되어있다. 그래서 이 일이 있고 난 뒤 3주 후에 영화로 찍게 되었고, 유럽에서도 더 문제의식을 느껴야 하고, 재고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찍었을 때는, 찍은 후 직접 편집했다. 편집하면서도 이걸 직접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때 10살인 아들이 와서 엄마가 아니면 이 일을 할 사람이 없고, 엄마는 강하기에 이걸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영화는 죽음보다는 삶 자체에 집중했다.
Q. 영화 중반에 추억 상자가 나온다. 상황에 있던 부모님에게는 슬프게 다가왔을 것 같다. 추억 상자를 접했을 때 어떤 감정이었는가.
A. 처음 그 상자를 받았을 때는 이러한 것이 전통적으로 있는 줄도 몰랐고, 그만큼 이런 사례들이 흔한 줄도 몰랐다. 하지만 직접 겪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사실 이런 일을 겪은 후 많은 부부가 갈라지곤 하는데, 나는 오히려 남편과 그 기억을 나누며 돈독해졌다.
Q. 아담이라는 주인공이 어쩌다 이런 불우한 환경에 처했는지 자세히 설명되지 않았는데,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것으로 소년의 배경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사실 싱가포르에서는 다인종 다문화 가족이 많은 편이고, 영화에서 보면 아담이 중국인인 아버지와 말레이시아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재고하는 상황을 넣고 싶었다.
Q. ‘아담’이라는 이름이 성경에도 나오는데, 그것을 염두에 둔 것인가.
A. ‘아담’이라는 이름이 중국에서는 애덤이라고 불리고 말레이시아에서는 아담이라고 불린다. 같은 이름이지만, 다른 발음으로 불린다는 점이 주인공 아담이 부모님께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에 그 이름으로 정했다.
‘알요다 수르지코바’ 감독은 극 중에 나온 ‘추억 상자’와 관련된 관객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영화의 장면, 의도에 대해 질문하고 두 감독 모두 자세하게 답변하는 등 예정된 시간이 아쉬울 만큼, 감독들과 관객의 열띤 소통이 이루어졌다.
# 국제경쟁8 GV
다양한 소재와 톡톡 튀는 개성이 도드라지는 국제경쟁8에서는 <모래>, <나의 행성>, <핫 도그>, <단역>, <끈>, <인 케이스 오브 파이어>가 상영되었다.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모래>의 김경래 감독, <인 케이스 오브 파이어>의 토마스 폴라 마르케스 감독, <단역>의 얀 베나 감독이 함께해 주었다. ‘안녕하세요’라며 연습해 온 얀 베나 감독의 수줍은 한국 인사로 GV의 시작을 알렸다.
<인 케이스 오브 파이어>의 ‘토마스 폴라 마르케스’ 감독
Q. <인 케이스 오브 파이어>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A. 포르투갈은 실제로 여름에 화재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증오 범죄 역시 만만치 않게 자주 발생한다. 이런 사건들을 연결해서 배경설명을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포르투갈의 증오 범죄사건들은 많이 일어나는 데 반해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화재 및 증오 범죄 사건을 영화를 통해 알리고 싶었다.
Q. <인 케이스 오브 파이어>는 또래집단 내지 동년배를 중심으로 증오 범죄를 다루고 있는데, 실제 포르투갈에서 일어나는 증오범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A. 브라질은 증오 범죄로 인해 살인도 벌어진다만 포르투갈은 살인까지는 아니고 따돌림이나 길거리에서 구타를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화에서 또래들의 압박 속에서 자기를 증명하고자 끔찍한 일까지도 저지를 수도 있다는 것을 드러내려 했다. 이는 인물이 남성성을 증명해가며 또래에 소속되고자 엉뚱한 선택을 내리기도 한다는 것으로 나타냈다.
Q. <단역>에서 등장하는 한국인은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공동 제작의 피칭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말을 하지 않는 인물이라 피칭을 하면서 드니 라방 같은 인물이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드니 라방 외에는 딱히 다른 인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드니 라방은 시나리오만 좋으면 기꺼이 참여할 사람이란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드니 라방과 함께 작품을 했었던 프로듀서를 통해 연이 닿을 수 있었다. 영화에선 주인공의 침묵 레이어로 침묵의 그로테스크를 드러내는데 이런 그로테스크한 면 때문에 출연을 결정하지 않았나 싶다.
Q. <모래>란 제목을 선정하게 된 까닭과 소재 선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A. 여러 제목을 지어보았지만 적당한 게 없기도 했고, 후반부에 모래 오브제가 나오면서 모래로 짓게 되었다. 큰 의미는 없다. 소재보단 이야기 자체로 어떤 것이 재밌을지에 대해 더 크게 집중하려 했다. 각본을 맡은 분이 주연배우인데, 이분과 같이 작업하면서 “어떻게 하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모더레이터의 날카로운 질문과 더불어 관객들의 밀도 있는 감상평으로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감독들이 황금 같은 주말을 내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면서 관객과의 대화가 아쉽게 종료되었다.
# 국내경쟁2 GV
11월 2일 씨네큐브 1관에서 국내경쟁2가 상영되었다. 상영은 <푸른방에 찾아온 자객>, <별들은 속삭인다>, <산후>, <기대주>, <령희>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상영 후에 이어진 GV에는 <산후>의 ‘권오준’ PD와 <령희>의 ‘연제광’ 감독이 참석해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Q. 영화가 ‘산후우울증’이라는 소재를 사려 깊게 다루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이 이슈를 가지고 논의하게 된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떤 이유로 이 소재를 선정하게 되었는가.
