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 피칭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국내 단편영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위해 2005년부터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사전제작 지원제도로, 2014년부터는 공개 피칭을 통해 지원작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의 지원작 113편 중 1차 서류 심사를 뚫고 본선에 진출한 피칭 후보작은 <희라의 순간>, <신룡을 찾아서>, <아지트>, <언더커버로봇>, <원할 수 있게 하시고>, <인흥리 37-1>로 총여섯 작품이다. 수상자에게는 최대 1천만 원의 지원비가 주어진다.
이날 발표와 질답을 진행하는 에무시네마 1관 주변은 시작 시간이 꽤 남았음에도 관객들로 활기를 띠었다. 찾아와준 관객들은 자리가 부족해 계단에 앉기도 하고, 필기도 하는 등 열의와 관심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13살은 어땠는가. 가장 빛나는 순간, 그리운 순간, 혹은 지나가기만을 바랐던 순간인가. 돈 벌기 바빠 희라에게 관심이 없는 엄마. 희라의 옷은 항상 더럽고 꾀죄죄하다. 같은 반 친구들은 희라를 싫어한다. 유일하게 희라의 이름을 불러준 반장, 남우. 그 둘은 가까워질 수 있을까.
감독은 ‘늘 영화를 만들면서 이해와 성장에 관해 이야기 해왔다. <희라의 순간>을 통해서는 늘 혼자 있어야만 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해하고 싶다. 어쩔 수 없이 자라야만하는 아이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전했다. 13살 희라를 통해, 어린 시절 우리를 응원하고 싶었다고 한다.
심사위원으로부터 ‘어린아이를 소재로 하는 비슷한 유형의 영화가 많은데, 이 작품은 고유의 주제 의식이 있다’, ‘시나리오가 드라마에 맞게 잘 짜여있다.’ 등의 평가를 받았다.
감독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일생을 같이 보낼 정도로 우애가 깊으셨다고 한다. 움직이는 걸 싫어하시던 어머니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모와 등산을 즐기기 시작하셨다. 할머니가 즐겨 오르시던 산이었다. 여기서 모티프를 얻어, 한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 일 년 뒤 민태와 민구 형제는 사라진다. 엄마가 알려준 모든 미션을 완수하고 신룡을 찾으러 떠난 것이다. 그들은 신룡을 만날 수 있을까.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어머니의 새로운 취미와 그녀의 마음, 경험을 따라가 보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김유준 감독은 앞서 감독한 네 작품을 언급하며 “모두 감사히 영화관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모두 관객상을 받았으며, 이번 영화 역시 소수가 즐기고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저장되는 영화가 아니라 극장에서 관객과 함께 소통하고 환영받는 영화로 만들 것” 임을 강조했다.
<신룡을 찾아서>는 가족 이야기임에도 신룡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결합한 것이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강원도의 큰 산불 모습을 보고 놀라게 되었다는 감독은 96년도부터 큰 산불이 고성지역에 지속적으로 나고 있었음을 지적했다. 대부분은 인재였다. 반복된 화재로 그 자리를 지키던 생명체들이 피해를 입었다. 산불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태우는 것이 아니다. 강원도 산불 이후 감독이 그곳에서 실제로 만나게 된 네팔 청년이 주인공의 모델이다.
<인흥리 37-1> 속 아비섹은 해당 주소의 박 씨 부부가 하는 하숙집에 산다. 화재로 많은 것을 잃은 부부를 보는 아비섹의 시선을 담았다. 화재 자체가 아닌, 화재 이후 다시 일어나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심사위원은 시나리오에서의 인물을 잘 알고 있다며 인물을 다루는 태도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함께, 타인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전개함에 대한 연출법을 질문했다.
감독은 어렸을 때 부모님 따라 성당에 다닌 경험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여자들만 쓰고 누가 혼내지는 않지만 어쩌다 안 들고 오면 눈치가 보였던 미사보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신기하게 보면 볼수록 미사보가 예뻐 보였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믿음에 대한 작품을 썼다.
<원할 수 있게 하시고>는 18살 예비 수녀가 나오는 블랙코미디 영화이다. 누구나, 종교가 아니더라도 믿음이 필요하다. 어떤 다른 믿음이 필요한 주선을 주인공으로 한다. 수녀 지망생인 주선은 입어볼 수 없는 옷들을 상상하는 등의 자기 모습을 보며 수녀가 된 자신을 상상하기 힘들어한다. 성당 밖을 나선 그녀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작품은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다. 그런데 이 예산 안에 제작이 가능한가’ 하는 의견을 들었다.
항상 남을 배척하고 혼자 있고자 했던 연주는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이주 노동자 수리를 도우려 하지만 수리에게는 도움이 달갑지만은 않다. 많은 영화가 20대를 불안하지만 반짝이는 모습으로 그린다면, 이 영화는 불안하기 때문에 집요하고 공격적인 모습으로 20대를 그린다. 연주와 수리의 이야기는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서 연주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평을 들었다. 한편, 이 스토리가 짧은 영화 속에 어떻게 녹아들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영화 A.I, 프로메테우스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모두 안드로이드 주인공의 이름이 데이빗이며 이민섭 감독이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이다. 재치 있는 퀴즈로 발표를 시작한 감독은 자신만의 ‘데이빗’을 만들어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감독은 전작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이후, 더 나은 단편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한 번 더 로봇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이번 영화가 로봇 영화 인생의 제대로 된 시작이 됐으면 한다는 포부를 드러내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언더커버 로봇>은 감정을 가지고 사람의 모습을 한 로봇에 대한 이야기이다. CG로만 그려내거나 실제 로봇을 사용하는 대신, 실제 사람이 안드로이드를 연기하도록 설정했다. 심사위원으로부터 세계관이 진보적이면서도 들어보고 싶다는 평과 함께 배경 설정에 대한 질문 및 조언이 있었다.
<2019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 피칭>에서 감독들은 뉴스 클립이나 퀴즈를 준비해오는 등 개성 넘치는 발표를 통해 각자의 작품을 드러냈다. 제작 시스템과 촬영기법, 해당 영화만의 특성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 속에 많은 긍정적 평가와 조언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감독들은 질답을 통해 작품에 대한 구성을 다듬기도 했다. 벌써 완성된 모습이 그려지는 여섯 작품 속 어떤 작품이 이번의 수상작이 될지는 폐막식에서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