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
트리트먼트
반지하 투룸에서 남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한 스물세 살 여대생 ‘김이서’. 연인과 그저 같이 있는 것으로 즐거운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엄마의 전화를 받는다. 다름 아닌 지적 장애인이자 이서의 남동생인 ‘김민서’를 방학 동안 맡아 달라는 것. 엄마 몰래 한 휴학과 동거는 물론이거니와 사실 장애인 동생을 싫어하는 것까지 모두 말할 수 없던 이서는 결국 남동생을 잠시 맡기로 한다. 남동생 민서는 오랫동안 키워온 금붕어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오게 되고…. 이로서 남자친구인 이환과, 남동생 민서, 이서까지 세 사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열여덟, 사춘기가 온 민서의 지적 수준은 7살. 그러나 훌쩍 큰 육체에 끝없이 밀려오는 성욕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남자친구는 동생인 민서가 ‘거리에 있는 여자를 보고 자위를 한다’며 이서에게 염려를 보낸다. 이서는 남자친구에게 그럴 리가 없다며 동생 편을 들지만, 밀려오는 걱정을 외면할 수 없다. 엄마에게 이 문제를 논했지만… 엄마는 그저, ‘성교육을 받았고 너는 누나이니 괜찮을 거다’란 찝찝한 답변뿐이다.
이서의 불안은 구멍 난 배에 스멀스멀 차오르는 물처럼 깊어져 간다. 다음날 이서는 남동생이 키우는 금붕어를 위해 수조를 사러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열대어 전문점 아르바이트생 여자를 보며 자위를 하려던 동생을 마주한다. 애써 끌고 나왔지만, 남들 앞에서 자위행위를 한 남자 동생을 여성인 자신이 과연 통제할 수 있을까 불안하다.
그리고 마주한 불안의 정점. 밤늦게 돌아온 남자친구 환이의 친구들과 공원에서 캔맥주를 마시고자 집을 나선 이서는, 자신의 밤 외출을 당연하게 따라 나온 동생 민서를 본다. 두고 가기엔 어떤 실랑이가 벌어질지 훤히 그려졌던 이서는, 일단 동생을 데려가기로 한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친구들 앞에 동생을 보여줄 수 없던 이서. 콜라와 과자를 주고 동생을 공원 화장실 안에 넣어둔다. 공원 정자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듯하다가… 어쩐지 모르는 과거가 있는 듯한 남자친구와 친구들의 대화는 점점 격앙된다.
‘사회복지학과면 착하겠네요, 어쩌다 사회복지 하게 됐어요?’
‘그냥 점수보고 뽑아요.. 동생이 장애인이라서요’
‘아 미안해요’
‘왜 미안해?’
‘……쪽팔리잖아, 동생 장애인이라며’
결국 논쟁의 주체가 된 한 여성이 자리를 박차고 떠난다. 그녀는 공원 장애인 화장실에서 감정 정리를 하며 담배를 피우는데…. 괴상한 포즈로 쭈그려 앉아 화장실 문 안쪽으로 고개를 쭉 내민 ‘민서’를 발견한다.
소리를 지르며 장애인 화장실에서 나오던 여성과, 그 여성을 예쁘다고 말하며 붙잡은 동생 민서는 실랑이를 벌이고… 결국 이서와 남자친구, 친구까지 와르르 그곳에 몰려온다. 이서는 남동생이 장애인이라 그런 거라며 용서를 구하지만, 여성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경찰에 신고하려 한다. 팔이 안으로 굽듯, 자신의 동생을 성폭행범으로 모는 말에 화가 난 이서. 결국 한차례 쏟아붓다가 여성에게 뺨을 맞는다. 몸싸움으로 번진 두 여자를 남자들이 말리며, 남자친구 환이가 한 번만 봐 달라고 부탁을 한다. 엎친데 덮친 격 그사이 동생 민서는 장애인 화장실 안에서 자위를 하고 있다. 동생의 거친 숨소리 속 친구들을 보내고, 이서는 수치심에 주저앉는다. 동생의 자위가 끝나고 동생을 데려가기 위해 이서는 화장실 앞에 서보지만, 차마 그 문을 열 수가 없고…. 결국 이서는 남자친구에게 도움을 구한다.
이날 이후 엄마는 연락을 받지 않고, 민서의 행동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남자친구는 자신이 직접 ‘교육’을 시도했다고 말하고.. 이 말이 어쩐지 껄끄러웠지만… 이서는 한결 다루기 편해진 동생이 그저 좋았다. 마음을 추스르려 나간 교회에서는 청년부 회장이 고민을 나누자며 살갑게 다가오고, 이서는 마음이 움직인다. 그와 나눈 스몰토크에서 그가 애완동물을 위해 펫캠을 이용한다는 말에 힌트를 얻은 이서는 민서를 감시하기 위해 집안에 몰래 펫캠을 설치한다.
민서가 하루 종일 수조 안 금붕어를 관찰하듯, 이서도 이따금 핸드폰 속 펫캠 화면으로 민서를 관찰한다. 아무 일 없는 일상이 반복될 쯤, 교회에서 청년모임에 나오라는 연락이 온다.
