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능성을 세계로, ‘뉴필름메이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이하 ‘아시프)에서는 다양한 단편들이 세 개의 섹션에서 경쟁을 펼친다. 그중에서도 ‘뉴필름메이커’ 부문은 ‘가능성’을 심사한다는 점에서 다른 경쟁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된다. 작년에 신설된 ‘뉴필름메이커’ 부문은 국내 단편을 대상으로 출품자의 공식적인 첫 번째 연출작 중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나 장르적 시도 등 발전 가능성이 높은 작품들을 선정한다. 최종 우수작 한 편은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지원하는 ‘KAFA상’과 함께 상금 300만 원을 부여받는다. 또한, 영화제 폐막 후 순회상영전에서도 상영될 기회를 얻는다. 첫 연출을 맡은 감독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신선함이라는 무기를 장착한 신인 감독들이 가능성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발판을 아시프가 마련했다고 볼 수 있겠다. 작년에는 총 5편의 작품이 선정되었고, 부은주 감독의 ‘5월 14일’이 우수작으로 선정되어 주목을 받았다. 올해에는 총 6편의 작품이 후보로 선정되어 4일 오후 6시, 씨네큐브 1관에서 상영된다. 지금부터 올해의 선정작 6편을 간단히 살펴보자.
성스러운 감독의 <True story 지어낸 이야기, 2019>
사랑했던 사람의 장례식에 갔다 온 예은이 추억의 장소에서 ‘그녀’를 재회하고, 그녀와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며 이야기를 지어낸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이 결국은 ‘진짜 이야기’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서술하지는 않지만, 영상으로 그려지는 예은과 그녀의 이야기가 가슴 한쪽을 저리게 만든다. 혹자는 이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오한울 감독의 <A Tiger in the Wardrobe 장롱 안 호랑이, 2018>
‘어론’은 꿈과 현실을 오가는 상황 속에서 아빠 장롱을 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호랑이의 소리와 아빠의 음성, 그리고 어론이 부르는 노래 때문에 극 중 긴장감이 풀리지 않고 긴박하게 진행된다. 장롱 안에 호랑이가 있을지, 아니면 다른 것이 있을지 혹은 아무것도 없을지를 상상하며 영화를 관람한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김동찬 감독의 <Gurye Bakery 구례베이커리, 2018>
대학을 졸업한 노을은 시골에서 자신의 꿈인 ‘빵’을 만들고 파는 일을 하고자 하지만, 역시 순탄하지 않다. 시골과 시골 사람들의 모습들이 사실적으로 담겨 있는 작품이다. 노을에 대한 터무니없는 소문들이 퍼져나가기도 하고, 시골 사람들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노을을 외면했다가도 다시 도와주기도 한다. 그렇게 노을이 적응해가는 과정이 어쩐지 따뜻하게 느껴지는 영화다. 잔잔하게 힐링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6편의 작품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으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제작 지원을 받은 작품이다. 색깔이 많이 나오지 않아,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빛’이 아닌 ‘그림자’ 같은 느낌을 준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유행을 따라 서로 서먹해진 사이의 희주, 지수, 도현도 서로의 증명사진을 갖게 된다. 그들이 성인이 된 후 증명사진을 보며 당시를 떠올린다는 내용이 신선하다.
이지우 감독의 <Flowerpot 화분, 2019>
선희는 5년 만에 연락이 온 미연을 만나러 간다. 둘은 할 이야기가 많아 보이지만 누가 먼저 선뜻 말을 꺼내지 않는다. 마지막에 미연이 연락한 진짜 이유가 나와 다소 씁쓸하다. ‘인간관계’를 화분에 비유한 듯한 표현이 인상 깊은 작품이다.
구양욱 감독의 <Lost 분실, 2019>
고등학생 선아는 시골에 제사를 지내러 갔다가 중요한 필기 노트를 두고 온다. 친구에게 빌리려 하지만 친구가 빌려주지 않자, 몰래 보고 돌려주려고 하다가 일이 꼬인다. 입시를 앞둔 학생의 예민함과 긴장이 다른 학생에 대한 의심으로 커지는 과정이 잘 녹아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선아가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고 거짓말까지 하는 모습이 곱게 보이지는 않지만, 결국 ‘사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사람이라면 영화가 특히 공감될 것이다.
어떤 작품이 우수작으로 선정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6편의 작품 모두 각각의 매력과 신선함을 지니고 있다. 과연 어떤 작품이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될지 상상하면서 영화를 관람한다면,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에는 장준환 감독을 비롯한 5명의 심사위원이 뉴필름메이커 부문의 심사에 참여하며, 최종 우수작은 11월 5일에 있을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어떤 작품이 우수작의 영광을 안게 될지 기대가 된다. 첫 연출을 맡은 감독들은 주저하지 말고 당신의 가능성을 뉴필름메이커에 던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