A. 감독님께서 <두 개의 선>이라는 작품을 본 후 산후우울증에 대해 알게 되었고, 본인도 갖게 되리라 생각해 공포심에 공부를 시작하셨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가 실제 감독님의 조카인데, 조카가 나오는 과정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게 되었다.
Q. 제목은 산후인데, 영어 제목은 ‘Mother, Flower’인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제목을 선정하면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에는 수연의 ‘수’이기도 하면서 ‘물’을 의미하기도 하는 ‘수’가 제목이었다. 감독님께서 영화를 제작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지셨다. 수연이와 수연이를 포함한 ‘어머니’의 이미지를 ‘꽃이 탄생한다’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으셔서 이렇게 제목을 정하게 되었다.
Q.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가
A. 산후우울증을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겪은 관객분들이 이 작품을 보고 상처를 받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미국의 대학원에 재학하면서 영어로 산후우울증을 겪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Q. 대부분 장면이 카메라 앞에 고정이 된 채 프레임 안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관찰하는 형식이 많은 것 같다. 장면 설계를 어떻게 그런 형식으로 찍고자 생각하게 되었는가.
A. 감정을 더 표현하는 방식으로 그릴 수도 있었지만, 관찰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관람하는 관객들의 시야에서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여 어떤 것을 보게 할지 선택권을 관객에게 주고 싶었다.
Q. 결말 부분에서 불법체류자들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 결말을 짓게 되었는가.
A. 영화 자체가 약자에게 일어난 일을 다른 약자가 처리해야 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동남아 출신의 노동자들을 만나는 장면을 넣게 되었다. 가장 조심했던 부분은 동남아 노동자분들이 무서운 이미지로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산후>의 ‘권오준’ PD는 감독을 대신해 참석했지만, 함께 작품을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관객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령희>의 ‘연제광’ 감독도 GV가 진행될수록 관객들과 편하게 영화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GV의 끝부분에서는 <령희>에서 ‘홍매’ 역할을 맡은 한지원 배우가 말하는 ‘홍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 특별상영: 캐스팅 마켓 매칭작 GV
작년 아시프에 신설된 ‘아시프 캐스팅 마켓’의 첫 매칭작들이 11월 2일 에무시네마 2관에서 상영되었다. <더미>, <1호 가족>, <노르웨이 맨>의 순서로 상영이 이루어진 후, 감독 및 배우들과 함께 하는 GV가 진행되었다. 이날 GV에는 <1호 가족>의 ‘김현승’ 감독과 ‘감승민’ 배우, ‘김현정’ 배우와, <노르웨이 맨>의 ‘최은솔’ 감독, ‘장유’ 배우, ‘김설진’ 배우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1호 가족>의 ‘김현승’ 감독, ‘감승민’ 배우, ‘김현정’ 배우
Q. 처음에는 제목이 ‘벽을 쌓는 남자’였는데 ‘1호 가족’으로 바뀐 이유와 제작 배경은 어떠했는가.
A.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관심을 두고 접근하게 된 이야기이다. SF 같은 이미지가 있지만, 그것은 아니고 벽을 쌓는 이야기로 시작을 했는데 해당 내용이 사족인 것 같아 삭제하고 변경하면서 제목도 변경하게 되었다. 출산프로그램의 1호 가족이라는 의미에서 ‘1호 가족’으로 선정했다.
Q. 김현정 배우는 왜 단편을 하는가.
A. 평소에도 단편을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 단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은 것 같다. 단편을 선택하는 것은 재미가 있어서 선택하는 편이다. 많은 재미있는 작품들과 작업을 하고 싶다.
<노르웨이 맨>의 ‘최은솔’ 감독, ‘김설진’ 배우, ‘장유’ 배우
Q. 작년 아시프에서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 피칭’에도 참여했는데, 제작 배경은 어떠했는가.
A. 노르웨이에서 돌아오고 나서 가족을 찾는 해외 입양 사례를 기사로 보게 되었다. 한국에 찾아와서 가족을 찾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Q. 장소 설정과 어떤 부분에서 중점을 두고 제작했는가.
A. 고시원이라는 특성이 촬영을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많은 상의와 회의 끝에 장소를 설정하게 되었다. 노르웨이 맨이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지만, 한국에서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사람을 통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유 배우님의 캐릭터와 노르웨이 맨 캐릭터가 잘 화합할 수 있는 부분을 중점으로 캐릭터를 설계했다.
Q. 김설진 배우는 어떤 이유로 이 작품을 하고 싶었는가.
A. 처음 감독님과 만나서 얘기했을 때,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았다.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쓰게 된 배경에 관해 설명해주실 때 대화가 재미있어서 작품을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최은솔’ 감독은 영화 촬영 당시가 추운 2월이었는데, 벌써 다시 추워졌다며 다음에는 장편을 제작하고 싶다고 마지막 소감을 남겼다. 주말의 늦은 시간에 진행된 GV였음에도 많은 관객이 자리에 남아 감독 및 배우들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세연 프로그래머와 감독 및 배우들이 호흡을 맞춰가며 GV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