기분 좋게 청년모임에 나간 이서는 어딘가 기묘한 모임이라는 것을 느낀다. 청년회장에게만 털어놨던 ‘성욕에 눈뜬 장애인 남동생’에 대한 고민을 청년모임에 참석한 모두가 알고 있던 것. 모두의 앞에서 이서의 동생을 위해 기도 하자며 눈을 감는 사람들의 모습. 그것들을 바라보며 수치감을 느낀 이서. 눈을 감은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 담배를 꺼내 핀다. 기도가 끝나고 모두가 그 모습에 당황하고 있을 때 담배를 끄지 않고 헌금함에 던지며 교회를 나간다.
이서가 마음을 고자질하고 싶어 제일 먼저 전화를 건 건 엄마였다. 하지만 여전히 꺼져 있는 전화기와 함께, 알 수 없는 번호로 부재중 음성메시지가 와있다. 메시지 주인공은 엄마. ‘자신은 현재 베트남에 있고 다신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동생을 잘 부탁한다’는 말뿐이다.
이놈도 저놈도 내 편이 하나 없다는 생각에 질린 이서.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여행을 제안한다. 남동생도 함께, 세 명이서 다 같이. 남자친구 환이. 그 제안에 흔쾌히 응하면서 뜬금없는 대답을 한다 ‘근데, 금붕어 죽었어.’ 허나 이서는 금붕어가 왜 죽었는지 묻지 않았다.
숲이 한눈에 보이는 도로 위, 차를 타고 달리는 세 사람. 이서, 민서, 환이의 표정은 서로 제각각이다. 숲 속 한가운데 별장처럼 만들어진 돈까스 집에 도착한 세 사람. 돈까스를 먹으며 대화를 하는데, 이서는 환이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기고 싶어 하고, 또 결혼까지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환이는 대답 대신 민서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돈까스는 먹지 않은 채 풀숲에서 놀고 있던 민서는 누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일그러지듯 웃는다. 기묘한 웃음을 마주하던 찰나, 민서가 갑자기 숲 속으로 게걸스레 뛰어 들어간다.
도망가버린 남동생을 쫓아 풀숲으로 달려가는 이서. 결국 문명이라곤 하나도 느낄 수 없는 숲 속 한가운데에 도착하고, 민서는 보이지 않는다. 헤매임 속에서 결국 이서는 동생을 못 찾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온 이서는 남동생을 실종 신고한다. 하지만 아무 소식이 없다. 결국 남동생의 물건을 정리하게 되는데… 설치해 놨던 펫캠에서 <소리 발생 시 자동 녹화> 기능으로 저장된 영상들을 발견한다. 영상 속에는 남동생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남자친구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동생이 사라진 전 날, 남자친구는 수조 속에 민서의 머리를 무자비하게 넣고 물고문을 했다. 바닥에 함께 버려진 금붕어와 남동생의 모습에서 끔찍함을 느끼던 이서.
하지만 더 슬픈 것은 이서의 기억 속, 풀숲에서, 이서는 분명히 마주쳤던 것이다.
나무숲 속 사이에 숨어있던 민서의 두 눈동자를.
알면서도 외면한 자신의 더러운 해방감을 느끼며 이서는 결국 웃는다.
숲 속으로 뛰어가기 전 마지막, 동생 민서가 보였던 일그러진 웃음을 바라보며
함께 따라 웃는 죄책감 어린 이서의 얼굴에서, 암전
캐스팅 희망 – 등장인물 소개
김이서 (여/23세)
장애인 동생 때문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게 된 스물셋 여대생.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현재는 휴학 중. 어려서부터 부족한 동생을 잘 챙겨 왔기에 지금껏 스스로 본인이 착한 줄 알았는데…. 사회복지학과에 오고 나서야 자신이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은 엄마에게 비밀이다. 술집에서 만난 남자친구 이환과 몰래 동거를 하며 연애의 꽃을 피우고 있는 중. 자신이 넘지 못하는 선을 훌쩍 넘어버리는 환이에게 미묘한 해방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종교는 기독교다.
(이미지) 키, 체구 평범. 얇은 생머리, 헤어스타일 길이 무관. 외유내강 장녀. 야무진 대학생.
김민서 (남/18세)
이서의 남동생으로 후천적 장애인 지적장애 2급이다.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지능. 반복과 훈련으로 간단한 수준의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최근 2차 성징이 찾아오고 성에 관한 관심이 트이면서 거리의 여자들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이 생긴다.
(이미지) 마른 체형, 팔다리 가늘고 여림 , 왜소한 체구. 얇은 생머리, 연약한 또는 중성적인 말투와 목소리. 겉만 보기엔, 장애를 가지지 않은 순수하고 여린 고등학생 이미지
이환 (남/27세)
타투이스트. 이서의 남자친구. 어떤 것이 선(善)이고 선(線)인지를 따지기보다도 먼저 몸이 움직이는 사람. 사람들을 대하거나 이야기를 할 때도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듯 말하는데,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건드리지 않는 이상 선을 넘진 않는다. 후에 벌어지는 일들이 귀찮고 머릿속의 말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미지) 큰 키, 적절히 마른 체형. 날카롭고 예민한 얼굴. 장난기 있는 능글맞은 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