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 속 특별한 시선, ‘창진이 마음’ 궁유정 감독을 만나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다양한 단편 영화 양성을 위해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라는 사전제작지원제도를 진행하고 있다. 1차 사전 심사를 거친 후보작의 감독들은 멘토링과 피칭 교육을 받고, 영화제 기간 공개 피칭이 진행된다. 최종적으로 선정되어 펀드상을 수상하는 작품에는 1천만 원의 제작지원비가 지원되며 이듬해 경쟁작으로 선정될 기회를 얻는다.
영화 <창진이 마음>은 2018 아시프 펀드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올해 국내경쟁부문에서 상영되었다. 국내경쟁3으로 토, 일 양일에 걸쳐 상영된 작품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GV에서의 솔직하고 매력적인 답변으로 관객들과의 소통 역시 성공적이었던 궁유정 감독.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영화에 언제부터 관심을 두게 되었는지, 감독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A. 예전부터 대본 쓰며 놀고는 했었다. 초등학생 3학년 때 쓴 이야기 제목이 ‘자살’이었다. 자살하러 옥상에 올라갔던 사람이 옆에서 자살하려는 다른 사람을 말리다가 같이 내려오는 내용이었다. 지금 봐도 어린 나이에 정말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도 굉장히 좋아한다. 재미있는 드라마는 삶의 활력소다. 드라마는 영화보다 대중에게 가깝다고 느껴져서 처음에는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드라마를 보다 중간에 재미가 없어진다고 느껴 방송사에 내가 대본을 써서 보낸 적도 있고, 습작도 많이 해봤다. 요즘 느끼는 건, 내가 사람들에게 말 걸기를,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다. 영화 자체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라 하게 된 건가 싶다. 영화 시나리오를 계속 써온 지 10년 정도가 지나다 보니 당연하게 되어버린 듯싶기도 하다.
Q.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 피칭을 통해 영화 제작에 도움이 된 점은 무엇이었나?
A. 지금까지는 영화를 만들 때 확신이 없었다. 프로젝트에 선정된 후에는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영화를 할 수 있었다. 피칭과 질답은 많은 얘기를 들어보기엔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멘토링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한 영화의 미덕 등을 얘기 해주신 게 도움이 되었다.
영화 <창진이 마음> 스틸컷
Q. <창진이 마음>은 일상적인 배경에서의 신선한 표현력이 돋보인다. 이 이야기가 떠오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처음부터 아이디어가 있었던 건 아니다. 평범해 보였던 사람에게 자기도 몰랐던 이상한 모습이 나오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원래 구상 중이던 ‘7만 원’ 이라는 작품에 있던 ‘창진이’의 얘기를 꺼내 이 영화를 제작했다.
Q. 앞서 언급해주었듯이, 창진이와 선생님은 왠지 특이한 듯해도, 주변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평범한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런 인물이나 상황을 본 경험이 있는가?
A. 영화와 같은 경험은 없지만,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로부터 한 번쯤 저런 경험이 있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꼭 어른과 아이 사이가 아니더라도, 오해를 받거나 명확하지 않게 지나가는 일상의 미스터리들이 있는 것 같다.
Q. 각 인물을 설정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A. 창진이가 중요할 것 같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아이 같다가도 어른 같다가도 한, 어른을 긴장시킬 수 있어야 하는 인물이다. 첫인상에서부터 ‘쟤는 이런 애야’라고 느껴지지 않았으면 해서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드는 아이를 캐스팅했다. 명현 역의 경우 내가 연기해 보고 싶기도 했다. 다른 스태프들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얘기하면 다들 하차할까 싶었다. 그러다 누군가 장선 배우님을 추천해주셔서 만나게 되었다. 명현이라는 캐릭터는 내가 만들어낸 느낌이 아니다. 배우님의 인물 분석 덕분에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장면에서 명현의 표정이 상상이 안 되었는데, 배우님이 표정을 만들어오셨다.
Q. 영화감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A. 저도 아직 꿈꾸고 있다. ‘같이 포기하지 말고 잘해봐요.’라고 말하고 싶다.
Q.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어떠한가
A. 이제 장편을 써보고 싶다. 야구와 미스터리를 정말 좋아해서, 야구장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에 대해 쓰고 있다. 파국으로 치닫는 얘기도 좋아하는데, 그런 스릴러나 미스터리물이 항상 비슷한 양상으로 끝나는 게 아쉬웠다. 나만의 스타일로 파국을 만들어 보고 싶다.
Q. GV를 통해 관객을 만나본 소감은 어땠는가
A. 어제(토요일)가 첫 상영이었다. 8월에 영화를 완성했는데 11월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괴로웠다. 사람들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었다. 어제 상영에 친구들도 오고, 관객들과 다른 감독님들도 영화 잘 봤다고 얘기해 주셔서 내가 진짜 잘 만든 건가 싶었다. 시간대가 오전이라 자리가 텅텅 빌 줄 알았는데 꽉 차서 기분이 좋았다.
Q. 감독님에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어떤 의미인가?
A. 뭉클한 질문이다. ‘나를 처음으로 알아봐 준 영화제’ 이다. 지금껏 한 번도 영화로 상을 받거나 한 경험이 없었는데, 아시프 펀드상을 받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정말 고맙다.
궁유정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경쟁부분에 처음으로 상영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제의 일원이 된 기분이 든다.’ 며 소감을 전했다. 영화를 대하는 그녀만의 시선과 솔직함이 펀드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창진이 마음>이 고유한 표현력과 독창성을 가질 수 있었던건, 감독이 가진 뚜렷한 색이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의 영화제에서 궁유정 감독의 작품을 자주 만나게 되길 기대해본다.
글: 데일리팀 강인정
사진: 행사기록팀 권새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