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
트리트먼트
폭우가 쏟아지는 날 어느 시골의 버스정류장에서 길을 잃은 숙자가 보자기로 싼 짐들을 의자에 두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다. 통화의 상대는 숙자의 손녀인 유리. 숙자가 길을 잃었다고 위치를 설명하는데 유리는 아이 때문에 데리러 갈 수 없다면서 차라리 그냥 돌아가면 안 되느냐고 한다. 숙자는 섭섭한 마음을 감추면서 어떻게든 찾아가겠다고 말한 뒤에 전화를 끊지만 버스나 택시는 도저히 올 것 같지 않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작은 승용차 한 대가 버스정류장 앞에 서더니 운전자가 숙자에게 타라고 말한다. 잠시 후 유리의 집 앞에서 내린 숙자는 고맙다는 인사를 수차례 한 후에 차에서 내린다.
유리의 집으로 들어간 숙자. 유리는 숙자를 환영하거나 안부를 묻는 대신 비에 젖은 숙자에게서 떨어지는 빗물을 보고 짜증을 내며 씻고 옷부터 갈아입으라고 말한다. 씻은 후 옷을 갈아입은 숙자는 갓 태어난 증손주 지수가 있는 요람으로 가 지수 이름을 불러보지만, 깨우지 말라며 유리에게 구박받는다. 괜히 미안한지 숙자는 들고 왔던 보자기 안 물건들을 꺼낸다. 미역, 보약 등 건강식품들이다. 숙자는 귀한 것들이라며 약간의 생색을 내보지만 유리의 마음에는 들지 않는 듯 보인다. 숙자는 중요한 것 깜빡했다는 듯 오는 길에 누군가의 도움으로 차를 얻어 타고 온 이야기를 꺼낸다. 운이 너무 좋았다면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도와준 운전자가 바로 유리의 중학교 때 친구인 희영이라는 것이다. 희영의 이름을 들은 유리는 귀신이라도 홀린 듯한 표정을 짓는다. 희영이 기억나지 않느냐고 물으면서 중학생 시절 숙자가 라면도 끓여줬던 아이라고 말한다. 숙자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자 유리가 왜 이런 장난을 치냐고 웃는다. 숙자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유리는 희영은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가족여행에서 사고로 죽었고 희영의 장례식에도 숙자가 함께 갔었다는 사실을 말한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숙자는 그런 기억이 없고 자신이 들은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자 딩동~ 벨이 울린다. 유리가 “올 사람이 없는데..”라고 말하자 숙자는 태워준 것이 고마워서 싸온 음식 나눠주겠다고 희영을 초대했다고 말한다.
희영이 들어와 인사하지만 유리는 경계를 한다. 자리에 앉은 세 사람. 유리는 희영에게 학교 동창이시냐 물어보지만 희영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이 지역에 온 지 얼마 안 됐다고 한다. 숙자는 희영에게 아까 분명 자신에게 유리와 3학년 내내 짝꿍이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지만 희영은 웃어넘기고 유리도 더 이상 숙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 빗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집 지붕에서 비가 새어 들어와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이 상황을 유리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당황하는 숙자를 놀리는 희영. 그런 희영을 보고 숙자는 희영이 귀신이라 확신한다. 점점 집안에 물이 차오르고 방 안의 지수가 생각난 듯, 급하게 방으로 들어가는 숙자. 방 안으로 들어가자 아까 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지수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빈 방. 깔깔 웃는 소리가 들리고 숙자는 곧바로 나가 식칼을 꺼낸 후 망설임 없이 희영을 찌른다. 순간 집 안으로 새어 들어오던 빗물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희영은 가슴팍을 찔리고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다. 칼에 찔른 희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숙자로부터 뒷걸음질 치며 집 밖으로 나간다. 유리가 큰일 났다고 이제 어떡하냐고 희영이 죽거나, 신고할 거라고 말하자, 숙자는 귀신을 내쫓은 거라며 지수가 큰일 날 뻔했다고 다행이라고 유리를 안심시킨다. 순간, 유리는 “지수가 누구야?”라고 묻는다. 섬뜩함을 느낀 숙자가 고개를 돌려 지수가 있던 방을 보자 여전히 이전의 흔적이 없는 빈 방이다. 유리가 뭐라고 말하지만 유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빗소리만 들린다. 창문을 바라보는 숙자.
장소가 바뀌어 어느 병실 안 숙자가 병상에 누워 창가를 바라본다. 창가에 서서 비 오는 풍경을 보는 누군가의 뒷모습. 숙자 쪽으로 돌아보자 희영이다. 숙자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짓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 희영은 다정한 표정으로 숙자의 옆에 앉아 숙자의 손을 잡는다.
캐스팅 희망 – 등장인물 소개
숙자(여/78세)
고령의 노인, 사투리가 구수하지만 외형은 세련된 이미지.
유리(여/30세)
육아에 지친 듯 늘 피곤하고 신경질적인 성격.
희영(여/30세)
길을 가다 지나치다가도 뒤돌아보게 될 정도의 음산함이 있다. 무표정.