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했던 ‘득템’의 현장, 영화인 소장품 경매
올해 단 하루만 진행되는 행사로, 가지고 싶은 영화인들의 애장품을 ‘찜’하면 ‘겟’할 수 있는 ‘영화인 소장품 경매’ 현장에 다녀왔다. 이는 AISFF를 찾아와 준 국내외 초청 감독들과 영화인이 직접 가져온 소장품을 수집해서 경매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자리다. 해를 거듭할수록 소장품의 양적, 질적 가치는 높아져 가는 가운데 이번 경매 현장 역시 참여하려 하는 많은 관객들로 인해 북적거렸고, 수집된 애장품에는 어떤 물품이 있을지 궁금해하며 기웃거리는 관객들까지 함께했다. 기분 좋은 긴장감과 설렘이 감돌며 시끌벅적했던 장내를 지금부터 공개한다.
영화 소품부터 감독 혹은 영화인의 사연이 담긴 아이템까지! 씨네큐브 로비 한가운데에는 의미 있는 손때가 묻어 더 가치 있는 소장품들이 모여있다.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물품들로는 국적을 초월해 들여온 포스터, 가방, 선글라스, 다과, 시나리오 선집 등이 놓여 있다.
참여를 원하는 관객들에게 가까이 와달라는 당부의 멘트를 던지며 ‘영화인 소장품 경매’가 시작됐다. 첫 번째 경매 대상은 바로 에릭 바롤린 감독의 커피잔. 이는 올해 AISFF 개막작으로 소개된 영화 ‘버뮤다’의 촬영 소품이다. 영화 현장의 생생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커피잔은 1만 원에 낙찰되었다.
10분가량 행사가 진행되고 나니 GV가 끝나고 상영관 밖을 나서는 관객들까지 더해져 장내는 왁자지껄 그 자체였다. 와글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소장품은 클레멍 트레항-라란느 감독의 스커트였다. 이는 국제경쟁3에 실린 출품작 ‘아담의 스커트’에서 주인공이 직접 입고 나오는 것으로 남다른 사연이 담겨 있다. 직접 마이크를 들고 클레멍 감독은 자신의 자녀에 대한 일화를 들며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까지 전했다.
이토록 특별한 사연이 담긴 스커트는 테이블 가까이 다가온 한 아이의 손에 넘어갔다. 즉석에서 스커트를 입어본 아이의 행복한 표정에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이어서 감독들이 단상 위에 올라와 몸소 참여하는 경매가 계속되었다. ‘나의 수호 천사들’의 베르나베 리코 감독이 가방에 대해, ‘단역’의 얀 베나 감독이 마스크에 대해 설명하는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로비를 감돌자 낙찰되고자 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졌다.
짧은 시간일지라도 쉽지 않은 기회의 자리인 만큼 관객들이 감독과 영화인에게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풍성한 소장품과 더불어 AISFF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에 특별함이 더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뿐만 아니라 유쾌한 이벤트까지 마련된 AISFF, 올해 아쉽게 놓쳤다면 내년을 노려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